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대기업 집단서 21개 사익편취 사각지대 회사 등장
공정위, IT대기업 총수 2세 지분·사익편취 집중 감시 예고
빅테크 문어발 확장 막을 규제 필요성 제기…"낡은 규제는 개선해야" 지적도
국내 IT대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재벌 반열에 오르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지배구조 집중 감시에 나선 가운데, 빅테크 기업들의 문어발 확장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면, 업계에서는 이같은 공정위의 규제가 IT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낡은 족쇄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공정위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71개 대기업 주식 소유 현황에 따르면 IT주력집단의 경우 카카오 (2개), 넥슨 (3개), 넷마블 (16개) 3개 집단에서 총 21개의 사익편취규제 사각지대 회사가 존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각지대회사는 총수 일가 보유지분이 20~30% 미만인 상장사, 총수 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인 회사(상장·비상장 모두 포함)가 50%를 초과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를 말한다.
특히 이들 IT기업 가운데 총수 2세가 지분을 보유한 사례가 늘어나 공정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넥슨은 지주회사 엔엑스씨(NXC) 지분을 김정주 창업주의 두 자녀가 0.7%씩 각각 보유하고 있고, 이들이 지분 50%씩 보유한 와이즈키즈는 엔엑스씨의 지분 1.7%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지난 1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가족에게 주식 증여를 하면서 총수 2세가 지분을 보유한 IT대기업에 카카오도 추가됐다. 김범수 의장의 두 자녀는 카카오 지분을 각각 0.06%씩 보유 중이다. 올해 들어 카카오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이들 자녀의 지분가치도 크게 뛰었다.
또 공정위는 네이버(4개)와 카카오(3개), 넥슨(3개) 등 IT 기업도 다수의 해외 계열사가 국내 계열사에 출자하고 있는 것을 두고 우회적 지배력 확장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가 IT대기업들을 겨냥하고 나선 것은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이 매섭게 성장하면서 국내 시가총액 3~4위를 다투는 재벌 반열로 올라섰고, 넥슨, 넷마블 등 게임사들도 외연을 넓히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번 공정위의 발표로 문어발 확장에 대한 정교한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들 빅테크 기업들이 사업을 확장할수록 골목상권 침해 등 각계업계과 마찰을 빚고 있어, 이를 막을 법적 장치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지속 제기되고 있어서다.
특히 카카오는 산업 전방위로 침투해 인수합병(M&A) 전략으로 계열사를 100개 넘게 늘려 시장에 진출한 뒤, 시장을 독점하는 전략으로 ‘문어발 확장’에 나서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호출 요금을 기존 2000원에서 5000원까지 인상한 뒤, 전기자전거 요금 인상 계획까지 발표했다가 뭇매를 맞고 철회한 바 있다.
특히 스타트업들은 이같은 빅테크 기업들의 문어발 확장이 성장 기회를 뺏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관계자는 "스타트업들 입장에서 빅테크 기업들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스타트업들의 유사 서비스를 M&A나 정당한 대가 없이 가져가는 것과, 인수합병 과정이 무작정 계열사로 편입시키는 방식인 것에 대해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같은 공정위의 규제가 IT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낡은 규제로, 유연한 사업 전략이 필요한 IT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IT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커진다고 해서 재벌 규제하듯이 IT대기업들을 규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실제로 IT대기업들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일감 몰아주기나 총수 사익편취 없이 투명한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정위가 대기업 집단으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낡은 규제로 , 글로벌 기준에 맞춰 규제를 재정비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다만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가 과거 재벌 형태로 확장을 하고 있는데 이같은 독점적 형태를 사후에 규제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