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제품 수요 부진에 정유사 가동률 아직도 70% 초반
글로벌 수요 증가로 개선 기대감…변이 바이러스는 '변수'
정유사들의 공장 가동률이 70% 초반 수준에 그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부터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달엔 전체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정제 설비 가동을 중단했다.
정유사들은 하반기 수요 회복을 전망하기 어렵지만 주요 에너지 기관들의 긍정적인 전망과 글로벌 항공 이용 건수가 늘고 있는 데 희망을 걸고 있다.
27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의 올해 6월 평균 가동률은 71.9%로 전년 동기 75.41% 보다 3.51%p 하락했다. 올해 들어 세 번째로 낮은 수치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5월 평균 가동률(79.62%)과 비교하면 격차(4.21%p)는 더 벌어진다. 석유제품 수요가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유사들은 수요 부진에 정제설비 가동률을 낮추는 방식으로 석유제품 생산량을 조절해왔다. 지난해 상반기 석유제품 생산량은 5억9014만5000배럴(bbl)이었으나 올해 상반기엔 이 보다 4.9% 적은 5억6119만5000배럴을 나타냈다.
전체 생산량은 줄었지만 석유제품 소비량과 수출량은 최근 들어 차량용 연료를 중심으로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6월 국내 석유제품 소비량은 7737만1000배럴로 전년 동월 보다 8.0% 증가했다. 제품 소비량은 5월 감소세를 나타낸 뒤 6월 들어 증가세로 전환됐다.
차량용 연료인 휘발유(가솔린), 경유(디젤)의 6월 소비량은 전년 동월 보다 각각 5.9%, 2.9% 증가하며 전체 소비량을 견인했다. 이들 경질유가 전체 석유제품 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9.3%다.
항공유 역시 항공기 운항 편수 증가로 6월 소비량이 전년 동월 보다 5.0% 늘었다. 항공유는 지난 3월부터 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수출량도 소폭이나마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6월 석유제품 수출량은 3548만8000배럴로, 전년 동월 보다 0.2% 증가했다. 특히 수출금액이 크게 증가하면서 석유제품 수출 단가는 지난해 보다 80% 가량 급등했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이동제한 조치로 1~4월 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던 항공유는 5월·6월 두 달간 증가세로 전환됐다. 항공유 비중은 전체 석유제품 수출에서 16.5%를 차지한다.
정유업계는 대규모 글로벌 인프라 정책과 함께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따른 집단면역 효과 등으로 하반기부터 업황 회복세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기관들은 석유 제품 수요가 올 하반기부터 증가해 내년에는 코로나 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7월 보고서(MOMR)를 통해 내년 글로벌 석유 수요가 하루 평균 9986만 배럴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 전망치인 9658만 배럴 보다 3.4%( 328만 배럴), 2019년 평균치인 9976만 배럴 대비로는 0.1%(10만 배럴) 각각 많은 수치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이달 보고서(Oil Market Report)에서 내년 평균 석유 수요를 전년 보다 3.1% 늘어난 9945만배럴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석유 수요 보다는 0.4% 적다.
글로벌 항공 이용객이 증가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미국 교통안전청에 따르면 지난 18일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항공객은 222만7704명을 기록했다. 220만명을 넘어선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올해 1월 평균 76만명 수준이던 항공객은 꾸준히 증가하며 지난달엔 200만명을 넘어섰다. 미국 절반이 넘는 성인이 백신 접종을 마치면서 항공유 등 석유제품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만큼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장기화로 석유제품 수요가 뚜렷하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변이 바이러스 확산 추이에 따라 경기 회복 속도도 둔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