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성 영장청구 무리수…"빨리 강제수사 하라" 여권 압박 의식했다는 비난 봇물
원희룡 "또 '어용수사기관' 비판 불가피… 야당 경선개입 의혹만 더욱 키워"
변호사 "윤석열 견제구에 혈안 돼 있는 여당에 부화뇌동하던 공수처, 결국 무리수 자초"
'제보사주' 수사로 정치적 중립성 논란 덜 수 있을까…고질적 인력난 '발목'
법원이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는 손준성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해 조급하게 수사를 벌였다는 '정치적 편향성' 논란과 비판이 거듭 점화되면서, 여권 인사가 연루된 '제보 사주' 수사로 비난을 불식시켜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이세창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6일 손 검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한 뒤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며 공수처가 청구한 영장을 기각했다.
법조계는 처음부터 공수처의 영장 청구가 통상적 수사 절차를 벗어난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손 검사에 대한 체포영장이 기각되자 추가로 조사를 벌이지 않고,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침해하고 영장 청구를 남용했다는 것이다.
특히 공수처가 여권의 반응을 의식한 탓에 조급하게 영장을 청구했다는 지적이 쇄도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왜 공수처는 손준성과 김웅을 빨리빨리 소환해서 수사하지 않느냐"며 "즉각 강제 수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거세게 압박했고, 공수처는 다음날 전례없는 속도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번 영장 기각으로 공수처는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확정되는 내달 5일 이전에 고발사주 수사를 마무리 짓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게 됐다. 가뜩이나 출범 이래로 '정치 편향', '정권 수호처' 비난을 받아온 공수처가 이제는 대선에 개입한다는 비판까지 받게 된 셈이다.
실제로 원희룡 후보 캠프는 27일 논평을 내고 "공수처가 출범 당시부터 제기됐던 '어용 수사기관'이라는 비판을 또 피할 수 없게 됐다"며 "공수처의 무리수가 야당 경선에 개입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고 맹공을 가했다.
서울중앙지검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어떻게든 야권 대선 후보인 윤 전 총장에 견제구를 넣으려는 여당과 여기에 부화뇌동해 수사 성과를 보여주려는 데만 급급하던 공수처가 결국 무리수를 자초했다"며 "정치적 판단을 배제하고 철저히 수사 결과로만 말하는 것이 공수처가 존립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정치적 편향 및 수사력 논란을 공수처가 해소하기 위해서는 여권 인사가 연루된 '제보사주' 의혹 수사에서 성과를 도출하는 것 외에는 별 다른 복안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달 윤석열 캠프는 박지원 국정원장과 조성은씨가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언론사에 제보를 모의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공수처에 제출했다.
공수처는 지난 6일 박 원장을 입건하고 정식 수사에 착수했지만 20여 일이 지난 현재까지 수사 성과가 가시화된 것은 없는 상황이다. 윤 전 총장 등 야권 인사가 연루된 고발사주 수사에는 총력을 기울이면서, 여권 인사를 겨냥한 제보사주 수사는 고의로 방치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이와 관련해 공수처 관계자는 "제보사주 건 역시 입건 이후 정상적으로 수사가 진행되는 중"이라며 "성과가 표면화되지 않았다고 수사를 안 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수처는 고발사주·제보사주 의혹 외에도 기존에 접수된 사건들에 대한 수사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어 제한된 검사 인력으로 더 이상 수사에 속도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공수처에서 처장과 차장을 제외한 수사 검사는 총 13명으로 공수처법이 규정한 정원인 25명의 절반에 불과했다. 28일부로 뒤늦게 검사 8명이 충원 되긴 하지만, 법무연수원 실무교육 등 필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본격적인 실전 배치는 올 연말에나 이뤄질 전망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최근 열린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경기도 지사의 '변호사 비용 대납 의혹'을 공수처가 나서서 수사해야 한다는 야당 의원들의 비판에 "법 개정을 통해 인력을 늘려주시면 여지가 있을 수 있다"며 간접적으로 인력난을 호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