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억 투입 묵2동 도시재생 뉴딜…주민 소통 ‘부족’
제기동 ‘감초마을’ 사업…집주인‧학생 ‘시큰둥’
250억 투입 묵2동 도시재생 뉴딜…주민 소통 ‘부족’
제기동 ‘감초마을’ 사업…집주인‧학생 ‘시큰둥’
문재인 정부의 1호 공약사업인 50조원 규모 ‘도시재생 뉴딜’ 사업.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 ‘2018년도 도시재생 뉴딜사업 선정안’을 발표하면서, 서울의 경우 집값 과열양상을 감안해 중‧대규모 사업은 배제한 뒤 소규모 사업장 7곳을 선정했다. 해당지역은 중랑구 묵2동, 동대문구 제기동, 서대문구 천연동, 강북구 수유1동, 은평구 불광2동, 관악구 난곡동, 금천구 독산1동 등이다. 이 가운데 ‘중랑구 묵2동’과 ‘동대문구 제기동’을 직접 찾아가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또 과거 진행된 도시재생 사업지는 현재 어떤 상황인지도 함께 짚어 본다. [편집자주]
◆250억 투입 묵2동 도시재생 뉴딜…주민들과 ‘동상이몽’
지난 19일 찾은 서울 중랑구 묵동. 7호선 먹골역 지하철 출구를 나오자마자 시원하게 뚫린 왕복 8차선 도로가 한 눈에 들어왔다. 큰 길을 벗어나 골목으로 들어가면 단독‧다세대‧다가구‧연립 등 다양한 형태의 주택들이 좁은 골목을 따라 다닥다닥 모여 있다.
2009년부터 매년 5월 ‘서울장미축제’가 열리는 동네임을 알리듯 곳곳에 장미를 그려놓은 벽화가 눈에 띈다.
묵2동은 작년에 이미 ‘서울형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선정돼 100억원의 사업비 지원이 확정된 곳이었다. 그러다 올해 8월 정부의 ‘2018년도 도시재생 뉴딜사업지’로 선정된 후 추가로 150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일반근린형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진행될 묵2동에 투입되는 총 250억원은 국비 100억원, 시비 135억원, 구비 15억원으로 구성된다.
중랑구청은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골목상권 활성화, 주민공동체활동 공간 마련, 전선지중화‧가판정비‧노후하수관정비 사업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동네가 도시재생 뉴딜 사업지로 선정됐다는 걸 알고 있는 주민도 거의 없을 뿐더러, 많은 돈을 투입해 개선한다는 점에도 상당히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곳에서 20년 넘게 살았다는 한 할머니는 “전부터 어디에 돈을 몇 억을 썼다는 걸 한참 후에 소문으로 듣는다. 그 많은 돈을 썼다는데 뭐가 달라졌다는 건진 잘 모르겠다”며 “주민의견 같은 걸 물어보거나 조사한 적은 없다. 동 대표 이런 사람들이 동사무소나 구청이랑 자기들끼리 알아서 하는 걸 거다”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생활밀착형으로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사업효과를 체감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핵심인 만큼 이전보다 활발하고 적극적인 홍보와 소통이 필요하다.
동네에 작은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주인은 “5월 장미축제 기간에는 평소보다 찾아오는 사람이 많긴 하다”며 “하지만 그건 축제를 하는 3일이나 5일 정도 잠깐일 뿐이다. 오히려 동네 시끄럽다고 번잡스럽게 느끼는 주민들도 꽤 있다”고 말했다.
묵2동 도시재생 지원센터 주민협의체 관계자는 “협의체가 구성된 지 약 1년 동안 주민들이 모여 동네 화초 가꾸기,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활동, 장미축제기간 동안 직접 만든 장미비누 판매 등 소소하게 여러 활동들을 해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주민과의 소통에 적극적인 활동을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전선지중화 사업을 한다면 동네가 더 깔끔해질 것 같긴 하다”며 “근데 이쪽에 사는 사람들이 제일 불편한 건 주차문제인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묵2동 주택가는 주차공간 확보 문제가 가장 시급해 보였다. 퇴근 시간 전인 오후 4시쯤에도 좁은 골목은 이중 주차된 차들로 꽉 막혀 사람 한명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상태였다. 일분일초를 다투는 화재사고가 발생할 경우에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는 곳이 다반사다.
◆제기동 ‘감초마을’ 사업…집주인‧학생 ‘시큰둥’
이튿날인 20일에는 제기동 도시재생 뉴딜사업지인 ‘제기동 67번지’를 찾았다. 서울약령시장 뒤쪽으로 10분정도 걷다보면 큰 고가도로를 따라 기와로 된 낡은 주택과 새로 지은 빌라들이 함께 뒤섞인 동네가 나온다.
동대문구는 이곳을 오는 2021년까지 국비 50억원, 시비 67억5000만원, 구비 7억5000만원 등 총 125억원을 투입해 ‘감초마을’로 재탄생 시킬 예정이다. 현재는 용역 발주를 해놓은 상태로 내년 상반기께 본격적으로 사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특히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젊은이와 어르신이 하나로 어우러지게 하겠다는 게 주 목표다. 동대문구 측은 통계상 청년들이 전체 지역 주민의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해당 청년층은 인근에 위치한 고려대학교 등을 다니고 있는 자취생들이 대부분이다.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이 동네 집주인 대부분은 자취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원룸장사를 한다”며 “그러니까 이 동네에 직접 살고 있는 집주인도 많지 않고, 월세만 잘 들어오면 되니까 동네에 큰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몇 년 전에 재개발 구역 해제된 것도 재개발 돼서 작은 아파트 한 채 갖는 것보다 그냥 원룸 운영하면서 월세 받는 게 낫다고 생각한 집주인들이 많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이 지역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참여시키고 싶어 하는 청년들의 생각은 어떨까.
등굣길에 마주친 한 대학생은 “도시재생 사업에 대해 들어본 적 없다. 아마도 내가 동네에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며 “자취생인 내게 이 곳은 학교 다니는 동안 잠시 사는 곳일 뿐이다”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역의 특성을 살린다고 해서 벽화를 그리거나 특정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는 것보다, 주차문제처럼 주민들이 정말 바라는 점 단 한 가지라도 제대로 개선된다면 체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활용하는지 등 주민들과 공동 논의를 한 후 사업이 진행되면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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