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센터 화재사고에 '새우튀김 갑질'…'쿠팡 탈퇴' 해시태그 글 봇물
전문가 "그간 소비자 니즈에만 매몰…인명사고 반복되자 소비자도 반성"
"사회적 대화기구로 해결책 찾아야…창업자 김범수 쿠팡 의장 진정성 있는 사과 필요"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황모(29)씨는 5년 간 이용하던 쿠팡을 최근 탈퇴했다.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사고와 쿠팡이츠의 '새우튀김 갑질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쿠팡에 대한 거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황씨는 "그 전에도 논란이 많은 기업이라 이용하면서 마음이 불편했는데 최근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탈퇴를 결심했다"며 "조금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대체 플랫폼을 찾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류센터 화재 사고를 계기로 시작된 소비자들의 '쿠팡 탈퇴'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17일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하자 SNS상에서는 그간 물류센터에서 사망한 노동자들이 있는데도 근로환경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화재 사고 이틀 후인 19일 트위터에 올라온 '쿠팡 탈퇴' 해시태그 글은 17만 건을 넘어 국내 실시간 트렌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28일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SNS상에서는 여전히 쿠팡탈퇴 인증 글이 올라오고 있다.
20일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된 '새우튀김 갑질사건'은 쿠팡 탈퇴와 불매운동에 기름을 부었다. '새우튀김 갑질사건'은 서울의 한 분식집 주인이 새우튀김을 환불해달라는 고객의 갑질 악성 민원과 쿠팡이츠의 압박에 시달리다 쓰려져 지난달 말 숨진 사건이다.
22일엔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진보당과 함께 연 기자회견에서 "경기 이천시 덕평물류센터에서 진행한 안전교육은 형식적이었으며 휴대전화 반입도 금지돼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쿠팡 각종 대처에도 여론은 싸늘…소비자들 "쿠팡 계속 쓰자니 쿠팡 노동자들에게 미안"
사고가 이어지자 쿠팡은 뒤늦게 나마 각종 대책을 내놨다. 물류센터 화재로 피해를 본 인근 주민들을 위해 주민피해지원센터를 개설하고 화재 진압과정에서 숨진 김동식 소방령 유가족에 대한 평생 지원방안을 약속했다. 쿠팡이츠 측 역시 일부 이용자의 갑질을 막기 위해 점주 보호 전담조직을 만들고 악성 리뷰에 점주가 해명 댓글을 달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쿠팡의 대책에도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탈퇴한 이들은 쿠팡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고 말한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박모(30)씨는 "쿠팡이 배달기사 정규직 채용 등 노동친화적 이미지로 홍보했는데 정작 노동자들에게 열악한 환경이었다는 게 드러나니 배신감이 더 컸다"며 "쿠팡을 계속 쓰자니 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탈퇴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이모(28)씨도 "노동, 인권 사고가 반복되는 기업을 소비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런 현상에 대해 "쿠팡이 그간 빠른 배송, 수월한 반품 제도로 소비자 니즈를 많이 충족해왔지만 그 결과로 인명 사고가 반복되는 걸 보면서 소비자들도 반성하는 것"이라며 "인명 경시, 안전 관리 소홀 등 잘못된 기업 문화가 사회에 정착되면 결국 우리 가족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위기 의식도 공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현재 제기된 문제들 놓고 이해당사자 간 토론 필요" "당장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실시해야"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쿠팡이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노동자들과 대화로 풀어나가려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택배 과로사 문제처럼 이해당사자, 전문가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사회적 대화기구가 필요하다"며 "물류센터, 배달앱, 노동자, 점주 등이 함께 모여 현재 제기된 문제를 모두 놓고 토론하며 해결책을 찾는다면 사고도 줄어들 것이고 쿠팡도 지속가능한 경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창업자인 김범수 쿠팡 의장이 진정성 있게 사과해야 한다"며 "갑자기 의장직을 그만두면 소비자 입장에선 전후 사정과 관계없이 책임자가 책임을 회피한다고 느껴 불신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쿠팡 노동자 현장 실태 고발' 기자회견을 진행한 진보당의 박태우 정책국장은 "당장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열악한 노동환경 실태를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안전한 노동환경을 만들어야 소비자 신뢰도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