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정책본부 출신 약진…그룹 컨트롤 타워 기능 강화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신남방정책 탄력, 계열사 재편 작업도 속도
롯데그룹 정책본부 출신 약진…그룹 컨트롤 타워 기능 강화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신남방정책 탄력, 계열사 재편 작업도 속도
롯데가 인적쇄신을 통해 본격적인 뉴롯데 구축에 나섰다. 그룹 최고 경영진 교체를 통해 신동빈 1인 체제를 확고히 한 롯데는 지주사를 중심으로 한 그룹 재편과 M&A 등 신 회장 구속으로 미뤄뒀던 과제 해결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지주는 지난 19일부터 정기 인사를 통해 그룹 컨트롤 타워의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특히 이전 롯데그룹 정책본부 출신 임원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그룹 주요 사업 방향을 결정하는 기존 가치경영실은 경영전략실로 명칭이 변경됐고, 윤종민 HR혁신실장이 새로운 경영전략실장으로 선임됐다. 윤 사장은 롯데그룹 기획조정실과 정책본부 등을 거쳐 지난해 출범한 롯데지주에서 HR혁신실장을 맡아왔다. 그동안 황각규 부회장과 함께 그룹 주요 인수합병 작업에 참여하며 신 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다.
가치경영실장을 맡아왔던 임병연 부사장은 롯데케미칼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그룹 계열사 중 최대 매출을 올리는 롯데케미칼에도 신 회장의 최측근이 대표를 맡게 된 셈이다. 임 부사장도 롯데그룹 시절 정책본부 국제실, 비전전략실장을 거쳤다.
반면 롯데에서 40년 넘게 몸담아왔던 화학BU 허수영 부회장, 식품BU 이재혁 부회장, 소진세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재계에서는 신격호 명예회장 시절 인물들의 교체를 통해 신동빈 1인 체제를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하고 있다.
당초 재계에서는 이번 롯데의 정기 인사가 ‘안정’에 초점을 둬 소폭 인사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룹 최고 수뇌부 교체를 포함한 중폭 이상 물갈이 인사가 단행되면서 신 회장의 뉴롯데 구축 작업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수합병 등 내년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곳은 그룹 캐시카우인 롯데케미칼이다. 롯데케미칼은 신 회장이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 남방정책의 최접점에 있는 계열사이기도 하다.
신 회장이 출소 이후 일본에 이어 베트남와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것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7일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롯데케미칼 유화단지 부지 조성식에 참석하고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면담을 했다. 롯데케미칼이 4조원을 투자한 이 사업은 신 회장의 구속으로 투자가 지연됐던 사업 중 하나다.
이에 앞서 5일에는 베트남 총리와 면담을 갖고 투자 확대 및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현재 롯데는 베트남 호치민에서 백화점, 쇼핑몰, 호텔, 오피스 및 주거시설 등으로 구성된 ‘에코스마트시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하노이에서는 ‘롯데몰 하노이’를 건설할 계획이다.
해외 투자와 함께 지주사를 중심으로 한 계열사 재편작업도 속도가 붙고 있다. 롯데지주 등 30개 계열사의 인사를 단행한 19일 롯데지주와 호텔롯데는 롯데장학재단으로부터 각각 대홍기획 주식 511주, 158주를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자회사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지난 2월 신 회장 구속 이후에도 롯데지주는 계열사 지분을 끌어모으며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올 4월에는 롯데GRS, 롯데상사, 롯데로지스틱스, 한국후지필름, 대홍기획, 롯데아이티테크 등 6개 비상장 계열사를 사업부문과 투자부문으로 분할한 후 투자부문을 합병하면서 지주사 출범 과정에서 발생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한 바 있다.
이어 6월에는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지분을 대상으로 현물출자를 실시해 지분율을 높였고, 10월에는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으로부터 롯데케미칼 지분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신 회장 출소 이후에는 롯데지주 자사주 10%를 소각하고 자본잉여금 4조5000억원을 배당자금으로 전환하는 등 주주가치 제고에도 나서고 있다.
다만 지주사 전환의 방점으로 꼽히는 호텔롯데 상장은 좀 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IPO 시장이 냉각된 데다 면세점, 호텔 등 주요 사업부의 수익성이 악화돼 호텔롯데 지분을 들고 있는 일본 주주들의 설득이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롯데지주가 계열사 지분율을 확대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한편 주요 비상장 계열사의 IPO 작업을 통해 롯데지주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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