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핵보유국 위치 굳히려…작년의 남북미 교착 재현될수도”
입장 고수하는北…“우리의 선제적 조치에 미국이 상응해야”
태영호 “핵보유국 위치 굳히려…작년의 남북미 교착 재현될수도”
입장 고수하는北…“우리의 선제적 조치에 미국이 상응해야”
새해를 맞이한 남북미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희망적인 표현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그러나 표면상의 긍정적인 분위기와 달리 조속한 북미대화 재개 및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 가능성은 오히려 적어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조선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의 불변한 입장이자 나의 확고한 의지”라고 언급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미국 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돼 있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 보도를 인용한 뒤 “북한의 위대한 경제적 잠재력을 잘 알고 있는 김 위원장을 나도 만나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지난 한 해 우리는 평화가 얼마나 많은 희망을 만들어내는지 맛봤다”며 “한반도에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가 정착되면 평화가 번영을 이끄는 한반도 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남북미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신년사 면면을 뜯어보면 오히려 비핵화 진전 시점은 더 불투명해졌다는 평가를 내린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는 2일 국회에서 열린 ‘김정은 신년사로 본 2019년 한반도 정세 분석과 전망’ 토론회에서 이번 신년사의 대미 메시지는 핵보유국 위치를 더 굳히려는 전략적 의도가 내포됐다고 지적했다.
태 전 공사는 “2018년 초나 지금이나 핵무기를 끝까지 고수하려는 데 한 치의 변화가 없다”며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됐다고 하면서도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공갈 대목을 끼워 넣은 것은 타협점을 보여주지 않으면 2차 북미정상회담에 나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하여 내외에 선포했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이미 핵보유국임을 선언했으니 미국과 동등한 핵보유국 지위에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서로 동등한 핵보유국의 지위에서 협상을 출발시켜야 한다는 의미가 담겼다”며 “미국이 올해도 처음부터 북핵 폐기 협상을 고집한다면 2019년의 북미관계나 남북관계는 2018년과 같이 큰 진전은 없는 상황이 재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이 북미의 새로운 관계 확립에 대해 ‘우리의 주동적이며 선제적인 노력에 신뢰성 있는 조치를 취하며 상응하는 실천 행동으로 화답에 나선다면’이라고 전제 조건을 달은 점도 북미대화 난항을 예고한다.
‘상응조치’ 제공을 놓고 북미 교착이 반년가량 지속된 상황에서 북측은 기존의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으며, 이 교착의 책임을 한미에 돌리려고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이들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한 새로운 양보 및 제안이 담기지 않았다는 점도 협상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김 위원장이 올 한해 북한 사회의 핵심 구호로 ‘자력갱생’을 내세운 것은 핵협상 장기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대북제재가 장기화되고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기 전에 주민 결속 다지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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