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기조연설부터 "내곡동 땅 문제" 공세
"오세훈, 코이카 해외 봉사도 특혜" 주장
오세훈은 이번에도 '도쿄 아파트' 언급 안해
정치혐오감 자극 않으려는 '계산된 행보' 분석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30일 TV토론으로 2차전을 벌였다. 박 후보는 오 후보의 처가가 상속받은 '내곡동 땅'에 대해 강공을 펼친 반면, 오 후보는 박 후보 공세를 받아내느라 발언 시간 대부분을 소모해야 했다.
박 후보는 이날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후보자 토론회에서 '내곡동 땅'에 대해 거센 공세를 펼쳤다. 그는 주거안정대책에 대해 토론을 하는 시간에 첫 질문 기회가 왔을 때와 주도권 토론 시간은 물론, 코로나19 극복 방안이나 일자리 대책에 대해 토론을 하는 시간에도 '내곡동 땅'을 테이블 위로 끄집어냈다.
박 후보는 기조연설에서부터 "내곡동 땅 문제, 이것은 오 후보의 공직자로서의 부적절한 태도가 문제"라며 "자고 나면 거짓말인데, 거짓을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수는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오 후보가 시장 시절 처가 땅이 속한 강남구 내곡동 일대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서 해제하고 보금자리주택 지구로 지정하는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오 후보 처가 땅, 이상득 전 의원 사유지, 이명박 전 대통령(MB) 사저 땅이 붙어있다"며 "결국 MB 패밀리와 MB 황태자의 땅들이 붙어있는 곳이 그린벨트가 해제됐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내곡동 사업이 주택국장 전결로 처리됐다는 오 후보의 설명에 대해서도 "오 후보가 현직 시장으로서 그린벨트 풀리는 것을 몰랐다는 건 거짓말"이라며 "이 그린벨트를 풀 때 시장으로서 내 땅이 거기 있다 밝혔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오 후보가 서울시장에서 사퇴한 이후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KOICA)를 통해 해외 봉사를 갔던 일도 특혜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 후보가 남의 일자리를 뺏은 게 있다. 코이카에서 일자리를 받은 거다. 특혜라고 이미 판정된 것"이라며 "오 후보가 합격하고, 다른 사람을 불합격하고, 그 자리를 뺏은 것"이라고 했다.
오세훈 "입만 열면 내곡동…선거 끝나도 책임 물을 것"
"시중에 '도쿄영선' 이야기 나돌지만 언급 않는다"
반면 오 후보는 박 후보를 향해 '도쿄 아파트' 등에 대해 단 하나의 질문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제기한 의혹을 방어하려다 '공격 포인트'로 꼽히는 자신의 주도권 토론 시간을 다 써버리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그는 이날 토론에서 "저에게 계속해서 거짓말 프레임을 씌우는데 사건의 본질은 상속받은 땅이라는 것이다"며 "상속받은 땅을 가지고 있다가 정부 방침에 의해서 강제수용 당한 것이다. 특별히 특혜를 받았다고 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똑같은 요지의 말을 수차례 반복해야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오 후보의 태도는 정치 혐오감을 키우지 않으려는 나름의 계산된 행보라고 보고 있다. 오 후보 입장에서도 박 후보를 향해 네거티브 공세를 가할 부분이 있지만, 이번 선거가 '흑색선거전'으로 흐르며 중도층의 투표율이 낮아지는 것이 오 후보에게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 이러한 점을 지적하며 '네거티브 자제'를 호소했다. 그는 "어떻게 (박 후보는) 입만 열면 내곡동으로 간다"며 "제가 박영선 후보에 대해서 단 한마디 부정적이거나 흑색선전에 가까운 얘길 한 적이 있느냐. 시중에 '도쿄 영선' 이야기나 해외부동산 투자 얘기가 나돌고, 지난번 청문회 때 서울대학병원에서 황후 진료한 얘기도 해명이 안 됐고, 재벌기업 후원금 받은 사건도 해결이 안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저나 우리 당에서도 거의 그거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 그런데 박영선 후보는 질문시간 절반 정도를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데 쓰고 상대후보가 반박하지 못하도록 갑자기 들고 나와서 문제 제기를 한다"며 "마음가짐을 바꿔주시고, 또 토론이 있을 텐데 그때는 제대로 된 정책과 비전을 승부하셨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오 후보는 또 박 후보를 향해 박 후보의 공세에 대해서 선거가 끝나도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내곡동 땅에 대해) 마치 거짓말하는 것처럼 몰아가는 건 정정당당하지 않다. 초점이 입증이 안 되고 거짓말이 판명되니 또 초점을 옮겨간다"며 "이 점에 대해서 분명히 선거 끝나도 책임을 물을 것이고, 수사기관에서 문제 제기한 모든 분들은 함께 정정당당하게 수사받을 수밖에 없다"고 따졌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지금 이건 협박이다. 수사 운운하는 건 협박이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