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선방한 재계, 재벌개혁 입법 파고에 긴장 고조
공정거래법·상법·보험업법 등 기업 관련 법안 다수
입법 과정서 기업들의 요구사항 반영 여부 주목
공정거래법·상법·보험업법 등 기업 관련 법안 다수
입법 과정서 기업들의 요구사항 반영 여부 주목
올해 정기국회에서 공정거래법·상법·보험업법 등 다수의 기업 관련 법안들이 다뤄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국정감사 증인 채택에서 선방한 재계가 재벌개혁 관련 입법 과정에서 기업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국정감사에서 대기업 총수들의 출석이 크게 줄어드는 등 선방한 가운데 정기국회에서 재벌 개혁을 명목으로 다뤄질 입법들로 긴장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국감에서는 그동안 증인이나 참고인 등으로 단골 출석 손님이었던 재계 총수들의 모습을 보기 힘든 상황이다. 이로인해 호통 국감으로 불리며 반복돼 온 기업인 망신주기도 사라지며 국감장의 모습이 다소 개선됐다는 것이 재계의 평가다.
하지만 국감 이후 다뤄질 다양한 입법안들로 재계의 긴장감이 다시 높아질 조짐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을 비롯해 상법·보험업법·금융통합감독법 등 다양한 개정안들이 재벌 개혁을 이유로 입법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중 가장 큰 화두로 부각되고 있는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의 경우, 현재 정부가 입법예고한 원안대로 법안이 마련되면 기업들의 경영 위축을 불러올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속고발권 폐지, 사익편취 규제 확대,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 상향 등의 조항들이 기업들에게 부담을 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사익편취 규제대상 총수일가 지분율 기준을 현행 상장사 30%, 비상장사 20%에서 상장사와 비상장사 모두 20%로 일원화했다. 이들 기업의 자회사(지분율 50% 초과)도 규제대상에 포함했다.
대기업집단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 차단이라는 이유로 새로 설립되거나 전환되는 지주사에 한해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 요건도 상향했다. 지주사가 자회사, 자회사가 손자회사에서 보유하는 지분율을 상장사는 기존 20%에서 30%로, 비상장사는 기존 40%에서 50%로 각각 상향했는데 이는 기존 지주사가 자회사·손자회사를 신규 편입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현행 법에서 전속고발권은 불공정거래의 피해자가 아닌 공정위만 검찰에 고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는데 이번에 폐지되면 공정거래에 대한 전문가적 식견이 없는 단체나 개인이 고발을 남발하면서 기업들에게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총액 10조원) 소속 공익법인의 의결권을 제한하기로 한 것도 기업들에게는 부담 요인이 될 전망이다. 현재 삼성·현대차·SK 등 국내 대기업집단에 소속된 165개 공익법인의 자산 중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21.8%로 일반 공익법인(5.5%)의 4배에 달한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계가 가장 주시하고 있는 것이 공정거래법”이라며 “정부안대로 법안이 개정될 경우, 기업들이 직면하게 될 부담은 상당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전자투표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도 기업들을 긴장시킬 것으로 보인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는 각 기업이 독립적인 감사위원을 별도로 선임하면서 총수 일가를 포함한 대주주의 지분율을 3%까지만 행사하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주총서 선임 이사 수만큼 확보된 의결권을 몰아줄 수 있는 집중투표제와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임직원을 상대로 소송할 수 있도록 하는 다중대표소송제도 기업들의 경영권 행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험회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 산정 기준을 현행 취득원가에서 공정가액(시가)으로 변경하도록 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삼성에게 뜨거운 감자다. ‘주식 또는 채권의 소유금액은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한다’고 정의한 현행 보험업법 감독규정을 변경하는 것으로 보험업은 시가 평가를 기준으로 하는 은행과 증권사 등 다른 업종과 달리 취득원가를 적용해 왔다.
법안이 개정되면 보험회사가 계열사 주식을 총 자산의 3% 이상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과 맞물리면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약 16조~17조원 가량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 때문에 개정안 발의 당시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이라는 특정기업만을 타깃으로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을 통해 법안 개정 과정에서 기업들의 의견 반영을 요청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이미 지난달 28일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공정위에 전달한 바 있다. 이에 앞서 19일에는 경총·대한상의·한국무역협회·소상공인연합회·중견기업연합회·자동차산업협회 등 10개 재계 단체들이 공동으로 '최저임금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경제계 입장'에 대한 건의서를 국무총리실·고용노동부·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등에 제출하기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요구해 온 규제 완화 요청은 도외시된 채 입법을 통해 오히려 규제가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많다”며 “실적 개선과 경쟁력 강화 등에 초점을 맞춰도 모자랄 판에 개정법안 준수 등에도 역량을 분산시킬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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