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전기차 전환 vs 정년 연장…車업계 시한폭탄 ‘째깍째깍’


입력 2021.06.08 10:30 수정 2021.06.08 11:10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존 생산라인 전기차 전환으로 인력 수요 감소 불가피

현대차·기아, 인위적 구조조정 대신 정년퇴직 자연감소분으로 대응

노조는 '모르쇠'…금속노조 완성차 3사 지부, 정년연장 입법 추진

정년연장 국회 입법화를 위한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하는 금속노조 완성차 3사 지부의 공동성명. ⓒ금속노조 기아지부

내연기관차의 전기차 전환 움직임이 본격화되며 자동차 업계 노사간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전기차 비중이 늘수록 인력수요 감소에 따른 과잉인력 해소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노조는 오히려 정년 연장을 요구하며 국회 입법화까지 추진하고 있어 인력 운용을 놓고 이뤄지는 대립은 전기차 전환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오는 8월 초 여름휴가 기간을 전후해 아산공장 쏘나타 생산라인 중 일부를 전기차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약 4주간 라인 정비를 통해 내년 출시될 아이오닉 6 생산라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현재 첫 번째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를 울산 1공장에서 생산중이다. 같은 현대차그룹에 속한 기아는 화성 3공장에서 EV6를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생산라인 변경은 앞으로 계속해서 이뤄질 예정이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전용 전기차와 파생 전기차(기존 내연기관차의 전기차 버전)를 포함, 12종 이상의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할 예정이며, 기아는 2026년까지 전용 전기차 7종, 파생 전기차 4종 등 11종을 내놓기로 했다.


올해 아이오닉 5의 공급부족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충분한 상품성을 갖춘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이상으로 인기가 높다. 여기에 세계 각국이 내연기관차 퇴출 스케줄을 내놓으면서 2025~2030년 사이 내연기관차를 판매할 수 없는 지역이 늘어난다.


내연기관차 퇴출의 전면 시행 이전이라도 자동차 업체들은 일정 수준의 쿼터(친환경차 의무판매비율)를 채우지 못하면 내연기관차도 팔 수 없다. 이 쿼터는 점점 강화된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기존 내연기관차 생산라인을 전기차 라인으로 바꿔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전기차 전환에 발맞춰 완성차 업체의 원가 구조와 생산 시스템도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일단 원가 구조에서 배터리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다. 현재 생산되는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가격이 전체 제조원가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인력 수요는 크게 줄어든다. 현대차그룹의 E-GMP와 같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활용할 경우 배터리와 전기모터, 바퀴가 달린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구동계 위에 차체를 얹는 방식이니 조립이 한결 단순해진다.


전용 플랫폼을 사용한 전기차에 필요한 부품 수는 내연 기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동화와 자율주행화가 전면적으로 이뤄지면 배터리나 소프트웨어 분야의 전문 인력 수요는 늘겠지만 기존 완성차 공장의 단순 조립에 투입되는 근로자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생산라인이 전기차에 맞춰 전면 교체될 경우 생산직 고용이 30~40%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배터리로 인해 높아진 제조원가를 인건비 절감으로 충당해야만 소비자들에게 경쟁력 있는 가격에 전기차를 내놓을 수 있는 구조다.


문제는 기업이 도산 위기에 놓이지 않는 한 기존 인력의 구조조정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직된 노동시장이다. 여기에 작업 강도와 근무조건 등에서 손해를 감수하지 않으려는 강성 노동조합의 존재도 전기차 전환에는 심각한 위협 요인이다.


아이오닉 5의 경우도 노조와의 생산라인 투입 인원 수(맨아워)를 놓고 노조와 줄다리기를 하느라 양산 일정이 늦어진 바 있다. 노조 우위의 협상 체제가 계속된다면 아이오닉 6등 앞으로 예정된 전기차 투입 때마다 매번 같은 진통을 반복해야 한다.


잉여 인력 해소도 쉽지 않은 문제다. 현대차와 기아는 인위적 구조조정 대신 매년 정년 퇴직으로 자연 감소되는 인원을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전기차 전환에 따른 잉여 인력 발생을 해소한다는 방침이지만 노조는 이마저도 협조하지 않고 있다.


현대차·기아 노조는 그동안 정년을 국민연금 수령 시기(64~65세)까지 연장할 것을 회사측에 요구해왔으며, 같은 금속노조에 속한 한국GM 노조와 연대해 3사 노조가 공동으로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나아가 이들 금속노조 완성차 3사 지부는 오는 14일부터 정년연장 국회 입법화를 위한 청와대 국민청원 운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 7일 공동성명을 내고 ‘국민청원 30일 이내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국회 소관 상임위에서 법안 심사가 가능하다’며 3사 조합원 및 가족들의 동참을 요청했다.


3사 조합원만 해도 9만명에 육박하는데다, 가족들까지 동참할 경우 10만명을 넘어 20만명 청원이 가능할 것으로 노조 측은 보고 있다.


완성차 업계는 가뜩이나 고임금 체계로 경쟁력을 잃고 있고, 전기차 전환에 따른 잉여 인력 문제를 해소해야 하는 상황에, 임금 수준이 최상위에 속하는 60세 이상 근로자들의 정년을 4~5년씩 연장할 경우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특히 기아 노조의 경우 정년퇴직에 따른 자연감소 인원을 충원할 것까지 요구하고 있어 사측의 고충은 더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전환으로 인력 수요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은 노조도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정년 연장이나 퇴직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는 건 산업 패러다임 변화는 안중에도 없고 자신들의 잇속만 챙기겠다는 것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