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공세' 성격…정치중립 위반으로 출마 명분 약화시키기
검찰총장·감사원장은 안 되고…국무총리·법무부 장관은 괜찮다?
보수 야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사의를 표명하자 여권은 사정기관장의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대선 출마를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출마 금지법이 입법화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 이같은 주장을 펴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이날 CBS 라디오에서 사의를 표명한 최재형 원장을 겨냥해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떨어져 반사적으로 부각되니까 출마한다는 것인데 언감생심"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고도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 요구되는 사정기관 책임자에 대해서는 재직 기간만큼 공직선거 출마를 제한하자"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해 "검사·법관이 퇴직한 후 1년간 공직 후보자로 출마하는 것을 제한하자"며 검찰청법·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신의 최재형 감사원장까지 야권의 대선후보로 거론되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18일 "형사사법과 감사 영역에서 종사하는 고위공직자는 퇴직 후 1년간 출마 금지하는 법 개정을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출마 제한에 감사 영역까지 포함시킨 것이다.
'출마 금지법'은 실제 윤 전 총장과 최 원장의 출마를 막겠다는 목적보다는 정치 공세의 성격이 강하다. 이들이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했다는 프레임에 가두고, 출마 명분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다. 또 윤 전 총장이 수사하던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과 최 원장이 감사하던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 의혹 등을 언급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특정 공직을 겨냥한 피선거권 제한은 위헌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총리와 법무부 장관을 지낸 정세균 전 총리, 추미애 전 장관도 '검찰총장' '감사원장' 못지않게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지만 대선에 출마했다. 심지어 정세균 전 총리는 지난 4월 사의를 표명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았다. '이준석 돌풍'을 계기로 피선거권을 확대하기 위해 연령 제한을 완화하자는 정치권 움직임과도 역행한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는 "국민의 피선거권, 참정권 제한과 타 직업과의 차별 논란으로 김명수 대법원에서도 부적절하다는 견해를 제출했다"며 "이낙연 전 대표조차 부정적인 의견을 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의 지지도 고공 행진에 이어 최재형 감사원장까지 거론되니까 조국이 또 악역을 자처하는 모양"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이 야권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집권 여당은 반성부터 하는 게 우선"이라고 질타했다.
한편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선거관리위원회가 대선·총선·지방선거 후보자를 대상으로 부동산 거래를 조사하고, 법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후보자 등록을 무효 처리한 뒤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전 의원은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내년 대선에 나설 후보들부터 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는데, 윤 전 총장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그는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총장의 장모의 경우 부동산 의혹이 많지 않으냐. 이상한 'X파일' 말고 국가기관을 통한 정확한 검증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