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IT 팁스터·유튜버 영향력…‘엠바고’ 깨고 공개하기도
점점 세지는 유출 강도…서드파티 업체·협력사·이통사 지목
삼성전자 하반기 신규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폴드3’(가칭) 홍보 이미지로 추정되는 사진이 공개돼 화제가 됐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애플, 샤오미, 화웨이 등 국내외 제조사 신규 단말 세부 정보나 공식 이미지가 유출된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과거에는 언팩(공개) 행사나 제조사의 공식 발표를 통해 제품이 공개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 3~4년 전부터 유출 강도가 점점 심해지더니 이제는 최소 반년, 적어도 1~2개월 전에는 외관은 물론 세부 사양까지 거의 모든 제품 정보가 외신 등을 통해 알려지게 된다.
◆아이스 유니버스·맥스 웨인바흐…‘IT 팁스터’ 누구길래
업계에서는 신규 단말 정보가 유출되는 경로를 총 세 가지로 유추한다. 가장 빈번한 건 정보기술(IT) 팁스터(유출가)를 통해서다.
국내 언론 기사에서도 ‘아이스유니버스’, ‘맥스 웨인바흐’, ‘에반 블레스’ 등 IT 팁스터를 인용한 보도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주로 트위터에서 활동하며 꽤 구체적인 제품 정보를 제공한다.
공식 홍보 이미지나 단말 코드명 등 내부 직원만 알 수 있는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고, 전문 채널을 운영하며 조회수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는 매체들이 자신들의 정보를 돈을 주고 살 수 있도록 ‘유료화’하기도 한다.
이들은 제조사 내부 직원이나 핵심 부품사 직원으로부터 돈을 주고 정보를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팁스터는 활동 도중 “핵심 정보원이 회사에 정보를 빼돌린 사실을 적발당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서드파티 업체·통신사 통해 유출…해외 협력업체 ‘구멍’
스마트폰 등 신제품이 출시되려면 케이스, 충전기 등 별도 액세서리도 준비돼야 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액세서리를 제작하는 서드파티 업체와 부품사, 협력사 등을 통해 정보가 샐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관련 부품이나 액세서리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단말 사양이나 생김새 등 핵심 정보가 외부에 공유될 수밖에 없다. 해외 공장에서 기기 자체를 외주생산하는 경우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신에서 주로 정보가 먼저 나오는 것을 봤을 때 해외 공장에서 정보가 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의심한다”며 “해외 생산기지에서는 정보 관리가 국내보다 소홀해질 수밖에 없고, 정보에 대한 민감성이 떨어지다 보니 돈을 받고 이를 외부에 유출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통신사도 정보가 유출되는 경로 중 하나다. 한 국가에 단말이 출시되기 위해서는 이통사와 출시 일정 등을 조율해야 하며 망연동 테스트도 거쳐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정보가 샐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정보 유출 가능성을 부인하며 “기밀 유지 때문에 제조사 제품 정보를 함부로 외부에 공유할 수 없다”며 “제조사에서 범인을 색출하기 위해 이통사별로 정보를 다르게 주는 경우가 있어서 유출되면 변명의 여지 없이 덜미가 잡혀 유출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리뷰 제품 받은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의 ‘엠바고 파기’
단말 제조사들은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들에게 제품 출시 전 시제품을 제공하고 ‘일주일 사용기’, ‘한 달 사용기’ 등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이들이 제품 공개 전 실수, 혹은 고의로 제품 정보를 외부에 유출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가 올해 상반기 출시한 ‘갤럭시S21’은 언팩 전에 한 국내 유튜버를 통해 리뷰 영상이 공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플루언서들은 언론이나 공식 매체들보다는 엠바고(보도 보류)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는 편이고 관리도 쉽지 않아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고 제품을 지급하고 있다”며 “홍보 효과가 크지만 유출 시 이에 따른 피해도 막심해 유출 방지 서약서를 쓰는 등 각별히 주의를 시키는 편”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제조사들이 홍보 효과를 노리고 일부러 제품 정보를 외부에 흘리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한다. 직접 확인하기는 어려우나, 제조사는 이 같은 의심에 대해 대체로 ‘터무니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한 단말 제조사 관계자는 “1년 장사를 좌우하는 주요 제품을 공식 행사에서 공개해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상식적”이라며 “자꾸 정보가 새 나가면서 유출 의혹을 받고 김이 새서 홍보 효과가 떨어지는 것을 어느 제조사가 반기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