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일대화로 막대한 보상금 챙길수…'일본에 손 내밀 준비'
김정은, 북일대화로 막대한 보상금 챙길수…'일본에 손 내밀 준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조건없는 북일 정상회담'을 수차례 제안한 것에 대해 북한이 "낯가죽이 두텁다"며 맹비난을 했다.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2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최근 한 강연에서 북한이 '올바른 판단'을 하면 제재가 해제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마치 저들이 우리의 생사여탈권이라도 쥐고 있는 것처럼 요망을 떨었다"고 비난했다.
대변인은 이어 "'올바른 판단'과 '결단'에 대해 말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일본에 대고 할 말"이라며 "지금이야말로 과거 죄악을 깨끗이 청산하고 새로운 역사를 써나갈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반발했다.
대변인은 또 "천하의 못된 짓은 다하고 돌아가면서도 천연스럽게 '전제 조건 없는 수뇌회담 개최'를 운운하는 아베 패당의 낯가죽이 두텁기가 곰 발바닥 같다"며 "제재강화를 고창하는 고노의 망발이 보여주는 것처럼 우리 국가에 대한 적대시 정책에서 달라진 것이란 꼬물만큼도 없다"고 했다.
이에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3일 개최된 정례 기자회견에서 북측의 반응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북한 측의 발언에 하나하나 코멘트하는 것은 삼가겠다"며 구체적인 논평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아베 총리는 조건을 붙이지 않고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솔직하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기존의 입장에서 변동이 없음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정부의 '중재자' 역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미국 주도의 대북 최대압박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북일대화를 통해 핵협상 교착국면을 유리하게 이끌고 막대한 규모의 경제지원을 받아 낼 수 있다.
손용우 선진통일건국연합 사무총장(북한학 박사)은 북한 당국의 반일선전 강화는 역으로 일본과 접촉을 강화하기 위한 사전 준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관측했다. 항일·반일 정신이 투철한 주민들은 정세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면서 외교적으로는 일본과 가까이 붙는 일종의 '연막작전'을 펼친다는 것이다.
손 총장은 "앞으로 북한 당국은 반일선전을 강화하는 한편, 돌아가는 외교 상황은 투명하게 전달하지 않고 은폐하려는 행동양상을 보일 것"이라며 "이는 지난 70여년간 주민들을 철저하게 통제해온 북한의 폐쇄적인 통치체제 덕분에 가능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베 총리도 김정은 정권의 이같은 수는 충분히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며 "일본은 이미 북한을 핵무장을 한 동북아의 주요한 플레이어로 인정해야 한다는 냉혹한 현실주의적 판단 하에 외교를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일본은 미중대결 구도 틈새를 활용해 역내에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려고 한다"며 "특히 북한은 일본의 식민지 보상금이 탐날 것이고 어느정도 일본의 역할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일본도 대북제재를 이행해야 하는 입장인 만큼 현 북미교착 상황에서 미국보다 더 좋은 조건을 북한에 제시할 수는 없다"며 "특히 북일 대화는 '납북자 문제'라는 까다로운 사안도 걸려 있는 만큼, 당분간은 일본보단 미국과 대화하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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