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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의 난' 저지한 삼촌...박찬구의 금호석화에 남은 과제는?(종합)


입력 2021.03.26 14:24 수정 2021.03.26 16:08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고배당·사내외이사 추천 등 박철완 주주제안 모두 무산

ISS·국민연금, 박 회장 지지로 소액주주 표심 기울어

왼쪽부터 박찬구 금호석화그룹 회장, 박철완 금호석화 상무ⓒ금호석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정기주주총회에서 박철완 상무의 공세를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


박 상무는 주주제안을 통해 거액의 배당을 실시하고 본인이 추천한 사내·외이사를 선임할 것을 요구했으나 '너무 과격하고 충분한 설득력이 없다'는 평가를 받으며 소액주주들의 동의를 얻는 데 실패했다.


금호석화, 보통주 4200원 배당·사외이사 4인 회사측 추천 후보 선임


금호석유화학은 26일 오전 서울 시그니쳐타워 동관 4층 대강당에서 열린 제44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사내이사 선임의 건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을 대부분 원안대로 승인했다.


주총은 당초 오전 9시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유효한 의결권을 확인하는 과정이 늦어지면서 2시간을 훌쩍 넘긴 11시 40분께 열렸다.


이날 기말배당과 사내외이사 선임 건은 박 상무의 주주제안으로 표결에 들어갔으나 모두 회사측이 압승을 거뒀다.


배당액과 관련, 회사측이 제시한 보통주 주당 4200원과 박 상무가 주주제안으로 요구한 주당 1만1000원을 놓고 표결을 진행한 결과 사측의 의안에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64.4%가 찬성해 회사측 제시안대로 가결됐다. 박 상무측 제안은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35.6 %가 찬성하는 데 그쳤다.


박 상무가 배당을 요구한 금액은 총 3070억원에 달해 이를 집행할 경우 금호석화가 미래 투자 여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어왔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사내이사 선임은 백종훈 금호석화 전무가 선임됐다. 박철완 상무는 사내이사에 본인을 추천했으나 표대결에 밀려 이사회 입성이 좌절됐다.


사내이사 표결에서 금호석화측의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64.0%가 찬성했으며, 박 상무측 제안에는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52.7%가 찬성하는 데 그쳤다.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앞서 선임된 주주총회 검사인과 양측의 합의 결과에 따라 양측 후보자 모두 주주총회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다득표자 1인만 사내이사로 선임되는 것으로 결정한 바 있다.


사외이사 선임안 역시 회사측이 압승을 거뒀다. 이날 금호석화와 박 상무가 추천한 각각 3명씩의 사외이사를 선임 여부를 놓고 표결을 진행한 결과 사측에서 추천한 법무법인 로고스 상임고문변호사인 이정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인 박순애, 가천대학교 석좌교수인 최도성 등 3명의 선임안이 통과됐다.


최도성씨에 대해서는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68.4%가 찬성했으며, 이정미씨는 67.0%, 박순애씨는 74.0%의 지지를 받았다.


주주제안 측 안으로는 Dentons Lee 변호사인 Min John K, Facebook 동남아시아 총괄 대표인 조용범, 이화여자대학교 공과대학 환경공학과 교수인 최정현 등 총 3명을 사외이사 후보로 각각 추천했다.


Min John K는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32.2%, 조용범씨는 25.4 %, 최정현씨는 28.1%의 지지율에 그치며 전원 탈락했다.


'캐스팅 보트' ISS·국민연금 박찬구 회장 지지


이번 주총 표대결은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2대 주주 국민연금 등이 박찬구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금호석화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주총에서 의결권이 있는 지분은 박 상무가 10%, 박 회장은 자녀 지분을 합쳐 14.84%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지분은 8.25%, 국내 기관 투자자 12%, 외국인 투자자 28%, 개인 소액 주주 8% 등으로 알려졌다.


앞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회사측이 제안한 안건에 대해 전부 찬성한 반면 박철완 측의 이익 배당안, 사내·외이사 선임을 요구한 주주제안 안건에 대해서는 모두 ‘반대’를 권고했다.


ISS는 보고서를 통해 금호석화 측이 제안한 정관 변경 및 이사회 후보 안건이 향후 장기적으로도 회사의 지배구조를 더 나은 방향으로 가게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약 30%에 이르는 외국인 의결권 지분 향방이 사측으로 향하면서 판세는 박 회장쪽으로 기울었다. 여기에 국민연금마저 회사측 안건에 대부분을 손을 들어주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탁위)는 지난 23일 제10차 회의를 열고 금호석화 주총 관련 모든 안건에서 박 회장 측의 찬성표 행사를 권고했다.


박철완 누른 박찬구, 사업 다각화 및 경영 성과 주력할 듯


금호석화 주총이 모두 사측이 제시한 원안 가결로 마무리되면서 박찬구 회장은 앞으로 진행할 중장기 전략에 대한 리스크를 해소하게 됐다.


다만 박철완 상무가 공격적으로 금호석화 지분을 늘리고 있고, 주총 결과에 상관없이 주주로서의 역할을 지속하겠다고 밝혀 경영권 분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철완 상무는 지난달 초 약 3070억원 규모의 고배당 안건과 이사진 교체, 사외이사 중 의장 선출 등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을 냈다.


주총을 앞두고 법원에 의안상정 가처분을 신청하는가 하면 웹사이트까지 개설하며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공개적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금호석유화학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제안'으로▲리조트 인수 중단 ▲저평가된 기업가치 정상화 ▲전문성·다양성 갖춘 이사회 구성-거버넌스 개선 등을 제시하며 소액주주 설득에 나섰다.


그러나 이 같은 주주제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회사에 무리한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ISS는 "박 상무 측이 제안한 배당안은 시장 환경이 어려울 때 회사에 무리한 재무적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호석화 노조도 이같은 점에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노조는 지난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박 상무가 제안한 과다 배당 요구는 장치산업을 영위하는 금호석화라는 회사에 대해 어떠한 이해도 배려도 하지 않은, 단순히 표심을 잡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이라고 지적했다.


박찬구 회장 이번 승리를 계기로 이사회의 독립성, 투명성을 제고하는 한편 지속적인 주주친화정책을 펼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금호석화는 기존 배당정책 보다 상향된 별도 재무제표 기준 20~25%의 배당성향을 앞으로 2~3년간 유지하고, 개선된 현금 흐름에 맞춰 성장을 위한 전략적 투자 외 배당 상향 정책을 추진해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ESG경영 성과를 관리하기 위한 EGS위원회, 계열회사 및 특수관계인 간 거래의 투명성 제고와 이해상충 감시를 위한 내부거래위원회, 이사 보수 결정 과정의 객관성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한 보상위원회도 각각 설치하기로 했다.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등 경영 성과도 내야 한다. 금호석화는 주주가치의 지속적인 개선을 위한 구체적이며 실행 가능한 ‘New vision’을 통해 2025년까지 매출액 9조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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