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속 증권가 가업승계 컨설팅 붐…회계법인 동맹·전문 연구소 개설
기업가 최대 고민 증여·상속…서비스 받은 오너들, 증권사 고액자산가로 연계
경기 침체 속 증권가 가업승계 컨설팅 붐…회계법인 동맹·전문 연구소 개설
기업가 최대 고민 증여·상속…서비스 받은 오너들, 증권사 고액자산가로 연계
증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새 먹거리를 찾는 증권가에서 ‘가업승계 컨설팅’ 붐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증권사들은 회계법인·컨설팅 업체와 손을 잡거나 가업승계 전문 연구소를 여는 등 다양한 형태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는 상속 서비스를 받은 오너들을 고객으로 확보, 미래 투자은행(IB)을 키우는 전략으로도 활용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속 및 증여세 부담으로 가업승계의 어려움을 겪는 중견·중소기업을 향한 증권가의 컨설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들은 가업승계 컨설팅 보고서부터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 제공까지 세분화된 서비스를 펼치며 고액자산가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지난달 31일 글로벌 투자은행 BDA파트너스(BDA)와 가업승계 컨설팅 및 해외 유망 투자상품 공동 발굴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유안타증권은 중소·중견기업 소유주, 고액자산가 고객을 대상으로 가업승계 및 상속·증여 관련 종합적인 컨설팅을 제공할 예정이다.
NH투자증권도 지난 4월 KPMG 삼정회계법인과 가업상속 세무자문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두 회사는 가업상속공제 등을 통해 경영권승계가 필요한 이들에게 세무와 법률자문을 협력 제공하기로 했다.
신한금융투자는 CEO 가업 승계 및 종합자산관리와 임직원 은퇴자산관리에서 각종 금융거래 혜택까지 제공하는 ‘신한 파트너즈 서비스’를 적극 홍보 중이다. 미래에셋대우는 VIP컨설팅팀에서 상속·증여전략을 설계해 주고 있고 KB증권은 지난해 9월 세무자문센터를 열어 절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가업·경영 승계 전략 등을 수립하는 법인금융센터를 앞서 2월 오픈했다. 법인을 위한 맞춤형 자산관리 및 기업공개(IPO), 채권발행, 유상증자 등 자금조달 지원까지 원스톱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주주 지분 관리를 위한 세무 컨설팅, 부동산 투자 자문도 지원한다.
특히 삼성증권은 가업승계 마케팅을 주요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이 증권사는 이미 ‘가업승계연구소’를 신설해 컨설팅과 후계자 양성, 상속과 증여, 인수·합병(M&A) 등 토탈케어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또 제휴관계에 있는 삼정KPMG, 삼일회계법인 등 외부전문기관과도 협업해 가업승계플랜을 설계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그동안 기업오너 고객들로부터 가업승계와 관련한 니즈를 꾸준히 확인했다”고 사업 진출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기업인들이 가업승계에 있어 가장 크게 고심하는 부분은 세금이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500곳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10명 중 7명 꼴(69.8%)이 세금 문제를 꼽았다.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최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삼성증권이 지난 4월부터 예치자산 기준 30억원 이상을 보유한 삼성증권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한 1630건의 정기 컨설팅 분석에서도, 고액자산가 3명 중 1명은 금융수익보다 증여∙상속에 대한 고민이 더 크다는 답변을 내놨다.
금융자산가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기업가들이 가업승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증여∙상속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돼 전통적으로 금융자산가들의 가장 큰 관심사였던 투자수익 기대치는 낮아진 모습이다.
유성원 삼성증권 가업 승계연구소 소장은 “가업 승계와 상속 등은 예민한 개인정보를 상당 기간 공유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한번 상담을 드린 세무전문가가 주치의처럼 계속 상담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 고객만족도가 특히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밀착 서비스를 받은 오너 및 후계자는 해당 증권사의 고액자산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기업 고객들은 기존의 법률 정보를 넘어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받게 되고 증권사들은 프리미엄 시장 저변이 확대되는 결과를 낳는다. 증권사들의 법인고객 유치 경쟁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다만 증권사와 고객들의 절세 상담 과정에서 불법이 조장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남아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기 침체 속에서 증권사들이 세대 간 부의 이전과 승계까지 나서서 돕는 게 현 정부의 ‘공정경제’ 기조와 맞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며 “또 고액 자산가들에게 탈세와 절세의 경계에서 조언을 하는 경우도 더러 있어 시장이 더욱 커질 경우, 금융당국도 감시망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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