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자기 주먹에 맞고 ‘인권 탄압’ 비명 질러온 정권


입력 2021.03.08 09:00 수정 2021.03.08 07:52        데스크 (desk@dailian.co.kr)

寵臣(총신)을 지키려다 정권 위기 초래

권력에 마취되면 겁이 없어진다

ⓒ데일리안 DB

세상에! 자기 주먹에 맞고 온 세상을 향해 인권 탄압을 당했다고 이를 갈며 비명을 지르다니!


나라 안에서 ‘국민의 인권’을 탄압할 수 있는 세력은 유일하다. 국가만이 그럴 힘을 가졌다. 그 힘의 행사 주체는 정부다. 검찰이 그 소속 기관임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이 기관을 지휘한다. 검찰총장의 권한이 강력하다고 하지만 그래봐야 대통령 손바닥 안이다.


寵臣(총신)을 지키려다 정권 위기 초래


그런데도 지난 1년 반 동안 국민은 정권(정부+여당)과 검찰총장의 결투를 구경해야 했었다. ①정권 내부의 권력투쟁이었을까? 양상으로는 그런 느낌을 주었다. 그렇지만 검찰총장(전체 검찰이라고 해도)이 대통령·국무총리·법무부 장관·집권당 실력자들을 상대로 그런 싸움을 벌인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②같은 맥락에서, 정권 사람들 표현대로 ‘검찰 쿠데타’였을까? 그렇게 오랜 기간, 총장이 지속해서 얼차려를 받던데, 그 과정을 쿠데타라고 한다면 코미디로도 억지다. ③총장의 항명에 대한 얼차려를 시키기였다고 봐야 할까?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당시)와 그 일가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면서 전개된 상황이니 그렇게 보는 게 무난할 것 같다. 문제는 얼차려를 주는 측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해 왔다는 사실이다.


당장 요절을 낼 듯이 칼자루를 잡았다 놓았다 하면서 훈계나 질책을 끝없이 하는 것은 명분이 부족하거나 아예 없다는 뜻이다. “좋게 말할 때 조국 수사 포기해”라는 말을 권력자들끼리 통하는 언어로 했을 수 있다. 그런데 윤석열 검찰총장(당시)이 이를 무시해버렸다. 권력 세계의 레토릭과 제스처를 몰랐을 리 없지만 못 들은 체한 것일 터이다.


애초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을 소위 ‘촛불혁명’의 동지로 인식했을 수 있다. 그는 전 정권에 대한 사법적 징벌에 앞장섰고, 흔들림 없이 그 일을 해냈다. 그만한 강단과 추진력이라면 정권 보위와 검찰개혁의 과제도 제대로 풀어 내리라는 기대와 믿음으로 그를 무리해가며 총장 자리에 앉혔다.


반면에 윤 총장은 문 대통령이 자신의, 국민과 헌법정신에 대한 충성심을 높이 산 줄로 이해했다. 임명장을 주면서 문 대통령은 특별히 당부했다.


“청와대든 또는 정부든 또는 집권당이든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그 점에 대해서는 정말 엄정한 그런 자세로 임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그 신뢰에 부응하기 위해 그는 조국 수사를 강행했다. 훗날 문 정권은 정말 혹독하게 자기 관리‧자기 정화를 함으로써 마침내 민주법치를 이 땅에 굳건히 세울 수 있었다고 역사에 기록되게 하는 것이 자신의 도리라고 굳게 믿었을 법하다.


검찰이 감시의 눈을 크게 떠야 할 대상은 살아 있는 권력과 그 주변이다. 적어도 인권에 관한 한 검찰이 야당이나 일반 국민을 의심한다는 것은 ‘권력의 하수인’을 자처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인권 인식을 제대로 가진 검찰이라면 당연히 정권의 핵심 그룹을 주목해야 하고, 그들에게 더 엄해야 한다.


조 전 장관 일가가 수사선상에 올랐을 때 문 대통령이 그를 놔버리는 용단을 내렸더라면 상황이 그처럼 악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은 자기 총신의 범법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면서 검찰이 수사를 포기하도록 직간접으로 압력을 행사했다. 윤 총장으로서는 자신이 터무니없는 예단으로 조 씨를 핍박하는 게 아니라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수사한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처지로 몰리고 말았다.


권력에 마취되면 겁이 없어진다


대통령과 검찰총장의 신뢰는 그렇게 무너졌다. 문 대통령은 국민적 압력으로 조 씨를 포기해야 했지만, 그 후임으로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기용했다. 정부 내 갈등을 슬기롭게 풀어내라는 주문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의 눈에도 분명했다. 조 전 장관보다 훨씬 저돌적인 추 장관을 앞세워 윤 총장을 굴복시키거나 축출하겠다는 의지가 묻어나는 인사였다.


문 대통령과 정권 실세들은 공수처 설치, 수사권 경찰 이양, 윤 총장에 대한 거듭된 협박·조롱·모욕으로도 부족해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검찰이 그나마 보유한 6대 범죄 직접 수사권까지 중수청을 신설해 그리로 넘기겠다는 것이었다.


검찰을 해체한 총장이 되지 않으려면 윤 총장은 물러나야 했다(목적 달성을 한 민주당은 중수청 안을 거둬들일 것이다). 정권 측으로선 앓던 이가 빠진 셈이긴 하나 하필이면 4월 재보선을 앞둔 시점이라는 게 영 마음에 걸리는 듯하다. 코로나 핑계로 돈을 무한정 풀고, 부산 가덕도에 해상 신공항을 건설하겠노라는 선심 쓰기로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표심을 잡으려 했는데 윤 총장 사퇴로 물거품이 되게 생겼기 때문이다.


전에는 물러나라고 일제히 목소리를 높이더니 이제는 왜 사퇴했느냐고 아우성친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공직자로서는 상식적이지 않은 뜬금없는 처신’이라고 비난했다. 그 자리를 지키며 민주당이 중수처법을 통과시켜 검찰을 해체 수준으로 내모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는 것일까? 같은 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정치검사의 전형’ ‘최악의 총장’ 운운하며 공격했다.


정권의 위기는 갑자기 닥치지 않는다. 그 전에 지속해서 위험신호가 울린다. 당사자들도 이를 감지한다. 그러나 권력자들의 오만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대신 겸손은 사라진다. 권력에 마취되면 만용이 겁을 가려버린다. 똑같은 소리를 합창하다 보면 다른 소리는 귀에 안 들어온다. 같이 저지르는 일에는 부담감이 따르지 않는다. 그러다가 파국을 맞게 되는 것이다.


정권의 실세들에 맞서 법질서를 수호하려 했다는 점에서 ‘윤석열 검찰’은 (적어도 지난 1년 반 동안은) 민주 법치주의의 지킴이였다고 할 만하다. 문 정권의 실세‧유력자들은 윤 총장에 대한 핍박이 정권 말기적 현상의 한 단면이었다는사실을 머지않아 뼈아프게 깨달을 것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이미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의 승부는 가려진 것으로 보인다. 범법자들이 권좌에 앉아 큰소리치고, 그들이 입법권을 농단하는 이 상황에 대해 국민이 분노하지 않으면 그런 나라엔 희망이 없다. 민주법치의 후퇴를 우리 국민이 용인하려 할 리가 있겠는가. 최종적 심판자는 국민이다. 민주주의는 그 바탕 위에 성립한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