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조야, '文정부는 親中' 평가
韓 보수후보, '美 밀착' 의지
日, 韓 보수후보가 '박근혜 유산'
계승하길 기대하는 분위기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반년 정도 남았다. 정권 교체 가능성을 두고 국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가운데 한반도를 바라보는 외부 시선도 예사롭지 않다.
워싱턴 조야에는 중국과 사실상 국경을 맞댄 한국의 '지정학적 어려움'을 공감하는 분위기가 있다. 바꿀 수 없는 '구조적 여건'에 기꺼이 고개를 끄덕이는 셈이지만,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평가는 냉혹하다.
대다수 미국 전문가들은 문 정부를 '친중 정부'로 규정한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한 인사는 "한국 리더십이 진보로 바뀌어 미국·일본과의 관계에 안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까지 했다. 문 정부가 '70년 동맹'을 배려하기보단 중국 눈치보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한미는 지난 5월 정상회담을 통해 "동맹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새로 쓰이는 동맹 페이지에 '알맹이'로 평가되는 군사분야는 빠져있다. 문 정부는 미국·일본·호주·인도 간 협의체인 쿼드(Quad) 참여에 선을 그었고, 북한 눈치에 한미연합훈련 축소·취소까지 요구했다. 동맹의 역할 확대를 기대하는 미국 입장에선 달가울 리 없다.
한데 한국 보수 대선후보들은 쿼드 가입, 실기동 연합훈련 재개는 물론 '사드(THAAD) 3불' 폐기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다. 문 정부는 지난 2017년 △사드 추가배치를 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도 결성하지 않다는 사드 3불을 중국 측에 '구두 언급'했다. 미국의 대중국 군사견제 구상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공개 표명한 셈이지만, 차기 유력 대선주자가 폐기 가능성까지 거론했으니 미국 입장에선 얼마나 반갑겠나.
미국과 사사건건 호흡을 같이하고 있는 일본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문 정부 관계자들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과 일본의 국익은 다르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펴왔다. 미국과 일본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상황에서 두어 발짝 물러선 한국의 입지를 '2류 동맹'으로 규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일본 전문가들은 '물러선 한국'을 우려하다 못해 걱정하고 있다.
미일동맹이 한반도 유사시 '든든한 후방자원'이라는 점은 누구나 아는 얘기다. 문제는 미일이 최근 주무대를 한반도에서 대만 일대로 옮기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한미·미일 정상회담에 대만 이슈가 모두 언급된 만큼 향후 파급효과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일본 전문가들은 한반도에 대한 미일의 주목도가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한국이 미일 최대 관심사인 중국 견제에 동참해 발언권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한일관계 '최대 난제'인 위안부·강제징용 이슈와 관련해선 "한국 보수 대통령이 당선되면 분위기가 달라지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감지된다. 합의를 사실상 부정했던 문 정부와 달리 보수 정권은 '박근혜 정부 유산'을 어떻게든 '계승'할 것이라 보는 분위기다.
실제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취임 첫 통화에서 위안부·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한 "한국 측의 적절한 대응을 강력히 요구"하며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미국과 일본이 '선호'한다고 해서 보수후보가 당선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보수후보 당선이 국익에 부합한다는 주장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미중경쟁 파고 속에서 국익을 최대화할 외교안보 공약을 마련하려면 민주적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과 일본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 부동산 의혹과 구시대적 스캔들로 얼룩져가는 이번 대선에서 그런 후보가 있는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