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금융, 상반기 총 순익 10조원 전망
카뱅에 뒤쳐진 성장성, 대출 부실 우려↑
단순 이익 아닌 지속가능성장 고심해야
국내 금융지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주에 실적을 발표한 KB국민, 하나, 우리금융은 상반기 총 5조6700억원의 순이익을 벌어들였다. 오는 27일 실적 공개를 앞둔 신한금융지주와 NH농협지주까지 포함한 5대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의 올해 상반기 순익은 1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금융지주들의 괄목할만한 호실적은 은행의 이자이익 증가와 증권-카드-보험 등 비은행 부문의 실적 달성이 견인했다. 은행은 초저금리 기조로 대출 증가와 함께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됐다. 증권사는 넘치는 유동성이 불러일으킨 주식열풍으로 순익이 급증했다. 카드사들은 보복소비로 실적이 폭발했다. 뒤집어 말하면 ‘빚투(빚내서 투자)•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금융지주가 떼돈을 벌어들였다는 소리다.
일각에서는 역대급 부채로 금융지주들의 주머니만 두둑해졌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금융지주 역시 마냥 웃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반으로 4대금융이 첫 동시배당을 예고하고 나섰지만, ‘돈잔치’ 이면에는 카카오뱅크를 견제하기 위한 지주사들의 고민이 깔려있다.
상장을 눈앞에 둔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18조원대로 하나와 우리금융지주를 가뿐히 넘어선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순이익이 1136억원임을 고려하면, 시장이 기존 금융지주의 미래 성장성에 탐탁치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최대 실적을 갱신했음에도 지주들의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대출 부실은 더 큰 문제이다. 빚더미를 깔고 달성한 실적인만큼, 유동성 회수가 진행되면 ‘금융불균형’의 여파가 금융권까지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우려가 되는 부분은 중소기업(소상공인 포함) 대출이다. 은행들이 코로나19 사태로 현재까지 지원한 대출규모는 108조원에 육박한다. 당초 계획은 오는 9월말 대출만기 및 이자상환 유예조치가 종료되는 것이었으나,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재연장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번이 3번째 연장이다.
역대급 실적을 거둔 은행들은 이를 외면할 명분도 없다. 다만 재연장이 진행되면 이자도 제대로 못내는 좀비기업들의 잠재 부실 위험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앞서 지난해 9월과 올해 3월 두 차례 연장과정에서 은행권은 재무상황이 부실한 한계기업에 대한 우려를 표출한 바 있다.
금융지주사들이 최대 이익 달성에도 눈치를 보고 속앓이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이러닉하게도 돈을 많이 벌수록 리스크도 커지는 상황이다. 각 지주사들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