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북정책 골자는 외교·억지
김정은 대미정책 뼈대는 대화·대결
"北, 선제적으로 움직이지 않을 것"
한국과 미국의 거듭된 대화 복귀 촉구에 북한이 '대화'와 '대결'을 동시에 강조하고 나섰다.
미국이 대북정책의 양대 기둥으로 '외교'와 '억지'를 내세우자 상호주의 대응을 천명해온 북한 역시 '대화'와 '대결'로 맞불을 놓은 모양새다.
북미가 대화 여지는 남겨두면서도 상대방의 '선제적 움직임'을 기다리며 기싸움을 이어가는 가운데 한국을 찾은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어떤 메시지를 내놓느냐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난 19일 방한한 김 특별대표는 오늘(21일) 서울에서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갖는다. 3개국 대표들은 각각 한미·한일 양자협의도 진행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오는 22일에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을 예방할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대화와 대결을 동시에 강조하는 대외 메시지를 내놓은 만큼, 관련 대응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특히 한미 양자 간 회의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코로나19 백신 대북지원 방안이 구체성을 띨지 주목된다.
정부, 김정은 '대화' 언급에 주목
"南北·北美대화 재개 위해 적극·능동 대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에 사활을 건 문재인 정부는 김 위원장이 직접 '대화'를 언급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며, 남북·북미대화 재개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통일부는 지난 19일 배포한 전원회의 분석자료에서 "지난 2019년 4월 이후 김 위원장이 비중 있게 '대화'를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며 "김 위원장이 직접 '대화에도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언급한 점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특히 대결에 더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김 위원장 입에서 대화라는 단어가 나왔다는 데 고무된 분위기다.
앞서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을 통해 "우리 국가의 존엄과 자주적인 발전 이익을 수호하고 평화적 환경과 국가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담보하자면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며 "특히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중요한 국제·지역 문제들에 관한 대외 정책적 입장과 원칙들을 표명하기도 했다.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을 고려해 대외정책을 구상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통일부는 "북한의 대남·대미 후속조치를 예의주시하며 한반도의 안정·평화, 남북 간 인도주의 협력, 남북·북미대화 재개를 위해 적극적·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北, '원칙적 입장' 표명 가능성
"韓美동맹 균열 시도했을 수도"
하지만 북한이 미국을 향해 '강대강 선대선'이라는 상호주의 대응을 시사해온 만큼, 북한의 '원칙적 입장 표명'을 확대해석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대화·대결 가능성을 모두 언급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에 대한 '맞대응' 성격을 띤다"며 "김 위원장이 '힘의 위치'가 아니라면 외교에 관여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고 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밝혔다.
북한이 미국과 외교적으로 관여하는 데 있어 대결 가능성을 열어두며 협상 우위를 꾀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역시 김 위원장이 "대화와 대결 중, 대화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분석한다"면서도 "선제적으로 대화를 요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요청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북한이 지난 몇 년간 북미대화 재개 조건으로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해온 만큼, 김 위원장의 대외 메시지 발신은 오는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취소를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김 특별대표의 방한에 맞춰 완벽한 '정치전(political warfare)'을 편 것처럼 보인다"며 "문 정부가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취소를 김 특별대표에게 적극 제안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통해 한미동맹 간 균열을 시도하려는 전략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대화 의지와 별개로 내부 사정으로 인해 당분간 내치에 집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이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경제 성과 달성, 코로나19 방역 등 내부 이슈를 강조한 만큼, 당분간 북미대화가 본궤도에 오르진 않을 거란 전망이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 한국담당 국장은 "북한이 자연재해와 대북제재, 코로나19와 관련한 국제적 고립과 식량 부족 등 여러 도전에 직면해있다"며 "김 위원장으로선 현시점에 협상 지렛대가 거의 없다고 느낄 것이다. 핵·미사일 실험도, 대화도 하지 않고 내부 문제에 집중하는 듯한 북한의 상황이 올가을까지는 이어질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김 위원장에겐 이것이 최고의 전략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