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델타 변이 확산 전하며
방역 고삐 바짝 죄는 분위기
국제기구 관계자 방북조차
바이러스 유입 우려로 거부
북한이 '코로나 청정국' 지위를 고수하면서도 국경봉쇄 기조를 좀처럼 거두지 않고 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던 올봄, 북한이 북중무역 재개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을 잇따라 벌였지만, 코로나19의 델타 변이 확산이 본격화된 이후 '국제적 자가격리'의 고삐를 바짝 죄는 모양새다.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말 방역문제와 관련해 '중대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힌 이후, 델타 변이로 인한 주요국 확산세와 백신 접종 후 감염 사례 등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일례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일 '심각한 변이비루스(변이바이러스)의 전파, 악화되는 방역상황'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염력이 강하고 치사율이 높은 변이비루스들은 짧은 기간에 세계적 보건위기를 더욱 악화시켰다"며 "델타 변이비루스의 전염력이 다른 변이비루스들보다 강하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 올해 하반기에 이 변이비루스가 지구를 지배하는 비루스로 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한 견해"라고 전했다.
신문은 "전문가들이 델타 변이비루스에서 파생된 새 변이비루스가 대유행병의 새로운 파동을 몰아올 수 있다고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고도 했다.
'비상 방역전'을 통해 주민 이동까지 제한하고 있는 북한은 코로나19 외부 유입 가능성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북한 매체들은 그간 국제운송된 화물 포장재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해외 사례를 보도하며 철저한 방역을 주문해왔다. 앞서 북한은 신의주와 남포 등 북중 접경지역에 소독시설을 마련하고 '수입물자소독법'을 채택하기도 했다.
같은 맥락에서 북한은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위한 국제기구 관계자들의 방북마저 거부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외부인이 혹시 모를 확산 계기가 될 수 있어 방북을 불허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북한은 백신 보관·유통 시스템 개선에 도움을 주겠다는 국제사회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은 제품에 따라 낮게는 영하 90도, 높게는 영상 8도 수준에서 보관해야 한다. 여름을 맞아 평양 낮 기온이 30도를 넘나들고 있는 만큼, 북한이 냉장·냉동 시스템을 갖추지 못할 경우, 빨라야 겨울쯤 백신 공급 여건이 마련될 수 있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최근 남북 간 화상회담 의지를 피력하는 것 역시 북한의 방역 기조를 반영한 접근으로 풀이된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한미 정상회담 직후 한 인터뷰에서 남북 간 연락채널 복구를 최우선 과제로 언급하며 "코로나19가 제약이 된다면 비대면으로 화상을 통해 대화할 수 있는 방식도 찾고, 아니면 코로나19 방역을 안전하게 해내면서 대면접촉을 해볼 수 있는 방법도 찾아봤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는 최근 한미 정상회담 전후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 화상회담 구상이 담긴 서신을 교환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北, 통제 불가능한 상황 되진 않을 것"
일각에선 장기봉쇄 여파로 변동성이 커진 북한 경제 내구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되지만, 북한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 자문을 바탕으로 "북한이 현재 경제난과 식량난을 겪고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북한의 위기 대처능력을 볼 때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난 중국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연구원은 북한이 장기 대북제재와 경제 둔화 속에서도 위기 대처 능력을 키워왔다고 말했다.
결국 북한이 당분간 봉쇄 기조를 유지하며, 때에 따라 전통 우호국인 중국·러시아의 경제적 지원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나량투앙 싱가포르 난양기술대 연구원은 "북한의 주요 후원자이자 지지자인 중국이 북한 상황이 절박해지기 전에 식량·의료 지원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은 접경지대에 실패한 국가가 나오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