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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쇼어링? '집토끼'부터 잡아라…탈한국 러시 우려


입력 2020.05.27 12:11 수정 2020.05.27 13:02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LG전자 TV공장 인니 이전 이어 현대차도 물량이전 우려

재계 "법인세 인하, 근로시간 유연 등 경영환경 개선해야"

현대·기아차 해외 수출 차량들이 경기도 평택항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자료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문재인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 충격에 대한 해법으로 ‘리쇼어링(해외 진출 국내 기업의 복귀)’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가운데, 그에 앞서 ‘집토끼’부터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지 않도록 기업 환경을 개선하는 게 우선이고, 기업 환경이 개선되면 리쇼어링 역시 자연스레 이뤄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LG전자의 TV 생산라인 해외이전을 계기로 제조업체들의 ‘탈한국’ 위기설이 고조되고 있다.


그동안 상당수의 국내 기업들은 한국 경제와 고용에 기여하는 측면에서 해외 시장 판매 물량을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방식을 유지해 왔으나,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실적부진 압박이 심해지며 더 이상 국내 생산에 따른 비용 부담과 비효율성을 감수하기 힘든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0일 구미 TV 생산라인 일부를 인도네시아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기존 6개로 운영되던 구미 TV 생산라인 중 2개를 인도네시아 찌비뚱 공장으로 옮긴다는 것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구미공장의 생산물량 감소와 투입 소요인력 축소, 부품 협력사들의 판로 축소로 이어진다.


업계에서는 이번 생산라인 이전이 성공을 거두면 LG전자의 TV 생산의 중심축이 인도네시아로 옮겨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B2C(기업 대 소비자) TV 제품 생산 거점은 인도네시아로 이전되고 구미사업장에서는 롤러블(Rollable) TV 등 최상위 프리미엄 B2C 제품과 월페이퍼(Wallpaper), 의료용 모니터 등 B2B(기업 대 기업) 제품만 남게 된다.


LG전자의 생산라인 이전은 TV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원가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뤄진 불가피한 결정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인도네시아는 인건비가 국내의 7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데다, 아세안 역내 시장을 타깃으로 할 경우 물류나 관세 측면에서도 현지 공장 생산이 유리하다.


LG전자 직원이 경북 구미사업장 내 신뢰성시험실에서 포장된 상태의 올레드TV제품을 다시 뜯어 품질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LG전자

산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LG전자 단일 기업의 이슈로 끝나는 게 아니라 본격적인 탈한국 러시의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대규모 시장을 보유한 주요 국가에서 현지 생산을 늘릴 것을 압박하고 있고, 각국 정부와 지방정부들이 세제혜택과 규제완화, 인프라 구축 등 당근책을 제시하며 국내 기업들을 유혹하는 실정이다.


반면, 국내의 경우 가뜩이나 인건비가 높은데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까지 이뤄지며 협력사들까지 고임금 구조를 벗어날 수 없는 구조다.


연간 200만대가량을 국내에서 생산해 해외에 수출하는 현대·기아자동차도 언제까지고 국내 공장의 고비용 구조를 감당할 수 없는 실정이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최근 신형 투싼의 미국공장 투입설과 관련해 내부 회의를 가졌다. 기존 미국 수출용 투싼을 생산하는 울산 5공장 대의원회에서 신형 투싼의 미국공장 투입 가능성을 제기하며 집행부에 물량 이전에 따른 고용 불안을 호소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노조 집행부는 생산제품의 해외공장 이전은 단협상 고용안정위원회를 거쳐야 하는 만큼 사측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일축했고, 사측도 신형 투싼의 미국공장 생산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노조가 먼저 물량 해외이전 우려를 제기했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방식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HPV(차 한 대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시간)는 26.8시간으로 미국 GM의 23.4시간이나 일본 토요타의 24.1시간에 비해 높다. HPV는 수치가 높을수록 생산성이 떨어짐을 의미한다.


지난해 현대차 국내 근로자의 1인당 평균 임금은 지난해 기준 9600만원에 달했다. 미국 앨라배마공장의 평균 임금이 연 7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진 데다, 양국 경제수준 등을 감안하면 비용 대비 생산성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생산과 공급 시차에 따른 수요 적기대응 측면에서도 차질이 크다. 한국에서 생산된 자동차를 선박에 실어 미국으로 보내는 데 40일가량이 소요되며, 이를 다시 미국 내륙 운송을 통해 딜러들에게 공급하려면 도합 두 달 가량이 걸린다.


미국에서 특정 차종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도 두 달 전에 미리 재고를 확보해 놓지 않으면 대응이 불가능한 구조다.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공장 전경.ⓒ현대자동차

국내 기업들로 하여금 이런 각종 핸디캡을 감수하고도 국내 생산을 유지하도록 하려면 그에 맞는 반대급부가 있어야 된다는 게 산업계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재계는 그동안 법인세 최고세율의 OECD 평균수준(22%) 인하, 법인세 최저한세제 폐지, 안전·환경 규제의 실효성 제고 등 근로시간제도 유연성 확대, 경영상 해고 요건 완화 등 기업 경영환경 개선을 요구해 왔다.


특히 고임금 구조 완화를 위해 최저임금 산정기준 시간 수를 ‘소정근로시간’만으로 최저임금법에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생산차질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장 내 시설을 점거하는 형태의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쟁의행위시 대체근로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업황이 어려워질수록 기업들은 최적의 경영환경을 찾을 수밖에 없고, 정부가 기업을 잡아두거나 유치하려면 그에 걸맞은 이점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기존 기업들도 떠날 만큼 척박한 경영환경에서 나간 기업들을 데려온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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