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항미사일, 日 본토 타격 가능
김정은, 올해 초 8차 당대회서
"위협 세력의 안보 불안정" 공언
북한이 지난 주말 이틀에 걸쳐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고 밝혔다.
북미가 '적대시 정책 철회'와 '조건 없는 대화'의 평행선을 이어가는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초 제8차 노동당대회를 통해 공언한 '위협세력의 안보 불안정'을 구체화하며 미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13일 "국방과학원이 지난 11일과 12일 새로 개발한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며 "발사된 장거리 순항미사일들은 우리 국가의 영토와 영해 상공에 설정된 타원 및 8자형 비행궤도를 따라 7580초(2시간6분20초)를 비행해 1500㎞ 계선의 표적을 명중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방과학 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 중점 목표 달성에 커다란 의의를 가지는 전략무기인 장거리 순항미사일 개발 사업이 지난 2년간 과학적이며 믿음직한 무기체계 개발 공정에 따라 추진되어 왔다"며 이번 시험발사가 꾸준한 군사역량 강화의 결과물이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순항미사일, 안보리 결의와 무관
日서 본토타격 우려 제기돼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며 도발 수위를 조절한 모양새지만, 사거리 등을 감안하면 역내 안보환경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당대회에서 언급한 바 있는 '위협 세력에 대한 안보 불안정'이 이번 시험발사를 계기로 본격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8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결산보고)에서 소형 전술핵 개발 의지 등을 피력하며 "우리의 국가방위력이 적대 세력들의 위협을 영토 밖에서 선제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선 것만큼 앞으로 조선반도(한반도)의 정세격화는 곧 우리를 위협하는 세력들의 안보불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당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한국뿐 아니라 일본 등을 포함한 본토 교전 능력을 강조한 것일 수 있다"고 평가했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미국 등을 겨냥한 군사 역량 과시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평가다.
당장 이번 순항미사일과 관련해 일본 내에선 본토 타격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나가이와 도시미치 전 항공자위대 항공지원집단사령관은 NHK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탄도미사일과 달리 북한의 순항미사일에 대해서는 충분한 정보가 없어 신빙성을 포함해 평가하기 어렵다"면서도 "1500㎞를 비행할 능력이 있다면 도쿄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다 요지 전 해상자위대 자위함대사령관은 "비행거리를 보면 분명 한반도가 아니라 일본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며 "일본과 주일미군에 새로운 위협이 되며 군사적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北, 무기체계 시험 지속 가능성"
베이징올림픽 고려해 수위조절할 수도
전문가들은 최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각각 한미를 겨냥한 담화를 발표했다는 데 주목하며 향후 추가 도발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김영철 부장은 우리나라를 향해 '안보위기를 시시각각 느끼게 해주겠다'고 했고, 김여정 부부장은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절대적 억제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전통 우호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북한 대변인' 노릇을 하고 있는 만큼,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레드라인'을 넘는 도발까지 감행하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해 지난 8월 10일(김여정 담화)과 11일(김영철 담화) 사실상 무력도발을 예고한 바 있다"며 "해당 담화 내용은 북한 주민에게 공개돼 어떤 형태로든 마무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김 위원장이 당대회 당시 직접 지시한 각종 무기체계 개발이 '5개년 계획'으로 제도화됐다며 "제도화된 계획은 지속성을 담보한다. 북한이 앞으로도 무기체계 시험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내년 2월 베이징 올림픽을 감안해 연말 전까지 발사(도발)하고, (올림픽) 기간 중에는 자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지속적인 국방력 강화 차원에서 당 창건일(10월10일) 전후 무력시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 완화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고강도 도발 가능성은 낮다. 특히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군사적 행위는 자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