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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코로나 사각지대 ③] 윤리와 여론 사이… 딜레마에 빠진 세계의 교정당국들


입력 2021.08.06 05:49 수정 2021.08.05 23:01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균을 배양하는 최적의 공간" 이란·프랑스·미국 등 조기 석방 결정…여론 강력 반발

수감자가 시민보다 먼저 백신 접종?…정서적 거부감 기승

지난해 이탈리아 로마의 레비비아 교도소 수감자들이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조치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인 후, 수감자 가족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뉴시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전역 교정시설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교정시설은 대표적인 '3밀 환경(밀폐·밀접·밀집)' 시설인 데다 위생상태도 열악해 코로나19 감염에 특히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각국 교정당국은 수감자 일부를 조기 석방하거나 백신 우선접종대상에 죄수를 포함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여론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미국 교도소 내 코로나19 감염 실태를 조사하는 마셜프로젝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수감자 130만 여명 가운데 27만여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됐고, 1700여명의 수감자가 코로나19로 사망했다. 또 교도소 내 코로나19 감염률은 미국 인구 전체 감염률 대비 4배 높고 치사율도 2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하이오 주의 마리온 교도소는 약 2500명의 수감자 중 80%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 뉴욕타임스는 "교도소의 수감자가 적정 인원을 한참 초과했다"고 지적하며 "균을 배양하는 최적의 공간"이라고 비판했다. 수감자들은 비좁은 감방에서 거리두기를 못한 채 빽빽하게 앉아 있었던 게 원인이었다.


미국 미시간주의 한 교정시설에서 복역한 마리오 스미스는 지난해 12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격리된 날 "목숨을 잃을까 두려웠다" 당시 심정을 전했다. 그는 천식·고혈압·당뇨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지만 의료적 지원을 거의 받지 못했다고 현지 언론을 통해 폭로했다.


지난해 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청사 앞에서 마스크를 쓴 시위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취약한 교도소와 이민자 수용소 등지에서 사람들을 풀어줄 것을 관계 당국에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뉴시스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자 각국에서는 궁여지책으로 경범죄자, 기저질환자 등을 중심으로 수감자들을 조기 석방해 교도소 과밀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중국,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았던 이란은 가장 먼저 수감자 석방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란은 지난 3월에만 약 8만5000명의 수감자를 풀어줬다.


유럽 주요국들도 수감자 조기 석방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 교정당국은 수용한도를 초과한 열악한 환경의 교도소 수감자 6000여명을 조기 석방하기로 했으며, 독일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린주도 형기 만료가 가까운 수형자 1000명을 석방하기로 했다. 단 강력범죄, 테러, 가정폭력범들은 제외했다.


미국 뉴욕주도 뉴욕시 교도소에서만 38명의 확진자가 발생하자 수감자들을 석방하는 결정을 내렸다. 캘리포니아주도 흉악범과 반복 강력범 등 7만6000명의 교도소 재소자들에 대해 조기 석방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 뉴저지주도 최대 1000명의 수감자를 순차적으로 석방한다는 방침이다.


코로나 19로 전국에 이동금지령이 내려지자 지난해 이탈리아 밀라노 산비토레 교도소 수감자들이 면회 재개를 요구하며 폭동을 일으켜 지붕 위에 올라가 시위를 벌이고 있다.ⓒ뉴시스

하지만 수감자 조기 석방에 대한 반발 여론이 만만치 않다는 게 문제다. 일부 수감자들이 동종 범죄나 보복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탈리아 정부는 교도소에 수감된 마피아 출신 죄수들까지 대거 석방해 가택 연금으로 돌렸다가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정부는 서둘러 마피아 조직원 석방 규정을 엄격하게 바꿨다.


또다른 방편으로는 백신 접종이 꼽힌다. 의학계는 감염과 전파에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백신을 최우선으로 접종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르면, 수감자들도 우선 접종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캐나다는 지난 1월부터 70세 이상, 약 600명의 수감자들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미국 뉴저지, 워싱턴 등 일부 주도 재소자들에게 접종을 시작했다. 코네티컷, 델라웨어, 뉴멕시코 등 7개주는 현장 의료진, 요양원 거주자 다음으로 재소자에게 접종 우선순위를 부여했다.


다만 수감자가 일반 시민보다 먼저 백신 접종을 맞는 데 대한 정서적 거부감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주는 고령층과 기저질환이 있는 시민보다 교도소 수감자에게 코로나19 백신을 먼저 접종하려던 계획을 세웠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결국 계획을 철회했다.


메릴랜드, 매사추세츠, 뉴저지 등도 여론의 반발을 무마하는 데 진땀을 뺐고 이스라엘은 60세 이상 수감자에 대한 백신 물량도 따로 확보했지만 공안장관이 죄수들에 대한 백신 접종 계획을 거부하면서 접종이 지연되기도 했다. 죄수도 사람이고 방역수칙에 따라 우선 접종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지만, 일반 노약자나 시민들 보다 죄를 지은 사람을 더 배려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의 딜레마에 전 세계가 시름하고 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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