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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LG 배터리 전쟁-③] 글로벌 완성차, 脫 K배터리 러시 이어지나


입력 2021.03.20 07:00 수정 2021.03.19 22:04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폭스바겐, 각형 배터리 채택 이어 차세대 배터리 속도 낼 듯

K배터리 기술 안주하다 도태될 수도…"생존 위해 머리 맞대야"

폭스바겐그룹은 새로운 통합 셀 및 시너지를 통해 배터리 비용을 최대 50%까지 절감한다는 목표를 세웠다.ⓒ폭스바겐그룹 코리아

"배터리 승자는 누가될까?" 폭발적인 전기차 시장 성장과 함께 배터리 제조사들간 각축이 치열하다. '더 좋은 상품을 더 싸게' 파는 기업이 최종적으로 살아남는 싸움이다.


기술 고도화에 앞장서고 있는 K배터리 뿐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업체 역시 자사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하고 있어 '기술 표준'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0일 업계 의견을 종합하면 최근 폭스바겐의 배터리 내재화 선언은 배터리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음을 보여준다. 크게 ▲중국 업체가 주력으로 하는 각형 배터리(prismatic unified cell) 비중 확대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solid state cell) 개발 등이다.


폭스바겐은 15일(현지시간) '파워 데이'에서 오는 2023년부터 새로운 통합 셀(unified battery cell)을 도입해 2030년까지 자사 전기차 80%에 탑재하겠다는 중장기 전략을 공개했다. 이를 위해 유럽에 대형 배터리 공장인 '기가팩토리' 6개를 설립한다.


최대 경쟁자인 테슬라가 원통형 배터리로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면 폭스바겐은 단일화된 각형 배터리셀을 자체 제작해 승부를 보겠다는 의미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형태에 따라 원통형과 파우치형, 각형으로 나뉜다.각형은 외부 충격에 강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무겁고 대형화가 어렵다. 원통형은 표준화된 크기로 대량생산이 용이하나 공간 활용도는 낮다. 파우치형은 다양한 크기와 모양으로 제작이 가능하지만 생산 원가가 높고 열 관리가 쉽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폭스바겐의 선택을 받은 각형 배터리는 한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주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탑재량 비중은 각형이 49.2%로 가장 많고, 파우치형 27.8%, 원통형 27.1%를 각각 기록했다. 파우치형 증가 속도가 높지만 각형과의 격차는 크다.


폭스바겐은 각형을 통해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생산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폭스바겐은 "각형 통합 셀은 차세대 전고체 셀로의 전환을 위해 필요한 최적의 조건"이라고 밝혔다.


폭스바겐 첫 순수 전기차 ID.3ⓒ폭스바겐 코리아

전고체 배터리는 현재 전기차에 탑재되는 리튬이온 배터리 단점을 보완한 '꿈의 배터리'로 평가 받는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전해질이 액체로 돼 있어 열과 충격에 약하고 화재 위험도 있는 반면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액을 고체로 하고 있어 폭발 위험이 대폭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다.


가장 적극적으로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 나서는 곳 중 하나는 미국 스타트업 퀀텀스케이프로, 폭스바겐이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전고체 배터리가 대세로 자리잡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는 전망이 나온다. 셀을 구현하는 온도가 상온(15~25℃) 보다 높아 이 온도 차이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라는 진단이다. 상업생산에 성공하더라도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이 더 낮으면 경쟁력이 떨어진다.


다만 업계는 최대 글로벌 완성차업체인 폭스바겐이 자체 배터리 생산을 선언한 점,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는 점을 공식화함으로써 K배터리에게 악재가 될 것으로 진단한다.


폭스바겐은 각형 배터리를 채택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주력 제품인 파우치형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폭스바겐은 수 년 전부터 전기차 회사로 탈바꿈하기 위해 그룹 역량을 총동원해왔다. 그 과정에서 보다 효율적인 배터리 공급을 위해 LG와 SK가 두각을 나타내는 파우치형 배터리 대신 중국 CATL 등이 생산하는 각형 배터리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계획을 K배터리 3사에 통보한 이후 한 배터리사가 폭스바겐에 미팅을 요청하자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폭스바겐의 배터리 자급 체제 구축 의지가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최근 유럽연합(EU)이 배터리 기술 자립을 위해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하면서 배터리 기술 개발 속도는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폭스바겐 사태를 통해 배터리 '기술 표준' 싸움은 한층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술 우위에 있다고 평가받는 파우치형 배터리를 넘어서기 위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은 물론, 원가를 낮추기 위한 기술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미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시장 선점을 위한 다양한 방식들을 내놓고 있다. 전기차 1위 업체인 테슬라는 작년 독일 배터리업체 ATW오토모티브를 인수하며 배터리 수직계열화 작업에 나섰다. 일본 도요타의 경우 전고체 배터리로 중흥을 꾀하고 있다.


변화하는 배터리 시장에서 K배터리가 입지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할 경우, 도태는 시간 문제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 모두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소송에 발이 묶여 있어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표준 기술을 놓고 시장 판도를 바꿀만한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K배터리는 다툼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공동 연구개발(R&D) 등의 방식으로 위기에 대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SK-LG 배터리 전쟁④] 시리즈 기사로 계속됩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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