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유승민 두 대권주자, 통합을 이루다
지방선거 공천파동…바른미래의 드러난 민낯
孫, 왼손 쥔 채 중도정당 강조…탈당기류 본격화
안철수·유승민 두 대권주자, 통합을 이루다
지방선거 공천파동…바른미래의 드러난 민낯
孫, 왼손 쥔 채 중도정당 강조…탈당기류 본격화
중도개혁 정당을 내걸고 올해 초 창당한 바른미래당은 불안한 한 해를 보냈다. 통합 전부터 삐걱대던 양당의 서로 다른 정체성이 주요 정치적 상황마다 발목을 잡았다.
통합 전부터 안철수·유승민 두 대권 주자의 만남은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충분했다. 문제는 화학적 결합의 부재였다. 정체성 문제는 6.13지방선거 과정에서 공천을 둘러싼 양당의 계파갈등으로 표출됐다. 선거는 참패했고, 두 전 대표는 잠행에 들어갔다.
손학규 2기 지도부는 당 정체성에 문제를 인정했다. 무리한 통합 일정에 따른 불안한 화학적 결합을 선거 패배의 주원인으로 지목했다. 손 대표는 불협화음 해소에 나섰지만 결정적 순간마다 ‘왼손’을 들어 올리는 실수를 했다. 당내 누구보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그의 기울어진 결정은 보수성향 인사들의 반발을 키우는 꼴이 됐다.
안철수·유승민 두 대권주자, 통합을 이루다
바른미래당의 불안의 씨앗은 창당 직전 국민의당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이른바 호남 중진 의원들은 보수성향이 강한 바른정당과 통합에 반대했다. 국방·안보를 비롯해 경제 분야까지 양당의 결합이 불가능하다는 게 첫번째 이유라면 결국 자유한국당을 아우르는 보수통합 진행 가능성이 두번째 반대 사유였다.
실제 당시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양당의 정체성 문제가 통합의 걸림돌로 지목되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안 대표를 압박했다. 그는 창당을 불과 한 달 남겨둔 지난 1월까지 통합에 대해 “아직 합의된 바가 없다”고 했다.
안 전 대표는 6월 지방선거를 대비한 통합 일정을 맞추기 위해 무리한 선택을 했다. 그는 통합 이후 백의종군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불안의 씨앗은 그렇게 뿌리 내렸다. 양당은 정체성 문제를 놓고 타협과 논의의 과정을 건너뛴 채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선(先)통합 후(後)결합을 택한 순간이다.
양당은 안 대표가 백의종군을 선언한지 한 달 후인 지난 2월 13일 통합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당 호남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민주평화당이 만들어졌다. 당초 바른미래당은 국민의당 39석, 바른정당 9석을 합한 총 48석으로 외연 확대를 예상했지만 평화당의 분당으로 실제 창당 당시 의석수는 30명에 불과한 ‘마이너스 통합’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지방선거 공천파동…바른미래당의 민낯 드러내다
지방선거를 한 달 남겨두고 바른미래당은 공천 파동을 겪었다. 송파을 재보궐선거 후보자 공천을 놓고 이른바 안철수계와 유승민계가 충돌했다. 인재영입위원장으로 복귀한 안 전 대표는 손학규 당시 상임고문을, 유 전 대표는 바른정당 출신 박종진 송파을 당협위원장을 각각 추천했다.
표면적 갈등은 두 대권 주자 간 계파싸움이었지만 실상은 양당의 파워게임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당시 손 상임고문이나 박 당협위원장이 각각 안철수·유승민계로 단정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송파을은 결국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의원에 돌아가면서 양측은 서로를 할퀸 상처만 남았다.
바른미래당은 안철수 전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에 3위로 패배하면서 대미를 장식했다. 야권의 대표주자라는 명분 유지를 위해서라도 투표 2위 기록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서울시장 패배로 안 전 대표는 정치인생에 치명상을 입고 독일행을 택했다. 유 전 대표는 공동 대표직에서 물러나 칩거에 들어갔다.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계파갈등과 서울시장 선거 패배는 바른미래당이 심리적으로 양분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손학규 신임 당 대표가 취임연설에서 “당내 통합이 최 선결 과제다”고 말한 것은 당내 불협화음으로 난파당한 배에 올라탄 심정을 대변한다.
손학규, 왼손 쥔 채 중도정당 강조…탈당기류 본격화
손학규 대표를 중심으로 한 바른미래당 2기 지도부 체제는 시작부터 순탄치 못했다. 바른정당 출신들이 선출직 최고위원으로 대거 합류하게 된 게 변수로 작용했다. 손 대표는 사실상 러닝메이트 없이 대표직을 수행, 당내 장악력이 떨어졌다.
손 대표를 향한 당내 보수성향 의원들의 노골적인 불협화음은 4·27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동의 여부를 놓고 본격화 됐다. 손 대표는 비준 동의안에 당 차원에서 찬성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당내 보수성향 의원들은 반발했다.
손 대표는 비준 여부를 결국 문재인 대통령에 맡겨야 한다며 한 발 물러났지만 신임 당 대표로서 완전히 체면을 구겼다. 보수성향 의원들의 정체성 문제는 이후 주요 사안마다 반대 의사를 표명하며 거세졌다. 손 대표는 정체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원총회를 소집하는 등 정면돌파를 시도했지만 용두사미로 끝났다. ‘바미하다’라는 조롱섞인 유행어가 탄생한 순간이다.
정체성 문제는 야권발(發) 보수통합 기류를 만나면서 더는 수습이 어려운 상황에 이르게 됐다. 이언주 의원은 신보수를 주장하며 독자행보에 나섰고, 유승민 전 대표는 강연정치를 통해 ‘보수재편’을 시사했다. 정치권은 지난 18일 이학재 의원이 한국당 복당을 선언하면서 바른미래당의 내부 분열이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내다봤다. 정체성 문제를 안고 탄생한 정당이 결국 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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