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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때문에”…‘공통’ 서면 인터뷰, 묘수일까 악수일까


입력 2020.03.15 15:46 수정 2020.03.15 15:52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MBC

라디오 프로그램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사람과 음악’ 코너는 인터뷰라는 행위가 가진 힘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프로그램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도 DJ 배철수의 노련한 인터뷰 스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인터뷰어(Interviewer)인 배철수는 인터뷰이(Interviewee)인 출연자의 정보를 구함에 있어서 이해와 진심이 바탕이 되어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술술 털어놓을 수 있게 하는 배철수 만의 ‘기술’이다.


예컨대 작품 종영 후, 출연 배우가 10개의 매체와 인터뷰를 했다고 한들 결과물이 모두 같을 수는 없다는 말이다. 각각 던지는 질문도 다를 테고, 같은 질문이라도 뉘앙스와 단어 선택, 그리고 그 당시 배우의 컨디션과 그 질문을 어떻게 받아들였느냐에 따라 돌아오는 답에 미묘한 차이가 존재한다. 또 같은 질문을 어떻게 포장해서 던지느냐에 따라 현장의 분위기가 냉탕과 온탕을 오가기도 한다. 그게 바로 인터뷰의 매력이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대중문화계에서 이런 ‘매력’을 찾기는 힘들어졌다. 사전에 질문을 취합해 온라인 제작보고회를 열고, 취합한 질문에 대한 답을 전달한다. 당연히 그 대답에 대한 추가 질문은 있을 수 없는 환경이다. 분명 취재진이 질문을 주고 배우들의 답을 받았지만, 서로가 일방적이라는 찝찝한 느낌을 지울 순 없다. 원하는 답이 아니더라도 추가적으로 질문하거나 확인할 수 없다.


보통 서로 대면해 진행되는 인터뷰의 특성상 상황은 더 심각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면서 대부분은 예정된 인터뷰 일정을 취소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거나, 대면과 서명 및 전화 인터뷰라는 선택지를 취재진에 제안하기도 한다. 또 그룹 영상 통화로 인터뷰를 계획 중인 곳도 있다.


바이러스 전파 이전에 잡아 놓았던 인터뷰 일정의 경우는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어렵사리 대화를 이어갔다. 여러 인원이 좁은 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눠야하기 때문에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인터뷰라고 말하기 민망한 새로운 대안(?)을 찾아내기도 했다. 서면으로 진행해 릴리즈하겠다는 것인데 그 과정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는 조금 난해하다. 소속사가 배포한 안내문을 보면 “답변을 원하시는 질문을 보내주시면 배우에게 답변을 전달 받아 보내드리는 형식의 서면 인터뷰를 진행코자 합니다”라고 되어 있다.


문제는 그 다음 부분이다. “시간 관계상 인터뷰 질문은 일부 추려져 공통으로 전달드릴 예정이오니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이 덧붙여졌다. 즉, 질문을 보낼 수 있지만 모든 매체에서 같은 형식, 같은 내용의 인터뷰 답변지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종종 보도자료 중에 ‘서면 인터뷰’ ‘인터뷰’라는 제목으로 자료들이 배포되곤 했는데, 소속사에서 몇 가지 질문을 만들고 아티스트가 답변을 쓰는 일문일답 식의 내용이었다. 수많은 매체에 뿌리는 이 보도자료는 취재진은 취할 것은 취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넘기면 그만이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진행된다는 서면 인터뷰와 그간 보도자료를 통해 뿌려지던 서면 인터뷰가 어떤 차별이 있는 걸까. 취재진이 타이핑한 질문이 담긴 다는 것 말고는 전혀 다를 것 없는 형식이다. 같은 내용을 어떻게 녹여내는가에 따라 조금씩 다른 형태의 기사가 나오겠지만 사실상 내용, 즉 ‘알맹이’는 모두 같을 수밖에 없다.


온라인 생중계에 서면 인터뷰까지. 코로나19의 빠른 종식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요구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지만, 씁쓸한 뒷맛이 진하게 남는다. 활발하고 생생한 현장의 분위기를 느끼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일상으로의 복귀가 더욱 간절해지는 대목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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