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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O 문재인정부 2년] "북한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힌 어설픈 중재외교"


입력 2019.05.03 06:00 수정 2019.05.03 05:36        이배운 기자

일방적 소통거부, 무례한 비난에도 '저자세' 고수하는 文정부

전문가 "북한의 전형적 외교전술…앞으로 더 심해져"

일방적 소통거부, 무례한 비난에도 '저자세' 고수하는 文정부
전문가 "북한의 전형적 외교전술…앞으로 더 심해져"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한국에 유화 손짓을 보냈고, 이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판문점 정상회담, 평양 정상회담 등이 잇따라 성사되면서 남북관계는 전례 없는 화해 분위기를 맞았다. 한반도는 당장이라도 비핵화가 손에 닿을 듯 기대감에 부풀었고, 일각에서는 하루빨리 평화통일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이에 정부는 김 위원장의 '선의'에 기대를 걸고 외교적 무리수를 감행해가면서 대북제재 해제를 촉구하는 등 북한에 대한 신뢰와 우호를 표시했다. 그러나 지난 남북대화 과정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북한이 우리 정부에 대해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는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자유민주주의 사회는 평화상태가 깨지고 긴장사태가 발발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북한은 우리 정부에게 '평화냐 긴장이냐'고 압박하며 '갑질'을 했고, 비핵화 국면에서 이용하려고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지난달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행세 말라"고 했다. 우리 정부가 자신들의 기대만큼 경제 협력·지원에 나서주지 않은 것에 대한 적잖은 섭섭함이 깔려있다는 분석과 함께 정상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사흘 뒤 김 위원장의 시정 연설에 대해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이제 남북 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시점이다"며 낙관적인 입장을 보였다.

지난 3월에는 북한이 돌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인원을 철수 시키면서 남북대화에 찬바람이 불었다. 북측은 '상부의 지시에 따라 철수한다'는 답변 외에 아무런 설명도 내놓지 않았고, 이후 인원들을 복귀 시킬 때도 마찬가지로 '묵묵부답'이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만 거듭할 뿐, 북한에 어떤 공개적인 항의도 내놓지 않았다.

북측 예술단이 지난 2월 방남해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러한 가운데 북한 매체들은 연일 정부를 겨냥한 공격적인 발언을 지속하고 있다. 북한의 한 대남선전매체는 지난달 "남조선 외교부 것들은 '2019년 업무계획'에서 '한미공조를 바탕으로 한 북남협력'에 대해 요란스럽게 광고해댔다"며 "쓴맛을 볼대로 보면서도 외세에 빌붙어 자기의 존엄을 찾지 못하는 가련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논평은 "남조선 통일부는 '업무계획'에서 북남대화로 북미대화의 진전을 견인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며 "긴밀한 한미 공조 하에 중재안마련을 하겠다고 하는 등 푼수에 맞지 않는 속내를 드러냈다"고 했다.

북한은 지난해 '평화의 제전'인 평창동계올림픽을 볼모로 삼아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올림픽에 참가할 우리 대표단을 태운 버스는 아직 평양에 있다", "입 건사를 잘못하다가는 잔칫상이 제사상 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얼빠진 궤변도 서슴없이 내뱉는다"고 했고, 올림픽 개회 바로 전날엔 핵무력을 과시하는 군사 퍼레이드를 벌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김정은 연내답방 무응답 ▲남북 과거사문제 부정 ▲리선권 '냉면 목구멍' 막말 논란 ▲'배나온 사람' 막말 ▲김영철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바로 저' 발언 ▲현송월 노쇼 사태 ▲5월 남북고위급회담 돌연취소 등 논란이 잇따랐지만 정부는 공식적 항의 없이 '저자세'를 유지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사진공동취재단

전문가들은 세대가 지나면서 국민들이 북한을 맹목적인 통일의 대상이 아닌 '공존'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와 달리 북한에 대한 기대심과 환상이 사라진 만큼 북측의 강압적이고 오만한 태도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북한의 '갑질'에 휘둘리는 정부 대응은 북한의 '핵보유 굳히기' 전략을 거들어주는 꼴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북한의 '심기'를 살피며 평화분위기를 유지하는데 급급하다가는 우리 스스로 대북공조를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재우 경희대 국제정치학 교수는 "북한이 갑자기 무엇을 하자고 해도, 갑자기 날짜를 바꿔도 '오냐오냐'로 일관한 탓에 지금의 사태를 자초한 것"이라며 "외교적 형식을 등한시하고 내용만 챙기려는 태도가 지나치다 보니 북한에 얕보이게 됐다"고 비판했다.

또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남북관계를 회복하겠다며 한미동맹을 와해시키고 국제사회와도 등졌지만 결과를 보라"며 "북한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힌 어설픈 중재외교가 지금 고립무원의 외교적 상황을 자초했다"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이어 "상대방과 균등한 관계를 이루거나 우위를 점해야 협상이라는게 성립하는 것인데, 핵무기도 없는 우리가 굽신거리기만 한다고 협상이 되겠냐"며 "우리가 무조건 잘해주면 북한도 잘해줄 것이라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용우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교수는 정상국가가 아닌 북한이 고압적이고 무례한 외교를 벌이는 것은 지난 70여년간 수차례 보여준 전형적인 협상 전술이며, 실제로 평화 상태가 깨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자유민주주의 정부를 효과적으로 길들였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북한이 무례하고 무도하게 나올 때는 우리 정부도 단호하게 응분의 대응을 펼쳐야한다"며 "지금의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북한은 앞으로 더더욱 무례하고 고압적인 자세로 나올 것이고, 핵폐기 또한 요원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현재 문재인 정부는 국제정세, 북한 내부 정세, 한반도 역사에 대해 총체적으로 왜곡된 인식을 가지고 북한을 바라보고 있다"며 "이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현재 남북 상황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더불어 잘못된 의사결정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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