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화장품 빅2' 명암, 럭셔리 브랜드가 좌우했다
사상 최대 분기·반기 실적 낸 LG생건…럭셔리 브랜드 성장세 '눈길'
아모레, '사드 직격탄' 기저효과에 2분기 실적 개선…해외사업에 박차
국내 화장품 기업 '빅2'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럭셔리 브랜드의 성장세가 좌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중국인 사드(THAAD) 갈등으로 급격히 줄어든 중국인 관광객 수가 기대만큼 회복되지 않은 탓에 수익성 높은 럭셔리 브랜드의 매출 영향력이 커진 것이다.
지난 24일 LG생건은 올해 2분기 잠정 실적에 대해 매출액은 1조6526억원, 영업이익 2673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1.1%와 15.1% 증가했다고 밝혔다.
상반기 매출액은 3조3118억원, 영업이익 5509억원으로 각각 8.7% 12% 늘었다. 이는 사상 최대 분기·반기 실적이다.
화장품·생활용품·음료 사업별 실적에서는 화장품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화장품 사업부는 상반기 매출 1조9011억원, 영업이익 4063억원을 거두며 작년 동기 대비 각각 17.4%, 24.7%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생활용품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2%, 25.4% 감소했고, 음료사업도 2~3%대 저성장에 그쳤다.
LG생건 측은 한방 화장품 '후'를 비롯한 럭셔리 브랜드가 화장품 부문의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LG생건의 면세점 매출은 '후'의 성장세로 70% 늘었다. 고급 화장품 수요가 증가한 데다 '숨'과 '오휘' 등 럭셔리 브랜드들의 고급화 전략이 주효했다.
특히, 중국에서 럭셔리 화장품 매출이 87% 급증하면서 전체 해외 매출도 36% 높아졌다.
회사 측은 "2016년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하고 매년 1조원 매출 달성 기간을 단축해 온 '후'가 올해 7월에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다시 한번 기록을 경신했다"며 "'숨'과 '오휘' 등 고가 라인을 중심으로 성장하며 럭셔리 브랜드 입지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와 중국에서 화장품 시장에 진입하는 신규 사업자들이 폭증하는 상황에서도 상대적으로 진입이 쉽지 않은 럭셔리 브랜드의 성공으로 국내외에서 흔들림 없이 성장을 이어갔다"고 부연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2분기 매출이 1조5537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0%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1703억원으로 30.6% 늘었다.
작년 3월 중국 정부의 사드 배치 보복으로 2분기(4~6월) 실적이 크게 꺾였던 것을 고려하면 기저효과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당시 LG생건은 다변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로 실적 악화를 피했지만,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매출이 전년 대비 17.8%, 영업이익은 57.9% 크게 내려앉았다.
2분기 개선된 실적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전체 실적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상반기 매출은 3조2179억원으로 작년 대비 1.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4484억원으로 11.9% 하락했다.
작년 말부터 한·중 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화장품 업계의 업황 개선 기대감도 커졌지만, 실제 매출을 올려주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회복세가 더디게 진행된 탓이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인 관광 수요 회복이 지연되며 아모레퍼시픽의 면세점 구매제한 완화가 지연됐고, 중국 내 점유율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온라인 채널 대응 미흡으로 현지 이익 성장세도 기대를 밑도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중국 매출의 20%에 달하는 설화수의 성장세가 가장 높지만 충분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회사 측은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신시장 개척을 추진하면서 수익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설화수·라네즈·마몽드·이니스프리·에뛰드 등 5대 챔피언 브랜드를 중심으로 시장을 다변화하면서 해외 매출이 확대됐다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아시아 사업은 럭셔리 브랜드 중심의 매장 확대와 현지 고객 전용 상품 출시로 두 자릿수의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했고, 북미 시장 또한 이니스프리 및 라네즈를 중심으로 고객 저변 확대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2분기 국내사업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성장한 8777억원 매출과 12.1% 증가한 926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해외 사업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매출은 4767억원으로 16.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54억원으로 129.3% 늘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하반기에도 해외사업 확대를 비롯해 혁신 제품 출시와 고객 경험 강화로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아모레의 대표 뷰티 편집숍인 '아리따움'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한다. 하반기 오픈을 앞둔 '아리따움 강남 메가샵(가칭)'을 시작으로 기존 로드샵이나 H&B스토어와 차별화된 뷰티 전문 멀티 브랜드숍 플랫폼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점차 속도를 내고 있는 해외 신시장 개척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올해 하반기에는 '라네즈'가 처음으로 인도시장에 진출해 현지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며, '미쟝센'과 '려'는 각각 중국과 홍콩시장에 진출해 아시아 사업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사내외 뷰티 스타트업을 육성해 미래 성장 동력도 확보할 예정이다. 2016년부터 시작된 사내 벤처 프로그램 ‘린스타트업’으로 기존에 없던 창의적인 브랜드 개발을 지원한다.
‘아웃런’, ‘가온도담’, ‘브로앤팁스’, ‘스테디’ 등 현재 사업을 추진 중인 4개 브랜드 외에 올 하반기에도 추가 브랜드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뷰티기술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테크업플러스(AP TechUP+)’ 프로그램과 혁신적인 뷰티 벤처에 투자하는 사내 조직 ‘아모레퍼시픽 벤처스’ 등으로 시장에 새로운 활력이 될 잠재력 높은 뷰티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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