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수출 부진으로 올해 10만대 생산 예상…적정 생산량 절반
시뇨라 사장 고용안정위 개최 요청에 노조 "임단협 먼저"
르노삼성자동차가 판매 부진으로 생산직 근로자의 절반가량을 ‘잉여인력’으로 안고 가야 할 형편에 처했다. 고용안정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노조는 기본급 인상을 고수하며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내달 8일부터 부산공장 근무체제를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할 예정이다. 사측은 올해 생산량 하향조정에 따른 근무체제 조정을 협의하기 위해 노조 측에 고용안정위원회 개최를 요청했지만 노조의 거부로 무산됐다.
회사측은 올해 예상 생산량을 15만여대에서 10만대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은 지난 18일 노조와의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6차 본교섭에 앞서 회사 상황을 설명하면서 “올해 생산량은 당초 예상치인 15만7000대 보다 적은 10만대 정도가 될 것”이라며 “다만 연장 근무를 하면 12만대 정도도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적정 생산량은 연간 20만대로, 올해 생산량을 10만대로 축소한다면 굳이 2교대 체제가 불필요한 상황이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초까지 물량 부족으로 1교대 체제로 운영한 바 있다.
현재로서는 1교대 전환 후 당분간 지속되는 상황이 유력하다. 내수 판매가 워낙 부진한데다, 유럽 시장이 코로나19발 침체에서 벗어나는 속도도 더뎌져 XM3 수출물량 주문이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적정 생산량 20만대 공장에서 10만대밖에 생산하지 못한다는 것은 절반의 인원이 잉여인력으로 발생함을 의미한다. 고용안정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시뇨라 사장은 노조에 고용안정위원회를 열어 머리를 맞댈 것을 요청했으나 노조는 거부한 채 기본급 인상 등을 포함한 임단협 교섭을 지속할 것을 고수하고 있다.
노조 요구안은 지난해 내놓은 기본급 7만1687원(4.69%) 인상과 일시금 700만원 지급, 노조 발전기금 12억원 출연, 휴가비·성과급(PS) 인상 등에서 변화가 없다.
르노그룹이 지난달 수익성 중심의 경영 전략 ‘르놀루션(Renaulution)’을 발표하고 르노그룹 부회장이 르노삼성에 생산비용을 절감하지 않으면 XM3 물량이전 등 조치를 취할 것을 경고한 상태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지만 사측은 노조와의 갈등에 발목이 잡혀 돌파구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형국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물량수요로는 2교대 가동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노사가 합심해 근로자들의 고용안정 대책을 마련하는 게 시급한데, (노조가)고용안정위 개최를 거부하고 기본급 인상만 고수하니 안타깝다”고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는 1교대 전환과 관련해 협의가 없었다고는 하지만, 그걸 논의하는 고용안정위를 두 차례나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고의로 참석하지 않아 1교대 전환을 결정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