"글로벌 인플레 압력,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
한국 경제의 무역 의존도 증대로 글로벌 물가 상승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율과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동조화 현상이 크게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주요국 대부분에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2%로 1990년 12월(6.3%) 이후 처음으로 6%를 상회했고, 유로지역의 소비자물가는 2008년 7월(4.1%) 이후 가장 높은 4.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은 ▲코로나19 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빠른 회복 과정에서 나타난 수요 증대 ▲국제원자재가격 급등 ▲공급 병목현상 ▲기후변화 등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물가 오름세는 주요국 경제의 수요 및 비용 측면 물가 상방 압력, 공급병목 해소 지연, 임금 및 기대인플레이션 상승, 주거비 물가 오름세, 기후변화, 저탄소•친환경 경제로의 전환 등으로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내년에는 주요국의 유휴생산능력이 상당 부분 줄어들면서 수요측 물가 상승압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국제원자재가격도 추세적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여 기업의 비용 부담도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기에 공급 병목현상을 유발한 요인이 여전하고, 최근 계절적 수요 증가 등이 가세하면서 글로벌 공급 병목현상 완화 전망 시점이 늦춰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글로벌 물가 상승 압력 확대는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률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다. 한은이 계량모형을 통해 분석한 결과 글로벌 물가 1%p 상승의 국내 물가 영향이 2000~2007년 중 0.1%p에서 2010~2021년 중에는 0.26%p로 높아진것으로 추정됐다. 유의성도 강화됐다.
한은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글로벌 수요 및 비용, 공급병목, 기후변화 등 글로벌 인플레이션율 배경에 미치는 요인들의 흐름 변화 여부와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계속 면밀히 점검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