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군 전력 제한 조항 ‘수두룩’…사이버·생화학 공격 안전장치는 부재
美 군사합의에 불만 표출… “군사적 긴장완화 구축에 불협화음 조짐 고조”
우리군 전력 제한 조항 ‘수두룩’…사이버·생화학 공격 안전장치는 부재
美 군사합의에 불만 표출… “군사적 긴장완화 구축에 불협화음 조짐 고조”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군사분야 이행합의서’를 국회의 동의절차 없이 비준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군사합의는 북한 전력상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 군사력을 스스로 옭아매고 한미동맹의 균열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남북화해에 치중하면서 상대적으로 우리 국방력은 등한시 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합의 조항 중 가장 큰 비판이 제기되는 부분은 군사분계선(MDL) 일대 비행금지구역 설정이다. 남북은 이번 합의서를 통해 비행 기종별로 MDL을 기준해 10km~40km에 달하는 비행금지구역을 새로 설정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절대적 우위에 있는 한미 연합군의 정찰·감시 활동을 제약해 수도권 방어태세에 구멍을 만든다고 비판한다. MDL 주변 비행을 금지하면 북한이 기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략자산인 장사정포의 도발 징후를 포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국가전략연구원은 관련 보고서를 통해 "북한으로서는 상대적으로 열세인 공중정찰분야에서 우리 군의 역량을 묶어두고 언제든지 기습 도발을 자행할 수 있는 조건을 얻어냈다"며 “북한군 전방사단의 도발활동 징후를 포착하는데 필요한 무인항공기 운용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비행금지구역의 확대로 정찰기 운용에서 감시거리가 짧아지고, 고도를 높여야 하기 때문에 표적의 해상도가 저하되는 문제도 있다"며 "전방지역에서 지상군과 해군작전에 대한 근접항공지원 등 합동훈련을 할 수 없어 실전 적응능력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북한의 생화학무기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합의가 부재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은 현재 2500톤~5000톤의 화학무기를 비축하고 다양한 종류의 생물무기 자체생산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무기가 상황에 따라서는 핵무기 보다도 위력적일 수 있어 합의를 통한 폐기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해·공·우주 다음으로 제 5전장으로 꼽히는 ‘사이버공간’에서의 도발을 억제할 제도적 장치가 명시되지 않은 점도 문제다.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사이버테러 전담 부서를 집중적으로 운영하며 해킹 전력을 강력한 비대칭 전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올해 남북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북한은 외화 벌이를 목적으로 해외 각국 주요 시설을 겨냥한 대규모 해킹을 감행한 바 있다.
또 이번 합의에 포함된 전방감시초소(GP) 철수는 유사시 즉응태세를 유지하는데 제약을 준다는 우려가 나온다. 관측 ·감시 사각지대가 늘어나 북한군의 은밀한 침투 귀순자 접수에 취약하고, 일반전초(GOP)부대의 작전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전방에서의 근접항공지원 요청훈련, 연대단위 기동훈련, 포병사격 훈련 등이 제한되고 북한 기습도발 시 방어준비태세의 상향 조치들을 방해하는 각종 요인들이 증가했다는 비판등이 제기된다.
미국이 반대의 뜻을 표출한 남북군사합의를 서둘러 못 박으면서 자칫 한미공조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10일 "한미 외교장관 통화 시 남북 군사합의서를 두고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이 격분해서 강 장관을 힐난했다"며 "특히 남북 경계선의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해 버린 것에 분노를 표출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외에도 한미연합훈련 및 미군 전력 전개를 제한할 가능성이 있는 조항 등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화 장관은 같은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강 장관과의 통화에서 남북군사합의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시했느냐'는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 질의에 "맞다"고 답했다.
또 19일 로이터 통신은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북한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인 진전 없이 방어 태세를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군사적 긴장완화와 경제적 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데 한미 간 불협화음 조짐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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