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적인 조직문화에 대한 지적 많아…대대적 인력‧조직 개편 가능성
한앤컴퍼니 집행임원제도 적용…“경영 효율화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
창업 57년 만에 새로운 주인을 맞은 남양유업의 구조조정 등 향후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갑작스러운 대주주의 매각 발표와 더불어 매수자가 동종업계가 아닌 사모펀드라는 점도 관심을 높이는 요인이다.
앞서 대리점 갑질 사건부터 최근 불가리스 코로나19 효과 논란까지 추락한 소비자 신뢰도를 어떻게 끌어올리느냐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27일 최대주주인 홍원식 전 회장 외 2명이 보유주식 전부를 한앤코 유한회사에 3107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홍 전 회장이 보유한 51.68% 외에 그의 부인과 동생 등 일가 주식을 합하면 53.08%에 이른다.
지난달 자사 불가리스 제품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다는 내용을 발표한 지 44일 만이다.
업계에서는 소비자 회복 신뢰가 무엇보다 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가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는 점도 당시 남양유업의 대처가 미흡했음을 방증해주는 대목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경영쇄신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새로운 주인이 사모펀드인 점을 감안하면 그간 안팎에서 지적돼온 폐쇄적인 조직문화에 대한 개선이 선행될 것이란 관측이다.
1964년 설립 이후 지난 57년 간 오너 중심의 경영체제로 유지돼 온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한 조직 및 인적 쇄신 작업이 먼저 추진될 것이란 얘기다.
이번에 남양유업을 인수한 한앤컴퍼니는 지난 2013년 웅진식품을 인수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 후 5년 후인 2018년 인수가의 두 배가 넘는 가격을 받고 매각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인력 감축이나 조직 축소 등 구조조정도 뒤따랐다.
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의 경우 앞서 웅진식품에 비해 더 강력한 구조조정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최근 불가리스 사태를 비롯해 각종 논란이 더해지면서 기업 이미지가 실추된 데다 출산율 저하 등 유업계 전반의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 신뢰 회복이 최우선 과제이기는 하지만 업황 자체도 부정적인 만큼 단순 인력 조정만으로는 사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2013년 인수 당시 영업이익을 내고 있던 웅진식품과 달리 남양유업은 적자인 상황이고 매출도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웅진식품의 경우 한앤컴퍼니에 인수됐던 2013년 전체 직원 수는 305명에서, 매각했던 2018년에는 274명으로 10.2% 줄었다.
남양유업의 올 1분기 말 기준 직원 수는 2244명으로 경쟁사인 매일유업(2108명)에 비해 6.5% 많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매일유업이 3703억원, 남양유업이 2309억원으로 매일유업이 60.4%로 많다.
단순히 직원 수와 매출액만 놓고 기업의 경쟁력을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새 주인 입장에서는 그만큼 칼을 댈 수 있는 여력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전 대주주인 홍 전 회장이 지난달 28일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에 고용 승계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매각 소식인 만큼 내부 직원들 입장에서는 고용 유지가 가장 큰 관심일 수 밖에 없다”면서 “그간 회사를 경영해온 오너라면 이런 점들을 모르지 않았을텐데 언급이 없었다는 점에서 임직원들 불안감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앤컴퍼니는 집행임원제도를 적용해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효율화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앤컴퍼니 측은 "적극적인 투자와 경영 투명성 강화를 통해 소비자와 딜러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랑받는 새 남양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