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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데일리안 결산] 바른미래당, 통합부터 분열론까지…제3정당의 불안한 1년


입력 2018.12.21 05:00 수정 2018.12.21 06:17        이동우 기자

안철수·유승민 두 대권주자, 통합을 이루다

지방선거 공천파동…바른미래의 드러난 민낯

孫, 왼손 쥔 채 중도정당 강조…탈당기류 본격화

안철수·유승민 두 대권주자, 통합을 이루다
지방선거 공천파동…바른미래의 드러난 민낯
孫, 왼손 쥔 채 중도정당 강조…탈당기류 본격화


지난 1월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국회 정론관에서 통합을 선언한 뒤 밝게 웃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중도개혁 정당을 내걸고 올해 초 창당한 바른미래당은 불안한 한 해를 보냈다. 통합 전부터 삐걱대던 양당의 서로 다른 정체성이 주요 정치적 상황마다 발목을 잡았다.

통합 전부터 안철수·유승민 두 대권 주자의 만남은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충분했다. 문제는 화학적 결합의 부재였다. 정체성 문제는 6.13지방선거 과정에서 공천을 둘러싼 양당의 계파갈등으로 표출됐다. 선거는 참패했고, 두 전 대표는 잠행에 들어갔다.

손학규 2기 지도부는 당 정체성에 문제를 인정했다. 무리한 통합 일정에 따른 불안한 화학적 결합을 선거 패배의 주원인으로 지목했다. 손 대표는 불협화음 해소에 나섰지만 결정적 순간마다 ‘왼손’을 들어 올리는 실수를 했다. 당내 누구보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그의 기울어진 결정은 보수성향 인사들의 반발을 키우는 꼴이 됐다.

안철수·유승민 두 대권주자, 통합을 이루다

바른미래당의 불안의 씨앗은 창당 직전 국민의당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이른바 호남 중진 의원들은 보수성향이 강한 바른정당과 통합에 반대했다. 국방·안보를 비롯해 경제 분야까지 양당의 결합이 불가능하다는 게 첫번째 이유라면 결국 자유한국당을 아우르는 보수통합 진행 가능성이 두번째 반대 사유였다.

실제 당시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양당의 정체성 문제가 통합의 걸림돌로 지목되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안 대표를 압박했다. 그는 창당을 불과 한 달 남겨둔 지난 1월까지 통합에 대해 “아직 합의된 바가 없다”고 했다.

안 전 대표는 6월 지방선거를 대비한 통합 일정을 맞추기 위해 무리한 선택을 했다. 그는 통합 이후 백의종군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불안의 씨앗은 그렇게 뿌리 내렸다. 양당은 정체성 문제를 놓고 타협과 논의의 과정을 건너뛴 채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선(先)통합 후(後)결합을 택한 순간이다.

양당은 안 대표가 백의종군을 선언한지 한 달 후인 지난 2월 13일 통합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당 호남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민주평화당이 만들어졌다. 당초 바른미래당은 국민의당 39석, 바른정당 9석을 합한 총 48석으로 외연 확대를 예상했지만 평화당의 분당으로 실제 창당 당시 의석수는 30명에 불과한 ‘마이너스 통합’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6.13 지방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온 3일 오후 서울 강남역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중앙선대위 집중유세에서 바른미래당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 유승민 공동대표,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박주선 공동대표가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방선거 공천파동…바른미래당의 민낯 드러내다

지방선거를 한 달 남겨두고 바른미래당은 공천 파동을 겪었다. 송파을 재보궐선거 후보자 공천을 놓고 이른바 안철수계와 유승민계가 충돌했다. 인재영입위원장으로 복귀한 안 전 대표는 손학규 당시 상임고문을, 유 전 대표는 바른정당 출신 박종진 송파을 당협위원장을 각각 추천했다.

표면적 갈등은 두 대권 주자 간 계파싸움이었지만 실상은 양당의 파워게임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당시 손 상임고문이나 박 당협위원장이 각각 안철수·유승민계로 단정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송파을은 결국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의원에 돌아가면서 양측은 서로를 할퀸 상처만 남았다.

바른미래당은 안철수 전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에 3위로 패배하면서 대미를 장식했다. 야권의 대표주자라는 명분 유지를 위해서라도 투표 2위 기록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서울시장 패배로 안 전 대표는 정치인생에 치명상을 입고 독일행을 택했다. 유 전 대표는 공동 대표직에서 물러나 칩거에 들어갔다.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계파갈등과 서울시장 선거 패배는 바른미래당이 심리적으로 양분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손학규 신임 당 대표가 취임연설에서 “당내 통합이 최 선결 과제다”고 말한 것은 당내 불협화음으로 난파당한 배에 올라탄 심정을 대변한다.

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전국청년위원장 선출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손학규 신임 당대표가 당기를 휘날리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손학규, 왼손 쥔 채 중도정당 강조…탈당기류 본격화

손학규 대표를 중심으로 한 바른미래당 2기 지도부 체제는 시작부터 순탄치 못했다. 바른정당 출신들이 선출직 최고위원으로 대거 합류하게 된 게 변수로 작용했다. 손 대표는 사실상 러닝메이트 없이 대표직을 수행, 당내 장악력이 떨어졌다.

손 대표를 향한 당내 보수성향 의원들의 노골적인 불협화음은 4·27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동의 여부를 놓고 본격화 됐다. 손 대표는 비준 동의안에 당 차원에서 찬성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당내 보수성향 의원들은 반발했다.

손 대표는 비준 여부를 결국 문재인 대통령에 맡겨야 한다며 한 발 물러났지만 신임 당 대표로서 완전히 체면을 구겼다. 보수성향 의원들의 정체성 문제는 이후 주요 사안마다 반대 의사를 표명하며 거세졌다. 손 대표는 정체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원총회를 소집하는 등 정면돌파를 시도했지만 용두사미로 끝났다. ‘바미하다’라는 조롱섞인 유행어가 탄생한 순간이다.

정체성 문제는 야권발(發) 보수통합 기류를 만나면서 더는 수습이 어려운 상황에 이르게 됐다. 이언주 의원은 신보수를 주장하며 독자행보에 나섰고, 유승민 전 대표는 강연정치를 통해 ‘보수재편’을 시사했다. 정치권은 지난 18일 이학재 의원이 한국당 복당을 선언하면서 바른미래당의 내부 분열이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내다봤다. 정체성 문제를 안고 탄생한 정당이 결국 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동우 기자 (dwlee99@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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