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세금폭탄…“퇴로 막혀 매물 쏟아질까, 오히려 증여로”
해와 바람이 길을 가는 한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 대결을 한다. 바람이 먼저 힘껏 입김을 불자, 나그네는 외투를 꽉 잡는다. 바람이 힘을 쓰면 쓸수록 나그네는 더욱 세게 외투를 여밀 뿐이다. 이어 해가 나타난다.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자, 나그네는 꽉 붙잡고 있던 외투를 벗는다.
이는 유명한 이솝 우화 ‘해와 바람’의 이야기다. 힘으로 일을 해결하기 보다는 지혜로 해결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기고 있다.
지금의 문재인 정부 부동산 대책을 지켜보면서 왜 이 이야기가 떠오른 걸까. 문 정부는 출범 이후부터 최근까지 강력한 부동산 규제 기조를 이어가며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줄줄이 내놨다.
하지만 발표 때 마다 강력한 대책으로 평가되던 이 대책들에도 집값은 상승을 멈추지 않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책 발표가 나올 때 마다 규제로만 집값을 잡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
규제를 하면 할수록 사람들의 심리는 더욱 안정적인 자산인 ‘똘똘한 한 채’로 몰리게 된다는 거다. 이로 인해 인기지역과 비인기지역의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규제를 피한 풍선효과도 계속해서 발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강남 집값을 겨냥했던 정부가 이제는 서울 전제의 집값을 잡겠다며 규제를 쏟아내고 있다. 이후 규제의 부작용으로 나타난 풍선효과를 잡기 위해 또 다른 규제를 덧칠 하다보니 이제는 전국을 옭아매 버린 꼴이 돼버렸다. 부동산 규제라기 보단 평준화 대책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틀 전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폭탄과 함께 임대사업자의 세제 혜택을 줄이거나 폐지하는 23번째 부동산 대책을 또 발표했다. 다주택자의 종부세율을 현행 최고 2.7%에서 6.0%로, 취득세는 최고 현행 최고 4%에서 12%로 중과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렸다. 규제지역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율도 높였다.
종부세와 양도세 인상으로 세 부담은 곧 매수 심리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높은 세 부담으로 인해 집을 팔고 싶어 하는 다주택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한편, 퇴로가 막혀 시장에 매물이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
과연 정부의 바람대로 다주택자의 매물이 나올 것인지, 증여 등의 편법을 이용해 세 부담을 회피하는 또 다른 부작용만 광풍처럼 불지 않을지 벌써부터 염려되는 이유는 왜일까.
6·17부동산 대책 이후 한 달도 채 안 돼 7·10 추가 부동산대책이 발표됐다. 자주 발표되는 부동산 규제책에 대한 시장의 피로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과연 정부의 바람(WIND)이 나그네(다주택자, 투기수요 등)의 외투(매물)를 벗겨 바람(WISH)처럼 원하는 집값 안정을 이룰 수 있을지 지켜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