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 "고용위기 25년간 이어져…새 정부 부담 더 커"
"연공형 이중노동시장의 직무형 단일노동시장 전환 필요"
20여년간 지속된 만성적 고용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근원적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는 30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데일리안 2021 경제산업비전포럼’ 토론에서 “그동안 진보정권 10년, 보수정권 9년 동안 반복적인 고용위기 극복에 매여 근원적인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노사관계 혁신에 소홀 했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최 교수는 “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어려워지고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어도 불안정한 상태의 고용의 양적‧질적 위기가 25년 정도 지속됐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다음 정부가 지금까지보다 더 큰 부담을 짊어지게 될 것이라며 디지털 전환과 기후위기 대응,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요구되는 경제회복과 고용회복 등 3중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한국이 G7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은 시기에 와 있는데, 교착 상태에서 너무 오래 끌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면서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려면 파괴적 혁신을 거쳐야 하고, 고용노동 문제가 혁신의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고용노동 정책에 대해 “과거 진보정부는 친노동이되 전략적이었지만, 문재인 정부는 친노동 일변도였다”면서 “친노동을 하더라도 정부가 할 일을 해야되는데, ‘예쁜오빠 콤플렉스’에 빠져 너무 선물 주기에만 급급했다”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구체적으로 문 정부에서 추진했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을 언급한 뒤 “양극화와 불완전고용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개입할 수는 있지만, 선물을 주면서 정부가 요구할 걸 요구해야 되는데, 그걸 안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저임금 정책과 관련해서는 “자영업자와 중소 상공인들에게 굉장히 치명적 위기를 초래할 게 자명한 정책이었는데, 그 부분에 대응해 생산성 업그레이드, 자영업 전업‧전직 지원 등에 대한 투자가 없었던 게 문제”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문제 역시 “25년간 비정규직이 늘어난 건 시장 자체가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였기 때문”이라며 “무조건 정규직화만 밀어붙일 게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시장을 전문직 노동시장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새 정부의 고용노동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적극적 고용전략을 펴되, 지속가능한 일자리 정책을 펼쳐야 한다”면서 “돌봄, 교육 등에 적극적 재정 투자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 교수는 노동시장 구조개혁 방향에 대해 “근로기준법 24조의 경영상 해고조항을 대폭 수정해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는 식으로 강력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실현되긴 쉽지 않다”면서 다양한 방식을 통한 타협으로 문제점들을 해결할 것을 제안했다.
최우선 과제로 ‘연공형 이중노동시장의 직무형 단일노동시장 전환’을 제시했다.
최 교수는 “연공주의 패러다임, 기수문화 연령에 따른 대접, 이런 문화를 고쳐야 된다”면서 “인사와 임금 등 연공주의에서 직무주의 성과주의로 노동시장 구조를 바꿔야 여성 경력단절을 줄이고, 청년 일자리를 늘리고, 고령자들이 명퇴에 전전긍긍하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 번에 한 두 가지 메뉴로 될 수 있는 게 아니고, 정부가 주도하고 노사가 협력하면서 10~15년간 꾸준히 추진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차기 정부 출범에 앞서 인수위 차원에서 노사정 타협을 시도하는 방안도 거론했다.
그는 “다음 정부는 노동계에 대해 제대로 손을 보겠다는 입장일 수도 있고 타협을 제대로 해보자는 입장일 수도 있겠지만, 양극단의 중간 지점 어디엔가 해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선이 되고 나면 당선자 신분으로 두 달 동안 인수위 활동을 하는 데 가장 힘이 셀 때인 이 기간 동안 타협적 해법을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노사와 야당 역시 당선자가 하겠다고 하면 더 협조적이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