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외 상관의 2차 가해 정황
사건 발생 7개월 뒤에야 수사 진행
공군과 해군에 이어 육군에서도 성추행 피해를 입은 여부사관이 2차 가해를 겪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24일 육군 등에 따르면, 피해자인 A하사는 지난해 4월 임관 후 부대로 전입한 지 일주일 만에 직속상관인 B중사로부터 "교제를 하자"는 이야기를 들었다. A하사는 정중하게 거절했지만, B중사는 강제추행·성희롱 등을 일삼았다. 심지어 업무 보복과 협박까지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A하사는 4개월 뒤인 8월 초 부대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고, B중사는 즉각 다른 부대로 전출됐다. B중사는 한 달 뒤 중징계(해임)를 받고 전역조치 됐지만, 형사처벌은 받지 않았다.
관련 사안에 대한 본격적 수사는 A하사가 민간인이 된 가해자를 고소한 지난 11월에서야 이뤄졌다. 수원지검은 지난 6월 가해자를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상태다.
군 당국은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조치는 신고 접수 바로 다음 날 바로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사건 인지 당시 피해자의 고소 의사가 확인되지 않아 징계 절차를 우선 밟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성폭력 사건은 신고 자체가 고소 의사로 간주돼 궁색한 해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A하사는 2차 가해 등을 겪으며 여러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며, 현재 정신병원에 입원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측 "2차 가해 발생…1년 넘게 고통 겪어"
피해자 측은 사건 처리 과정에서 소속 부대와 사단 법무실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피해자 언니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남긴 글에서 "동생이 성추행 신고를 한 후 부대 내에서 '부대 분위기 흐리지 말고 떠나라'고 비난하는 간부들, '성적으로 문란하다'는 헛소문을 내는 간부까지 생기며 2차 가해가 이어졌다"고 밝혔다. 가해자 외 상관들의 2차 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피해자 언니는 "다양한 2차 가해로 결국 부대 전출을 택했다"면서도 "건강했던 동생은 스트레스로 인한 잦은 기절·구토·하혈·탈모·불면·공황을 가진 채 1년 넘도록 고통 속에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언니는 성추행 피해 뒤 2차 가해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중사 사건을 계기로 지난 6월 운영된 '군 성폭력 특별신고기간'에 동생 사례를 군 당국에 신고했다.
군 관계자는 "현재 육군본부 중앙수사대에서 2차 가해를 포함해 당시 수사 및 형사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부분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