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백화점 등 9곳 매각…유통‧물류 스타트업 투자 확대
신세계, 전문점 사업 ‘선택과 집중’…SSG 닷컴 통해 온라인 강화
롯데쇼핑, 백화점 등 9곳 매각…유통‧물류 스타트업 투자 확대
신세계, 전문점 사업 ‘선택과 집중’…SSG 닷컴 통해 온라인 강화
정부의 각종 규제와 온라인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선다. 일부 부진점포를 폐점하는 등 저강도 구조조정에서 이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구조조정으로 강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2분기 주요 대형마트의 적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업계의 간절함이 반영된 모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구리점, 롯데백화점 광주점, 롯데백화점 창원점, 롯데아울렛·롯데마트 대구율하점, 롯데아울렛·롯데마트 청주점, 롯데마트 의왕점, 롯데마트 장유점 등 9곳을 롯데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에 처분한다고 지난 25일 공시했다. 처분 규모는 1조629억원 수준이다.
롯데쇼핑 측은 “자산매각을 통한 대규모 자금 조달로 신성장 사업 재원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같은 날 롯데쇼핑은 롯데-KDB 오픈이노베이션펀드에 160억원을 출자한다고도 밝혔다. 유통‧물류 분야 스타트업 투자를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다.
앞서 롯데쇼핑은 지난 5월에도 알짜인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리츠에 넘기고 약 4200억원 자금을 확보한 바 있다.
온라인 유통이 국내 유통산업의 대세가 된 데다 정부의 각종 규제로 신규 출점 제한 등 발목이 잡히면서 그동안 요지에 부동산을 매입해 유통채널을 확장해왔던 롯데가 수십년 만에 전략을 바꾼 셈이다.
확보한 자금은 온라인 유통과 물류 등 신산업과 더불어 부진을 겪고 있는 오프라인 매장 활성화를 위해 투자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된 롯데그룹 하반기 사장단 회의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당시 유통BU 회의에서는 온라인 전략과 e커머스 공세에 대비한 오프라인 매장 활성화 전략 등이 논의됐다.
당시 강희태 롯데백화점 대표는 최근 쥬라기월드 특별전, VR테마파크 같은 체험형 마케팅을 늘리고 신성장 동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보인 바 있다.
경쟁사인 신세계가 스타필드 매장을 확대하면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롯데도 이와 비슷한 복합쇼핑몰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 롯데슈퍼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롯데 프레시’를 중심으로 거점별 물류센터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신세계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전문점 사업의 경우 소위 잘 되는 전문점은 출점을 확대하고 부진한 곳은 대폭 줄인다는 방침이다.
성장성이 높은 일렉트로마트의 경우 올 상반기에만 6개 점포를 출점한데 이어 하반기에도 10여개점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B급 감성을 콘셉트로 내세운 삐에로쑈핑도 지난 20일 대구에 처음으로 매장을 연 데 이어 하반기 2~3개 가량의 점포를 추가로 출점할 예정이다.
반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헬스앤뷰티 스토어 ‘부츠’ 매장은 전체 33개 매장 중 절반이 넘는 18곳을 순차로 폐점할 예정이다. 대신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SSG닷컴으로 판로를 옮겨 온라인 판매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홈플러스와 이랜드는 리츠를 통해 자산 유동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 기존 영업점을 매각하거나 담보로 삼아 유동성을 확보하고 신사업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지난 3월 한 차례 리츠 상장 계획을 철회했던 홈플러스는 재도전 기회를 모색하고 있고, 이랜드는 지난해 이랜드리테일이 운영 중인 대형 영업점 중 매출 상위권 다섯 곳을 기초 자산으로 삼아 리츠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정부 규제가 완화되고 있는 리츠산업은 유통업계 입장에서는 안정적으로 매장을 운영하면서도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부동산 공시지가 상승으로 금액이 오른 종합부동산세 부담도 낮출 수 있다. 전국 주요 거점에 다수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 신세계의 경우 올 2분기 종부세만 각각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뜩이나 최저가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추가 지출 100억원은 흑자와 적자의 경계를 나누는 기준점이 될 수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 트렌드가 온라인 중심으로 급격하게 재편되면서 저성장이 아니라 이제는 생존을 고민할 정도로 상황이 급박해졌다”며 “당초 온라인 시대에 맞춰 부진 속도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이미 물거품이 됐다. 이제는 대체 가능한 사업을 육성하고 그것에 몰두하는 시기”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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