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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웃기면 그만’이었던 코미디가 달라졌다


입력 2021.10.08 14:00 수정 2021.10.08 11:02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20대 사회초년생 모사한 '인턴기자 주현영' 인기

'편견' 보단 '공감'에 초점 맞춰

쿠팡플레이 ‘SNL코리아’의 ‘인턴기자 주현영’ 코너가 회차를 거듭하면서 탁월한 모방 능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20대 사회초년생의 말투와 몸짓 등의 특징을 포착해 연기하면서 당사자 세대인 20대의 공감을 사는 것은 물론, 기성세대들도 주변 20대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했다며 놀라워했다.


ⓒ쿠팡플레이

현재 쿠팡플레이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해당 코너의 하이라이트 영상만 봐도 그 인기를 실감케 한다. 7일 오전 기준 1~4회차 방송분의 하이라이트 조회수는 각각 544만회, 347만회, 258만회, 118만회를 기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당 코너를 바탕으로 생산된 부가 콘텐츠들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처음부터 이 코너가 공감의 대상이 됐던 건 아니다. ‘위켄드 업데이트’ 코너를 통해 처음 등장했던 이 코너에서는 연기에 대한 호평과 동시에 프로그램이 사회초년생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여성 무능 프레임’을 씌웠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논쟁이 벌어졌다. 여성이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해 공적인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성고정관념을 내세워, 여성사회초년생들을 조롱, 희화화했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회차가 거듭되자 주현영의 캐릭터는 단순히 ‘여성’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사회초년생’의 한 사람으로 절박함을 그려내는데 집중했다. 덕분에 기존 여성을 조롱하고 희화화했다는 지적을 받았던 그의 화법이나 몸짓, 표정, 발성은 오히려 사회초년생을 탁월하게 모방했다는 평으로 바뀌었다.


‘인턴기자 주현영’을 둔 이 같은 과정은, 시청자들이 코미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기존엔 ‘웃기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이제 대중들은 사회적 약자를 희화화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부적절한 사용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의식이 달라짐에 따라 코미디도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 예로 장동민은 사회적약자를 소재로 한 개그를 여러 차례 선보인 코미디언으로 꼽힌다. 2013년부터 유세윤, 유상무와 함께 진행한 팟캐스트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를 통해 여러 차례 혐오 발언을 해 비판을 받았다. 군생활 당시 폭력을 행사했던 경험을 무용담처럼 떠벌리기도 했고, 여성혐오 발언도 서슴지 않고 내뱉었다. 특히 이 방송에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생존자를 조롱하면서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일부 프로그램에서는 하차했지만, 장동민은 대부분의 방송 활동을 이어갔다. 특히 장동민에 가장 먼저 면죄부를 줬던 tvN ‘코미디 빅리그’에서는 또 한 번 논란이 불거졌다. 코너 ‘충청도의 힘’에서 장동민은 한부모가정 자녀를 조롱하는 콩트를 선보였고, 이 안에선 노인비하, 이혼가정에 대한 부정적 모사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아동성추행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결국 논란이 커진 후에야 해당 코너는 폐지됐다.


이런 사태들이 발생하자 최근에는 코미디언들 자체적으로 희화화보단 공감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한 코미디 관계자는 “기존엔 ‘코미디=웃기는 연기’라는 인식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회 분위기가 달라지고 윤리적 잣대가 높아진 만큼 코미디언들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면서 “과거에 코미디언들이 자신의 외모를 낮추고, 외모를 품평하는 등의 개그가 많았지만 지금은 그것 역시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겨 이런 류의 코미디는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특히 “사회적약자를 다루는데 있어서는 더욱 조심하고 있는 분위기다. 앞서 이와 관련한 여러 논란들이 있었던 것처럼, 혹여 의도치 않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코미디언들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하고 있다”며 “자유롭게 풍자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더 많은 소재들이 등장해야하지만, 사회 분위기에 맞춰 예민한 소재는 조심해서 다룰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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