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근로기준법제 개선 방안' 토론회…"선진화 방안 조속한 마련 필요"
취업규칙 변경절차 개선, 해고 규제 완화, 고용계속형 계약변경제도 도입 등 제안
우리 기업들이 경영환경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제 선진화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1953년 제정된 우리 근로기준법은 아직도 산업화 초기 획일적인 규율방식에 머물러 있는 만큼 '성과'에 맞춘 다양하고도 개별적인 근로조건 결정이 가능하도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0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제 개선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동근 부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지금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산업구조는 물론 노동시장 환경을 비롯해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변하고 있는 대전환의 시대”라며 “우리 기업들이 경영환경 변화에 맞춰 유연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법‧제도 환경이 뒷받침돼야 하며, 무엇보다 근로기준법제 선진화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과도하게 경직된 고용규제를 개선하고 근로의 ‘양’에 맞춘 획일적 근로조건 결정이 아닌 일의 ‘성과’에 맞춘 다양하고 개별적인 근로조건 결정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시하며 "우리 기업들이 변화되는 고용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근로계약 당사자 간에 계약 자유 원칙에 입각한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근로계약의 조정, 운용이 가능하도록 법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첫 번째 발제에 나선 이정 교수는 우리나라와 다른 미국, 독일, 일본의 해고제도를 비교하고 고용의 유연성을 제고하기 위한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미국은 계약상 해고를 제한하는 특별조항을 두지 않는 한 common-law(보통법)상의 해고자유 원칙에 의해 사용자는 언제든지 어떠한 이유에 의해서도 해고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독일은 징계해고나 경영상 해고 외에 일신상의 사유에 의한 해고도 인정하고, 금전보상을 통해 해고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해소판결제도)나 고용환경 변화에 대응해 새로운 근로조건 하에서 근로관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변경해지고지제도)를 인정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일본은 ‘해고는 객관적으로 합리적 이유가 없고 사회통념상 상당성이 없는 경우에는 그 권리를 남용한 것으로 무효’라는 일반적 해고규정을 통해 일신상‧행태상 사유에 의한 해고와 정리해고 등 모든 해고의 남용여부를 판단하는 구조를 가진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고용 유연성 제고를 위해서는 해고법제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첫째 취업규칙 변경절차 간소화, 둘째 해고규제 완화, 셋째 해고무효 시 금전보상 확대, 넷째 고용계속형 계약변경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고용환경이 바뀌고 경영이 아무리 어려워도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없는 한 임금체계의 변경 등 아무 조치를 할 수 없는 현행 취업규칙 변경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고 규제에 대해서는 독일과 같이 근로자 일신상의 사유를 명시하거나 일본과 같이 통상해고를 포함하는 일반조항으로 개정해야 하며 부당해고의 경우에도 노사 간의 신뢰가 파괴돼 원상회복이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나 단순한 절차적 하자의 경우에는 근로자뿐만 아니라 사용자도 금전보상을 신청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용계속형 계약변경제도에 대해서는 근로계약 해지와 변경된 근로조건을 동시에 제시한 다음 근로자로 하여금 이를 선택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발제에 나선 김희성 교수는 “노동법제는 경제적 환경에 의해 직접적 영향을 받으며 경제적 조건을 뛰어넘는 노동법 규범은 존재할 수 없다”면서 “노동법의 현대화(Modernisierung des Arbeitsrechts)를 위해 근로기준법을 재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현행 근로기준법 체계는 점점 개별화되고 다양화되는 근로관계를 규율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고 진단하며 “노동법 현대화의 출발점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근로자와 기업의 경쟁력과 적응능력을 확보하는 것으로 노동시장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유연성이 실현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법의 현대화 추진 시 고용과 수익의 안정이 유연화와 함께 균형관계를 유지해야 하며(예 기간제법, 파견법), 거시적 관점에서 성장과 고용이 함께 가는 방향으로 노동법이 재구성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및 미래의 자동화 등을 통한 발전은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가속화하고 근로계약 유형의 다양화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근로계약에 대한 노동법적 규제는 점진적으로 축소돼야 하며, 상대적으로 계약자유의 폭이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근로계약의 자율성 확대를 위한 우선적 과제로 ‘해고관련 규정의 불명확성 해소’를 꼽고, “해고의 실체적 사유뿐만 아니라 해고절차와 부당해고 구제제도의 미비점을 모두 망라해야 제도개선의 의미가 있으며 노사간 이익의 균형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취업규칙 변경절차가 갖는 경직성은 유연한 사내 인사노무체계의 변화를 어렵게 하고 불필요한 노사 간 분쟁을 유발하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하며 노동법 규정이 노사 간 분쟁을 유발하는 모순적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합리적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선 권혁 부산대 교수, 이정민 서울대 교수, 정지원 법무법인 율촌 고문, 유정희 혁신벤처정책연구소 부소장이 참여해 근로기준법제 개선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먼저 권혁 교수는 “과거 산업혁명에 따른 대공장제 생산방식이 근로자 개념을 낳았듯 오늘날 정보통신과학기술의 놀라운 발전은 노동시장을 구조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며 "과거의 경직적이고 획일적 노동규율로서의 노동법체계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노동법체계로의 진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정민 교수는 “강한 해고제약은 기업 비용부담을 가중해 채용규모 축소에 영향을 주고, 한편으론 해고의 부정적 영향이 사회에 미치는 바도 큰 만큼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논의와 함께 개선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지원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은 “이제는 노동의 사법화(司法化)를 통한 분쟁해결이 아니라, 근로기준법제 전반에 대한 제도개선이 시급하며, 그 중심에는 필요한 부분에 대한 노동법적 보호는 두텁게 하되 자발적인 노사 입장은 존중하는 탄력적 제도를 확대해 나가는 방향이 되기를 기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유정희 부소장은 “혁신벤처 기업이 경쟁력을 상실하지 않도록 주52시간제도를 개선하는 것을 필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사용자와 근로자가 상호 윈윈 할 수 있도록 자유로운 근로계약을 보장하는 미래 지향적 근로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