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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관위가 민주당을 ‘위선·무능·내로남불 정당’으로 인증


입력 2021.04.05 09:00 수정 2021.04.05 07:43        데스크 (desk@dailian.co.kr)

독립 대신 종속 택한 헌법기관

“특정 정당을 쉽게 알 수 있어서”

덫이 되고 만 TBS의 편들기

ⓒ데일리안 DB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이 특별히 요구되는 헌법 기관이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역사적으로) 정치적 편향을 대단히 시의적절하게(?) 드러내는 기관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실은 구성부터가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저해하고 있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 국회가 선출하는 3인,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이라는 위원회 구성 요건(동 제114조 2항)은 ‘독립’을 보장하는 게 아니라 (정권에의)‘종속’을 전제로 한다. 그게 중앙선관위의 제도적 한계라 할 수 있다.


독립 대신 종속 택한 헌법기관


이 기관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쪽은 정권이다. 정권 측, 특히 대통령이 민주정치의 신봉자·실천자이지 못할 때 이 위원회의 정치적 중립성은 희생될 수밖에 없다. 보다 여당에, 보다 여당 소속 후보나 선출 공직자들에 편향된 결정이나 조치를 내려왔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위원회의 존재가치를 스스로 지키려 애쓰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지는 않다. 예컨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공연한 선거 개입성 발언과 행보에 대해 여러 차례 주의를 환기하거나 경고 결정을 했다(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두 번,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두 번 : 물론 2004년엔 신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왜소했고, 2007년엔 노 전 대통령이 당적(黨籍)도 없는 고립무원의 처지였던 데다 집권당은 와해하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중앙선관위는 정체성 확립을 포기하고 문제의식조차 스스로 뇌리에서 지워버린 인상이다. 아예 정권의 의지에 반하는 어떤 판단이나 결정도 내리지 않기로 작정했는지도 모른다. 작년 제21대 총선 때 정권 측은 코로나 핑계로 마음껏 자금을 살포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우려 표명조차 하지 않았다.


오는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은 배를 타고 기덕도신공항 예정지를 바라보면서 “가슴이 뛴다”라고 하는 등 공공연히 선심 공세를 폈다. 이런 문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선관위는 지난달 15일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직무수행 활동의 일환으로 지역을 방문한 것”이라고 당당히 역성을 들었다.


선관위의 성의표시(?)는 그 정도에서 그치지 않았다. ‘위선’ ‘무능’ ‘내로남불’ 같은 용어는 투표 독려 플래카드에 쓸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최근 국민의힘이 “투표가 위선을 이깁니다”, “투표가 무능을 이깁니다”, “투표가 내로남불을 이깁니다” 등의 문안에 대해 사용 가능성 여부를 물었더니 선관위가 안 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황당하다.


“특정 정당을 쉽게 알 수 있어서”


“선거인이 특정 정당(후보자)을 쉽게 유추할 수 있거나, 반대하는 표현이라서 일반 투표 독려용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난하는 표현이어서 안 된다는 말인 듯하다. 선관위가 언제부터 집권당의 수비수 역할을 맡기로 했는지 모르겠지만 생각할수록 불허 이유가 해괴하다. ‘위선’ ‘무능’ ‘내로남불’은 민주당과 동의어라는 게 선관위의 유권해석인 모양인데 집권당에 대한 유불리를 따져 용어까지 규제하는 이런 노골적 편들기를 선관위가 자행하다니!


그런데 곱씹어보면 재미있는 반전(反轉)이 숨어 있다. 시쳇말로 ‘물 먹이는 소리’ 아닌가.


신라 경문왕(48대) 때 이야기다. 왕의 귀가 갑자기 길어졌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몰랐으나 복두장(幞頭匠 : 두건을 만드는 사람) 만은 알고 있었다. 그는 죽음에 이르러 도림사 대숲을 찾아가 소리쳤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그 후로 바람이 불면 대숲에서 그 소리가 났다(삼국유사).


복두장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평생 가슴을 짓누르던 비밀을 털어놨다. 그런데 선관위는 온 국민을 상대로 “민주당은 위선 정당이다. 민주당은 무능한 정당이다. 민주당은 내로남불 정당이다”라고 외친 격이 됐다. 비위 맞추기도 도가 넘으면 오히려 낭패를 안기는 법이다. 선관위가 제대로 민주당을 야유하는 꼴이 된 셈인데 이 이야기가 훗날 설화로 전해지는 건 아닐까 해서 실소하게 된다.


‘편들기의 덫’은 이뿐이 아니다. 사전투표가 시작된 2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처가의 내곡동 땅 주변 생태탕집 주인이었다는 사람이 출연했다. 그는 2005년 6월 그 땅의 경계에 대한 측량이 있던 날 오 후보의 장인과 오 후보가 그 식당에 들러 생태탕을 먹었다고 주장했다. 식당 주인의 아들은 오 후보가 하얀 면바지에 페라가모 구두를 신고 있었다는 말까지 했다.


덫이 되고 만 TBS의 편들기


이를 근거로 박영선 후보 측은 오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며 불응하면 ‘중대 결심’을 하겠다고 을러댔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생태탕집 주인이었다는 사람은 그 4일 전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 일과 관련,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었다. 자신은 주방에서 일했고 홀에서는 중국 사람들이 일했기 때문에 누가 왔는지 알 수 없었다는 말이었다.


식당 주인의 뒤바뀐 증언으로 논란이 일자 박 후보는 ‘중대 결심’은 자기 말이 아니라고 했다. 캠프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은 진성준 의원이 ‘중대 결심’론의 장본인인 모양인데 의심하는 것은 자유라 하더라도 경쟁 후보에게 사퇴를 압박하는 것은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다.


선거가 바로 적임자 선택의 절차다. 선택은 경쟁 정당 후보가 아니라 유권자가 한다. 특정 후보의 캠프에서 경쟁 후보의 사퇴를 압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아직은 의혹일 뿐이고 반대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집권당이 이런 횡포 성 태도를 보이는 것은 선거민주주의의 의의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민주당 출신 서울·부산시장의 중대한 범법행위로 인해 실시되는 보궐선거다. 당초 민주당 당헌대로라면 후보를 낼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당헌을 고쳐가면서까지 공천을 강행했다. 국민을 속인 것이다. 그랬으면서도 부끄러움이 없다. 애초에 나오지 말았어야 할 후보가 나와 되레 경쟁 후보를 내몰고 있는 이 장면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인지, 박 후보 캠프에서 설명해줄 일이다.


야당 측에선 ‘중대 결심’이라는 것이 박 후보의 사퇴를 의미하느냐고 조롱 조로 따지던데 그에 대해 대답도 해야 옳다. 무엇을 어떻게 결심하겠다는 것인지…. 협박에 맛 들이면 정치과정은 사라지고 민주당 사람들이 즐겨 말하는 ‘국정 농단’이 판치게 된다. 그 끝에 기다리는 건 파국이다. 정치사의 상식 아닌가.


덩치가 너무 크고 힘 자랑과 교만이 과도한 권력 집단은 쉬 무너진다. 해당 세력은 조심 또 조심할 일이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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