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CG 완성도·뜬금없는 PPL 논란
CG 퀄리티부터 PPL 활용 방식까지. 시청자들의 콘텐츠 평가 기준이 높아지고 있다. 제작비 규모가 더 큰 것은 물론, 표현 수위와 편성에서 좀 더 자유로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콘텐츠들이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높였고, 이에 방송가는 더 많은 숙제들을 안게 됐다.
지난 23일 tvN 드라마 ‘지리산’이 첫 방송됐다. 지리산 국립공원 최고의 레인저 서이강(전지현 분)과 말 못 할 비밀을 가진 신입 레인저 강현조(주지훈 분)가 산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사고를 파헤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전지현, 주지훈, 성동일, 오정세 등 화려한 배우진은 물론, ‘도깨비,’ ‘태양의 후예’를 연출한 이응복 감독과 ‘시그널’, ‘킹덤’ 시리즈를 집필한 김은희 작가가 뭉쳐 방송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었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로 출발해 2회에서는 10%를 돌파하며 관심에 맞는 결과를 거뒀지만, 시청자들의 평가가 엇갈렸다는 점에선 아쉬움을 남겼다.
가장 큰 지적 사항은 CG의 퀄리티였다. 지리산의 방대한 풍경을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달리, 어설픈 CG로 몰입을 깨뜨렸다는 지적이었다. 지리산 등반 장면과 태풍으로 불어난 계곡물 등 중요한 장면들에서 CG라는 것을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처리가 어색했다는 것이었다. 이 외에도 과도함은 물론, 맥을 끊는 PPL(간접 광고)에 대해 지적을 하는 등 부정적인 반응들이 쏟아졌었다.
15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MBC ‘검은 태양’ 역시 유사한 지적을 받았다. PPL로 추측되는 제품들이 여러 차례 등장하자, 시청자들은 이것이 전개에 맞게 녹아들지 못해 몰입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표현 수위도 아쉬웠다. 정통 첩보물을 표방하는 ‘검은 태양’은 얽히고설킨 비밀을 풀어가는 재미도 있었지만, 10kg을 증량한 남궁민의 과감한 액션을 보는 흥미도 있었다. 그럼에도 지상파 심의를 감안해 정제된 표현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웨이브를 통해 무삭제판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이를 극복했으나, 이는 지상파 드라마의 한계를 드러내게 된 사례가 되기도 했다.
예능프로그램들도 마찬가지다. 헤어진, 또는 이별을 앞둔 연인들이 모여 지나간 사랑을 되짚으며 새로운 사랑을 찾아 나가는 과정을 그린 티빙의 ‘환승연애’와 카카오TV의 ‘체인지 데이즈’는 파격적인 설정 그 자체만으로도 화제였다.
여기에 ‘환승연애’는 시청자들의 반응에 힘입어 2시간이 넘는 길이의 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했고, 이를 통해 시청자들을 더욱 몰입하게 만들기도 했다. 소재의 과감성은 물론, 편성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OTT의 특성을 영리하게 활용하며 시청자들의 열광을 끌어냈었다.
제작비 규모가 다른 만큼 CG 완성도나 PPL은 각 방송사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되기도 한다. 심의 규정의 차이도 있어 소재나 표현 역시도 OTT와 비교하면 실망스러운 부분이 생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미 OTT 시리즈물을 접한 시청자들은 더욱 엄격한 잣대로 콘텐츠들을 평가하고 있다. 눈높이는 높아지고, 지적의 깊이도 깊어졌다. 또한 이제는 시청자들도 목소리를 내길 주저하지 않는 상황에서 각 방송사들도 더욱 많은 고민들을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