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일대 재건축 제동걸리나…이주비 문제 비상
이주비 대출 주택구입 목적의 대출로 취급 받아
전세자금 대출 마저 소득기준에 따라 제한되면 사실상 이주비 대출 불가능
정부의 대출 옥죄기가 정비사업 업계에도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이주를 앞둔 송파구 등 강남권 일대 재건축들 이주비 문제로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은 이주비를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이주비 대출이 주택구입 목적의 대출로 취급 받으며 대출에 제한이 걸렸다.
게다가 재건축을 맡은 시공사들이 규제에 따라 과거 조합에게 약속했던 이주비를 충분하게 마련해주지 못하게 되자 일부 조합원들과 갈등을 빗고 있다. 정부가 시공사들의 이사비 지원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이는 송파구뿐 아니라 시공사들이 과도하게 이주비를 약속했던 강남권 재건축 단지로 확산 되는 분위기다. 정비사업은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후 이주와 철거가 이뤄진다. 일부 정비사업은 조합원들이 이주를 못할 가능성이 높아 사업을 미루자는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다.
14일 정비사업 업계에 따르면 송파구 등 강남권 일대 재건축들이 이주비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잠실 미성·크로바 재건축의 경우 롯데건설이 시공사 선정 당시 약속했던 이주비 추가 대출이 불가능해지면서 조합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10월 재건축을 수주하면서 조합원들에게 자체 보증을 통한 이주비 추가 지급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해 말 건설사들의 재건축 현장 수주 경쟁 단속에 돌입하면서 건설사의 약속은 이행할 수 없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0월 말 건설사의 이사비 제안 금지 및 금품 제공 시 시공권 박탈 등을 골자로 한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같은해 12월 이를 시행했다.
건설사는 시공과 관련 없는 이사비나 이주비, 이주촉진비,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등은 일절 제안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재건축 조합원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 내로 은행 등 금융기관을 통한 이주비 대출만 가능해졌다.
그런데 문제는 9·13 부동산 대책에 따라 앞으로 재건축·재개발 이주비 대출이 주택구입 목적의 대출로 간주되면서 대출이 사실상 힘들다는 점이다.
또 조합원들이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이주비를 충당하려는 계획 세우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15일부터 전세자금대출을 소득기준에 따라 규제하겠다는 방침을 세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잠실 미성·크로바아파트는 최근 관리처분인가를 받았지만, 아직 이주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다.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롯데건설을 상대로 이주지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도록 총회에서 의결하고 이주 계획을 잡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는 강남권 정비업계에 퍼질 전망이다. 앞서 서초구 방배5구역은 미국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를 통해 추가 이주비 대출을 받으려 했다가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무산된바 있다.
이 밖에 오는 12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와 한신4지구 2곳이 관리처분인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돼 이주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강남권이 투기지역으로 묶여 있어 전반적으로 1주택자 이상 소유자들은 추가 대출이 막히면서 이주를 못하고 지연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며 “관리처분인가를 받아도 당장 이주를 못해 사업이 지연되는 곳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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