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키퍼 수석부사장, 6월 노조 미국 방문시 답방 약속
'10년 생산유지' 약속 종료되는 2030년 이후 비전 제시 여부 촉각
미국 제너럴모터스(GM) 2인자인 스티븐 키퍼 수석부사장 겸 GMI(해외사업부문) 대표가 내달 초 한국GM을 방문한다. 그의 손에 전기차 생산물량 배정 등 한국GM의 중장기 비전에 대한 ‘선물보따리’가 들려 있을지 관심이다.
20일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한국GM 노조)에 따르면 키퍼 수석부사장은 내달 초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GM 공장과 노동조합을 방문할 예정이다.
당초 8월 방한 일정을 검토하다 당시 한국GM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노조 찬반 투표에서 부결됨에 따라 연기됐다.
회사측은 “아직 GM 본사측으로부터 일정을 통보받은 게 없다”고 했지만 노조는 “방문 일정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이번 방문은 지난 6월 미국 디트로이트 본사에서 한국GM 노사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온 약속이다.
당시 한국에서의 전기차 생산 등 중장기 비전을 밝혀 달라는 한국GM 노조의 요청에 키퍼 수석부사장은 “GM본사 경영진들은 2030년 한국공장의 비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서 “분명한 비전과 분명한 미래가 담보돼야 하며 노사협력이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키퍼 수석부사장은 또 “부평공장의 GM 내 전략적 위치와 가치에 대해 평가하고 향후 부평공장을 포함한 한국공장을 직접 방문해 생산현장을 둘러보고 싶다”며 한국 방문 계획을 언급했다.
키퍼 수석부사장이 언급한 ‘2030년 한국공장의 비전’은 한국GM의 생존을 좌우할 만한 GM의 의사결정을 의미한다.
GM은 지난 2018년 산업은행을 통해 공적자금을 지원받는 대가로 ‘향후 10년간 생산 및 고용 유지’를 약속했다. 이 약속은 2028년으로 끝난다.
물론 그 이후 GM이 한국에서 철수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GM의 해외 생산기지로서의 가치가 높지 않을 경우 굳이 한국에서 사업을 지속할 의무는 사라지는 셈이다.
한국GM은 현재 부평공장에서 트레일블레이저, 트랙스, 말리부 등 3개 차종을, 창원공장에서 경차 스파크 1개 차종을 생산하고 있다.
GM의 전기차 및 RV 중심 포트폴리오 재편 계획에 따라 이들 중 말리부와 스파크는 현재 운영되는 모델의 생애주기가 끝나면 후속 모델 개발 없이 단종될 가능성이 높다. 트랙스 역시 지금은 트레일블레이저와 같이 생산‧판매되고 있지만 같은 소형 SUV 차급에 두 차종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는 없다.
한국GM에 새로 투입이 계획된 차종은 내년 말부터 창원공장에서 생산되는 글로벌 신형 CUV가 유일하다. 트레일블레이저와 신형 CUV 두 차종만 남는 것은 시간 문제다.
특히 전기차 전환이 급속도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한국GM에 생산이 배정된 전기차가 전무하다는 것은 더욱 비관적이다.
결국 GM으로부터 전기차 생산 배정을 비롯한 2030년 이후의 비전을 약속받는 게 한국GM으로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키퍼 수석부사장의 이번 방문에 시선이 모아지는 이유다.
한국GM 노조는 “위기가 고조되는 현실 속에 진행될 키퍼 수석부사장의 이번 방문은 현장의 미래를 키우는 마중물이며 미래비전 확보를 위한 소중한 발걸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