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부실만큼 삭감해줘야…쌍용차에 증자할 것"
"채권단 인가 안 해주면 접을 수도…다른 대안 있다"
"에디슨EV 주가 부양 위해 쌍용차 제물?…있을 수 없는 일"
쌍용자동차 인수를 연내 마무리하겠다는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의 약속이 지켜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에 대한 정밀 실사가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본계약 협상이 시작되지 않고 있다.
협상에 돌입하더라도 실사 과정에서 발견된 부실채권에 따른 인수가격 하향조정으로 진통을 겪거나 최악의 경우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은 7일 쌍용차 인수 협상 여부에 대한 질문에 “자문사들이 (실사 내용을)검토하고 있는 중”이라며 구체적인 협상 개시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에디슨모터스는 그동안 쌍용차 경영 정상화를 통한 국내 자동차 산업 경쟁력 확보와 테슬라에 필적하는 전기차 기업으로의 도약을 언급하며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여 왔으나, 지난달 정밀 실사와 산업은행의 인수자금 대출 거부를 기점으로 온도 변화가 감지된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매수자문 회계법인인 삼정KPMG 주도로 정밀 실사한 결과, 예상보다 많은 부실이 발견됐다며 법원에 ‘인수가격 조정 요청’을 한 상태다.
당초 쌍용차 인수가격으로 써냈던 3100억원에 추가로 발견된 부실을 반영해 가격을 더 낮춰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 관계자는 “회계상 과목이 잘못 계상됐거나 공익채권으로 분류하지 않은 부분들도 있어서 잠재적 부실이 적지 않았다”면서 “실사 결과를 토대로 이제부터 본계약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는데, 치열하게 협상에 임해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밀실사에서 부실이 발견됐으므로 쌍용차 인수를 무리하게 서둘러서 추진하지는 않을 생각”이라고 밝혀, 협상 및 본계약 체결이 기존 계획보다 더 늦어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만 에디슨모터스는 인수 가격이 낮아지더라도 쌍용차 인수 및 운영을 위해 마련키로 한 총액에는 변동이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우리가 인수하고 운영할 자금 총액은 8000억원으로 정해져 있고, 인수자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쌍용차에 넣겠다는 계획에는 아무 변화가 없다”면서 “다만 인수자금 3100억원에서 추가 부실이 발견된 부분은 좀 삭감해줘야 한다. 우리는 삭감해 주는 만큼을 쌍용차에 추가로 증자해 회사 운영 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컨소시엄 측은 이동걸 산은 회장이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쌍용차 자산을 담보로 한 대출을 사실상 거부한 것과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발전전략을 제3의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부터 검증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대출을 해줄 의사가 있어서 ‘제3기관의 검증이 필요하다’면 그건 우리가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사업계획이나 기술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해줄 수 있는 제3의 기관이 있겠는가. 2015년경 테슬라를 평가했을 때 지금처럼 천슬라가 될 것으로 평가했을 기관이 몇이나 됐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인수 자금을 마련할 여력이 없어 산은에 손을 벌린다는 시각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표했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우리 컨소시엄은 우리가 알아서 돈 만들어서 인수한다”면서 “우리가 인수 자금과 운영 자금으로 8000억원을 만들어서 조달한 다음, 인수가 끝나는 내년 2월 초나 중순 쯤에 회사가 건전화되면 자산담보대출을 협의하고 요청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본계약 체결이 완료되더라도 고비는 남아있다. 법원에 부채 상환과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 등이 담긴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해 타당성을 평가받아야 하고, 법원이 관계인집회를 열어 채권자들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이미 최대 채권자인 산은이 에디슨 모터스의 쌍용차 발전 전략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상황이라 이 과정 역시 험난할 수 있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쌍용차 인수 계획이 채권단의 인가를 받지 못할 경우 미련 없이 포기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채권단이 팔기 싫어서 안 판다면, 지금까지 비용도 들고 시간도 많이 들었지만 155억원(계약금으로 지불한 인수대금의 5%)을 돌려받고 끝내면 된다”면서 “우리가 반드시 쌍용차를 사야만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다른 대안도 있기 때문에 협상이 결렬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법원이 결국 쌍용차의 새 주인을 찾지 못해 청산을 결정하더라도 청산되는 자산 중 생산설비 등 필요한 부분만 매입하는 게 오히려 비용 부담이 덜하다는 것이다.
다만 “직·간접 일자리가 20만명이나 달려있는 회사를 쉽게 청산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의 매수 의지는 확고하지만, 추가 부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지 협상을 통해 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에디슨모터스가 관계사인 에디슨EV(옛 쎄미시스코)의 주가 부양을 위해 쌍용차를 이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데 대해서도 적극 항변했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일반 소액주주들은 주식을 팔아 수익 실현을 할 수 있겠지만 대주주 지분은 1년간 보호예수가 돼있어 그럴 수 없다”면서 “오히려 쌍용차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에디슨모터스 주식을 매각하거나 유상증자해 지분율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고 있다. 쌍용차를 제물로 삼는 일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될 일”이라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