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불만 접수 2년 새 14% 증가, 온라인몰 불만 사항에서도 2위
택배기사 충원 제 때 이뤄지지 않고 처우 열악…“택배 단가 인상 필요”
소비자원 불만 접수 2년 새 14% 증가, 온라인몰 불만 사항에서도 2위
택배기사 충원 제 때 이뤄지지 않고 처우 열악…“택배 단가 인상 필요”
#2살, 4살 아이를 키우는 주부 강모씨는 하루에 한 번씩 아파트 정문에 위치한 경비실을 들른다. 어린 두 자녀 때문에 밖에 나가 쇼핑하기가 어려워 온라인 쇼핑을 통해 물건을 구입하는데 택배기사가 항상 경비실에 물건을 맡기고 떠나버리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담당 택배기사와 해당 회사로 전화해 항의도 해봤지만 같은 일이 매번 반복되면서 이제는 포기하고 경비실을 들러 택배를 찾아가는 게 일상이 됐다.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택배 물동량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택배물동량은 약 25억개 수준으로 국민 1인당 46개 택배 상자를 받아본 셈이다. 하지만 늘어나는 택배물동량 만큼 택배기사 등 관련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서 배송에 불만을 느끼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택배 관련 불만 사항을 보면 2016년 306건에서 2017년 336건, 2018년 349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배송 관련 불만사항은 국내 주요 온라인 쇼핑업체들에 접수된 불만 사항에서도 반품에 이어 두 번째로 비중이 컸다. 반품의 경우 단순 변심이나 사이즈가 맞지 않는 등의 문제가 포함돼 있어 실질적인 불만 사항 1위는 배송 문제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택배 관련 소비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직접 대면 배송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 세대 내 경비실에 물건을 한 번에 내려놓고 소비자들이 직접 찾아가게 하는 식이다.
강 모씨는 “아이를 보느라 하루 종일 집에 있는 날이 많은데 연락도 해보지 않고 사람이 집에 없어서 물건을 경비실에 맡긴다는 식”이라며 “택배기사에 연락해 항의도 해봤지만 집 주소와 연락처가 공개돼 있고 낮에는 아이들과 함께 있다 보니 혹시 해코지라도 당할까봐 참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 배송이 되지 않은 물건을 배송완료로 표시해놓고 다음 날이 돼서야 실제 배송이 이뤄지는 일도 대표적인 불만 사례로 꼽힌다. 소비자들이 배송추적을 해보면 이미 배송이 된 것으로 전산 기록에 나타나지만 실제 배송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원래는 하나를 배송하고 배송완료로 전산에 표기해야 하지만 택배기사들 입장에서는 번거롭기도 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다 보니 배송 전이나 후에 일괄적으로 표시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일부 택배업체의 경우 택배기사가 익일 배송 원칙을 지키지 못할 경우 패널티를 주는 곳도 있다. 때문에 물량이 많이 몰려 제 때 배송하지 못할 경우, 패널티를 물지 않기 위해 미리 배송완료로 회사에 보고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익일 배송률 등 관련 지표를 대리점에서 중점적으로 관리하다 보니 이를 맞추기 위한 편법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 경우 소비자들은 자신이 주문한 택배물건의 분실을 우려해 쇼핑몰이나 택배회사에 문의를 해야 하는 등 불편을 겪을 수 있다. 경비실에 맡겨 놓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보니 택배를 찾으러 경비실에 들렀다 허탕을 치는 일도 많다.
택배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서비스 질 하락이 열악한 택배기사들의 처우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늘어난 물동량만큼 택배기사 충원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기사 1인이 감당해야 할 물량이 늘어나고 결국 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수입이 많고 자녀 학자금이나 건강검진 지원 등 복지가 많은 일부 업체의 경우 기사들이 몰려 인력 풀이 충분하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연간 성장률이 10%가 넘을 정도로 택배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는 있지만 출혈경쟁이 계속되는 탓에 택배단가는 오히려 더 떨어지는 추세”라며 “택배기사들은 개인사업자로 건당 700~800원을 받는다. 현실에 맞게 단가 인상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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