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전 일이다. 바른정당의 설립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즈음 이준석 대표(당시는 방송인에 가까웠다)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박근혜 키즈’로 불렸던 그가 왜 탈당을 했는지, 전면에서 탄핵을 말하는지 등이 주제였다. 이미 수많은 방송과 언론에서 다뤘던 내용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대표의 자세와 태도였다. 지하철역 근처 프렌차이즈 커피숍에서 부랴부랴 이뤄진 간이 인터뷰였다. 현직 국회의원도 아니었다는 생각에, 성의 있게 준비했던 인터뷰는 아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대표는 모든 질문에 진지하고 성의 있게 응했으며 민감한 질문도 회피하지 않았다.
이 대표가 ‘금수저’가 아니라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과학고 출신의 하버드 유학파, 박근혜 키즈라는 수식어들이 무심코 ‘금수저일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던 것 같다. 물론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 용난 케이스는 아니지만,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정에서 성장했다는 것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시사뿐만 아니라 예능까지 다양한 방송에 출연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몇 번 방송을 함께 하며 관찰해본 결과, 그는 지식은 물론이고 입담과 임기응변에도 뛰어났다.
더 흥미로웠던 점은 그가 방송 출연을 통해 스스로 마련한 돈으로 정치활동을 해왔다는 점이다. ‘인지도를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지 소모가 너무 크지 않느냐’고 지적했더니, “잘못 알고 계시네요. 인지도가 아니라 생활비 때문입니다”라는 답이 돌아왔었다. 이런 정치를 향한 열정과 노력이 ‘30대 0선 중진 당대표’라는 전무후무한 결과로 이어졌을 터다.
주목받는 만큼 각종 의혹제기와 흠집내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금수저 출신 꽃길만 걸은 정치인’이라는 주장은 애교다. 최근 여권은 이 대표의 병역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모양이다. 과거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 중 지원자격이 없음에도 국가사업에 참여해 선정된 것이 위법이라는 게 요지다.
10년 전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사람이 직접 나서서 “문제 없다”고 해명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의혹은 계속 제기될 분위기다. 이 사안에서 아마도 중요한 것은 ‘팩트’가 아니라 이 대표에게 한 줄의 의혹 꼬리표를 다는 것일지 모른다. 사실 정치적 메시지를 반박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런데 과연 국민들이 납득할 지 의문이다. 당장 여권 내에서도 “감정적 대응을 하는 걸 유권자들이 좋게 봐주지 않는다”며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 대표의 당선 후 꼰대·수구·기득권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민주당의 초조함만 노출될 뿐이다. 네거티브로는 흐름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지난 4.7 재보선에서 처절하게 확인하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