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사업장 특성·업종 고려할 필요있지만 미접종 이유만으론 정당화 안 돼"
지난 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백신 미접종을 이유로 해고당했거나 입사가 취소됐다고 호소하는 취업준비생들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업장의 특성과 업종을 고려해야겠지만 단순히 백신을 맞지 않았다고 해고 또는 채용 취소를 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일 한 취업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백신 안 맞는다는 이유로 해고 당했어요"라는 글이 게시됐다. 작성자는 "직원이 35명인데 기저질환 때문에 못 맞는 사람과 나 말고는 다 접종했다"며 "생산직인데 사장님이 따로 부르더니 왜 안 맞냐고 묻길래 주변에 부작용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어 무서워서 못 맞겠다고 했더니 그럼 오늘부로 사직서를 쓰고 나가라고 해 퇴사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작성자는 백신 미접종으로 인해 입사가 취소됐다고 분노했다. 그는 "다음 주 월요일에 입사 예정이었는데 회사에서 전화로 백신을 맞았는지 물어보길래 '아직 안 맞았고 부작용이 무서워서 앞으로도 맞을 생각이 없다'고 했다"며 "그랬더니 '미안하지만 입사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이어 "면접 때 미리 말해주든가, 다른 회사의 입사 제의까지 거절했는데 정말 황당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어떤 업무를 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백신 미접종만으로는 해고 또는 입사 취소의 사유가 될 수 없고, 법적으로 부당 해고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진아 직장갑질 119 노무사는 "해고 또는 입사 취소를 하려면 고용 관계를 계속 이어갈 수 없는 사유 또는 판단이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백신 미접종이 업무상의 문제를 일으킬 것인지에 대한 결과물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예상할 수도 없기 때문에 단순히 그 이유만으로 해고하거나 입사를 취소하는 것은 법적으로 부당한 해고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아 실제로 피해를 끼쳤다 할지라도 그것이 정당한 사유에 의한 것인지 혹은 사용자의 책임은 없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며 "설사 업무상 어떤 사고 또는 문제가 생겼더라도 이런 것들을 다 고려해 징계 양정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남표 노무사는 "예를 들어, 돌봄 노동자의 경우 정부에서 우선적으로 백신 접종을 권고하기도 했다"며 "이처럼 사업장의 특성과 업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접종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해고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휴가 제공과 같이 노동자가 마음 편히 백신 접종을 할 수 있는 제반 요건들을 마련해줄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권 노무사는 "입사 취소의 경우에도 어떤 업무를 하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라며 "정부에서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채 사업장에서 일하면 문제가 된다고 지정한 돌봄 노동자, 의료 종사자 등 몇몇 업종이 있을텐데 이 경우를 제외하고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채용 취소를 정당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오영민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장은 "이미 합격 발표를 했는데 단지 백신 미접종만을 이유로 합격을 취소하는 것은 정당성이 없다"며 "법원에서도 채용이 내정됐다가 정당한 이유 없이 취소한 것에 대해서는 부당 해고와 유사하게 보고 있기 때문에 결국 손해배상으로 귀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