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12번 언급, 기본소득은 한 번
'공정성장과 투자국가'로 방향전환
정책검증 예봉 피했지만, 논란 계속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공정성장’이 자신의 주요 정책임을 재차 강조했다. 그간 브랜드 정책으로 내세웠던 기본소득은 경제적 기본권을 실현하는 하위 수단으로 위치시켰다. 재원조달 등 정책 검증의 예봉을 피했지만, ‘말 바꾸기를 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7일 경기도 파주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정책 언박싱’ 행사에 참석한 이 지사는 “억강부약, 강자의 욕망을 절제하고 약자를 보듬는다. 대동세상, 함께 잘 사는 그런 세상. 이것이 바로 정치이고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확신한다”며 브리핑을 시작했다.
첫 번째 화두로 꺼낸 것은 “공정성장”이었다. 이 지사는 “경쟁에 지치고 좌절하는 분이 많다. 불평등과 불공정에 의한 저성장과 기회 부족이 원인”이라며 “우리의 과제는 분명하다. 첫째는 공정을 통한 성장, 성장을 통한 공정. 즉 공정성장”이라고 말했다.
둘째는 세계적 대전환의 위기를 극복할 ‘강한 투자국가’를 제시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 △대대적인 인프라 확충 △강력한 산업‧경제 재편 △미래 인재 양성 △대규모 과학기술 투자 △획기적인 규제 합리화 △민간투자와 기업 활동 보장 등을 언급했다.
기본소득은 세 번째 ‘경제적 기본권’의 하위 수단으로 제시됐다. 그마저도 기본주택, 기본금융, 기본복지 등 다른 기본시리즈와 함께 단 한 차례 언급되는 수준에 불과했다. 주요 정책으로 여겨졌던 기본소득이 최소 3순위로 밀린 셈이다. 이 지사의 브리핑에서 성장이 12번, 공정 9번, 경제 8번 언급된 것과 비교하면 무게감의 차이가 확연했다.
이낙연 "金·盧·文 계승이 제 운명"…정세균 "불안한 후보는 필패"
반면 이 지사의 경쟁 상대인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계승자임을 강조하는 것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 지사가 외연확장을 위한 ‘우클릭’을 시도했다면,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민주당 지지층에 호소하는 전략을 취한 셈이다.
먼저 이 전 대표는 김대중 정부를 ‘민주당의 정신’ 노무현 정부를 ‘민주당의 도전’ 문재인 정부를 ‘민주당의 의지’로 각각 규정한 뒤, “세 분 대통령 성과의 계승·발전이 우리의 의무이고, 이루지 못한 꿈을 완성하는 것 또한 우리의 책임”이라며 “민주당 다운 승리, 그게 제 운명 같은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정 전 총리는 나아가 “갈등과 분열은 준비된 패배다”, “불안한 후보는 필패한다”, “수천 수만의 도덕성 융단폭격 검증에서 이기지 못하면 필패한다”고 이 지사와 각을 세웠다. 그러면서 “도덕성과 유능함으로 당을 하나로 통합하여 반드시 정권재창출 이뤄내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박용진, 국무펀드와 기본소득 비교하며 이재명 정조준
마지막 연사로 나선 박용진 의원은 자신의 공약인 국부펀드와 이 지사의 기본소득을 직접 비교하는 방식을 취했다. 박 의원은 “국민자산 5억원 성공시대를 이룩하겠다”며 “국민연금 850조, 한국투자공사 100~200조, 각종 연기금 60개 100~200조를 합쳐 1,500조 규모의 국부펀드를 운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월 8만원, 반년 25만원의 기본소득과 차원이 다르다. 기본소득에 드는 연 50조원의 재정투입 없이 자산운용만으로 가능하다”며 “기본소득은 결국 증세로 나랏돈을 나눠주자는 것인데 일시적 효과밖에 거둘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용진의 국부펀드와 이재명의 기본소득 중 무엇을 선택하시겠느냐”며 지지층의 선택을 직접 물었다.
한편 이날 민주당 후보들의 정책 브리핑 복장도 화제를 모았다. 이 지사를 비롯해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정장에 넥타이를 착용하고 무대에 오른 반면, 김두관 의원과 양승조 의원은 소매를 걷은 셔츠 차림으로 등장해 대조를 이뤘다. 박용진 의원은 청바지에 라운드 티셔츠와 재킷으로 젊은 분위기를 강조했고, 추미애 전 장관은 평소 즐겨 입던 푸른색이 아닌 순백색의 정장을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