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천우희 "故 김주혁 사고, 모든 게 부질없더라"
사고 후 극심한 슬럼프, 작품 제안도 거절
휴식 7개월, 치유의 시간 '다시 팬들 곁으로'
"다른 작품을 선택할 수 없었어요. 그만큼 연기에 대한 의욕이 떨어졌죠."
고(故) 김주혁의 사고 소식은 배우 천우희의 연기 인생의 가장 큰 고비였다. 함께 출연했던 tvN 드라마 '아르곤'이 종영된 지 불과 한 달 뒤, 그리고 영화 '우상' 촬영이 한창이던 시기, 갑자기 날아든 소식이 믿기지 않았다.
"모든 게 무의미하게 느껴졌어요. 혼자 있으면 그렇게 우울할 수가 없더라고요."
힘겹게 촬영한 영화 '우상'을 끝낸 이후에도 후유증은 계속됐다. 좋은 시나리오와 캐릭터를 제안받고도 선뜻 응할 수 없었다. 그걸 해낼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연기와 작품에서 멀리 떨어지려고 애썼다. 대신 여행과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삶의 피로를 회복했다.
"여행도 다니고 유튜브 방송도 하며 시간을 보내고 나니 좀 괜찮아지더라고요. 쉬는 7개월 동안 나름대로 치유가 된 것 같아요."
김주혁의 사고와 영화 '우상'은 그만큼 배우로서 성장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초심으로 돌아가게 된 것 같아요. 제 모습을 돌아보게 됐고, 왜 연기를 하고자 했는지 묻게 됐어요. 이제는 창작에 대한 즐거움을 찾으려고 해요. 이제야 새로운 걸 할 수 있는 준비가 된 것 같아요."
'우상'은 천우희를 세상에 알린 '한공주'의 이수진 감독 신작이다. 그만큼 작품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남다르다. 하지만 막상 처음 작품을 제안받았을 땐 잠시 망설였다고.
천우희는 "이 인물을 연기하면 나 스스로 잠식당할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던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작품을 선택한 건 감독에 대한 무한한 믿음과 신뢰 때문이다. "'한공주' 때 감독님하고 같이 작업했던 호흡이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한석규, 설경구 선배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점도 작품을 선택한 이유였죠."
'우상'은 아들의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 구명회(한석규)와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쫓는 아버지, 유중식(설경구 역) 그리고 사건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 련화(천우희)까지 그들이 맹목적으로 지키고자 했던 명예와 핏줄, 생존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다.
영화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지만 천우희는 기대만큼 나왔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한석규·설경구와 호흡을 맞춘 것도 천우희에게 값진 경험이었다.
"한석규 선배는 그저 '인간 대 인간'으로 대해줘 고마웠고요. 설경구 선배는 말 그대로 '츤데레' 스타일이에요. 정말 배려심이 깊은 선배죠. 말로 표현하진 않지만 모든 걸 다 기억해서 챙겨주더라고요."
특히 "배우로서 자세나 그 내공이 어마어마하다"며 "제가 열의를 갖고 최선을 다했지만, 그 내공과 재능의 차이는 뛰어넘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정말 멋있었다"고 두 배우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시기에 탄생된 작품이 '우상'이었다. 하지만 "후배지만 존경스럽다"는 한석규의 말이 결코 빈말이 아님을 작품을 통해 입증한 천우희다. 다음 작품에서는 또 어떤 연기로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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