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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아세안 발언' 북한 기자가 들으면 뭐라고 했을까


입력 2019.01.29 15:00 수정 2019.01.29 13:38        이배운 기자

‘남조선을 청년들의 지옥으로 만들고 비난 모면하기 위한 나발’

‘죄의식 있다면 감히 해외진출이란 뻔뻔스러운 말마디 올리나’

‘남조선을 청년들의 지옥으로 만들고 비난 모면하기 위한 나발’
‘죄의식 있다면 감히 해외진출이란 뻔뻔스러운 말마디 올리나’

김현철 신남방정책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CEO 조찬간담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 겸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8일 기업인 대상 강연회에서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층은 ‘헬조선’ 불평말고 동남아로 나가 기회를 찾아라”고 발언해 구설수에 올랐다.

이는 2015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중동 발언’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다. 박 전 대통령은 “국내에만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은 여러가지로 한계가 있다”며 “대한민국의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한 번 해보세요. 다 어디 갔냐고, 다 중동 갔다고”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청춘의 꿈을 짓밟는 정치간상배’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놓고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신문은 “이 수작은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아연함을 금치 못하게 했다”며 “남조선 집권자(박 전 대통령)에게 꼬물만한 양심이 있다면, 자기가 빚어낸 비극적인 현실에 대한 죄의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감히 중동 진출이니 하는 뻔뻔스러운 말마디를 입에 올릴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어 “온 남조선 사회를 청년들의 지옥으로 만들었으니 그 비난과 규탄을 모면하기 위해 중동 진출 나발을 불어댔겠지만 그 파렴치한 수작에는 누구나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며 “청년들이 겪는 불행과 고통에 관심이 있는 듯이 생색을 내 그들의 반(反)정부 진출을 가로막고 집권 위기를 모면해보자는 속심인데 가소롭다”고 꼬집었다.

최근의 남북 화해분위기를 감안하면 노동신문이 김 보좌관의 발언을 지적하는 논평을 내놓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그러나 당시 논평에서 언급된 ‘남조선 집권자’와 ‘중동’을 각각 ‘문재인 정부’와 ‘아세안’으로 바꾸면 이번 사태에 부합하는 비평문이 된다.

한편 김 보좌관은 같은날 강연에서 “북한만 챙기고 경제는 안 챙긴다고들 한다”며 문 대통령을 겨냥한 비판여론을 반박했다. 그러나 2030세대는 취업난·생활고 문제가 나아진 것을 체감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로부터 소외감을 느끼고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지적이다.

한 20대 후반 취준생은 “지금도 헬조선이라는 말을 쓰는 이유는 취업난뿐만 아니라 청년층의 어려움은 뒷전으로 미뤄둔 듯한 정부에 불신이 깊은 탓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는데 북한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게 곱게 보일 리가 있냐”고 꼬집었다.

이같은 지적에 따르면 김 보좌관과 정부는 ‘한시라도 빨리 취업난과 산적한 국내문제를 해결 하겠다’는 입장을 표해도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판국에 “여기 앉아서 취직이 안 된다고 하지 말고 동남아에서 길을 찾아라”라고 발언한 것은 당초 정부가 2030세대의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음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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