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선 주자들, 당 행사 연일 불참
경쟁자들 비판 "원팀에 진지함 없어"
李, 일단 감싸기…"체제 자리 잡힐 것"
소통 능력·중립적 균형감 중요 요소로
차기 대선 경선 버스가 출발도 하기 전부터 국민의힘 주자들의 '원팀 정신'이 삐끗하는 모습이다. 당 지도부가 추진한 정치 일정에 유력 주자들이 불참하며 잡음이 새어나오는 탓이다. 이준석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5일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가 추진하고 이 대표가 참석한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후보 전체회의에는 현재까지 출마 의사를 밝힌 13인의 예비후보 중 9인(김태호·안상수·원희룡·유승민·윤희숙·장기표·장성민·하태경·황교안)만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회의에 불참한 박진·윤석열·최재형·홍준표 후보 및 유승민 후보는 전날 열린 쪽방촌 봉사활동 현장에서도 얼굴을 찾아볼 수 없었다.
사전에 개인 일정을 이유로 불가피한 불참에 대한 양해를 구한 후보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대표 주관 행사에 이틀 연속 자리를 비우는 것은 지도부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당 안 팎에서 제기됐다.
경쟁 주자들도 이들의 불참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하태경 후보는 윤석열·최재형·홍준표 후보를 겨냥해 "새로 입당한 두 분과 그렇게 복당을 간곡히 요청한 분까지 당의 공식 레이스가 시작되자마자 밖으로 돌고 있다. 각자 개인플레이를 할 거면 입당을 왜 했나"라고 지적했다.
또 "정당 정치의 기초가 없이 '세 몰이'를 하게 되면 모래성에 불과하다. 누가 집권하든 제왕적 대통령이 되지 않기 위해선 당을 존중하고 함께 가야 하는 것"이라 덧붙였다.
원희룡 후보도 "새로 들어온 윤석열·최재형 후보는 높은 지지율을 받고 있지만 과연 정치와 대통령이라는 걸 어떻게 이해하고 입당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당의 간판이 필요해서 들어온 것인지, 당에서 원팀이 돼 해야할 일에 대한 어떠한 성의나 진지함이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안상수 후보 또한 "후보들이 당을 '개무시'하고 이 대표를 무시한다"며 "엊그제도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없는데 입당을 하겠다고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전 총장이 이 대표가 지방 일정으로 서울에 부재한 상태에서 기습 입당을 한 점을 겨냥한 것이다.
이준석 대표는 우선 불참 후보들을 감싸는 모습이다. 직접적인 비판을 통해 논란을 확대시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경선후보 전체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후보들의 불참 사유가 공지된 경우도 있다. 오늘 불참 후보 중 한 분 같은 경우엔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과 저에게 여러 경로로 사전에 잡은 일정이 있어 미안하게 됐다고 알려온 것"이라며 "그런 분에 있어서 당연히 기존 일정을 취소하면서까지 당 행사에 참석하라 권하고 싶지 않다. 그런 부분은 앞으로 체제가 잘 자리 잡을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이 길어질 경우 당대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큰 만큼 논란을 조기에 종식시킬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실제 당 지도부가 주관하는 행사에 참석하는 것보다 개별 일정을 이어가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비판적 목소리도 고개를 들고 있다.
민동기 시사평론가는 이날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대선 주자들을 한데 묶어 캠페인을 하는 것보다는 따로 하는 게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며 "당 차원에서 공식 이벤트를 하는 것보다는 유력 후보들은 유력 후보 나름대로 일정을 좀 하는 게 맞다는 얘기가 있는 것"이라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대선 주자들과 지속적이고 긴밀한 소통을 통해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킴과 동시에 공정한 경선 룰을 마련해 관리자로서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유력 주자들을 향해 당내 현역 의원들이 앞다퉈 지지선언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이 대표가 고압적으로 휘어잡는다고 잡힐 상황도 아니다"라며 "윤석열·최재형 후보 등을 당에 입당시키는 것이 이 대표 리더십의 첫 시험대였는데 이를 통과하자마자 새로운 난관에 부딪힌 셈이다. 순리대로 풀어가는 이 대표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 언급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처음부터 공정한 룰을 통한 경선으로 대선후보들을 주목받게 하는 것이 이 대표에게 기대했던 역할 아니겠나"라며 "각각의 주자를 아우르는 이 대표의 소통 능력과 중립적인 균형감각이 중요한 요소로 부각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